못잊을 당신 – 이미자 –
이미자 ‘못잊을 당신’, 영화와 함께 태어난 노래
정두수의 작품세계를 다룬 가요자료는 ‘못잊을 당신’을 정두수 작사·박춘석 작곡의 1971년 동명 영화주제가로 기록한다.
노래의 화자는 지나간 사랑을 꿈같은 옛날로 돌아본다. 사랑했던 세월은 이미 사라졌지만 기억은 없어지지 않았다. 그 사람을 그리워하면서도 정작 곁으로 갈 수는 없다.
두 번째 흐름에서는 하루가 다시 저물고 옛 추억이 되살아난다. 꽃은 시들 수 있지만 사랑의 기억만큼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못잊을 당신’이라는 제목은 단순히 헤어진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말보다, 시간이 지나도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는 사람을 가리킨다.
정두수가 직접 전한 ‘못잊을 당신’의 시작
이 노래에는 작사가 정두수가 훗날 직접 남긴 제작 뒷이야기가 있다.
정두수의 저서 ‘노래따라 삼천리’를 인용한 기록에 따르면 그는 1965년 말 동해안의 한 어부 집에 머물다가 바닷가를 홀로 걷는 한 여인을 보았다. 집주인에게 물어보니 대학 시절부터 겨울이면 그곳을 찾았고 몇 해 전에는 약혼자와 함께 왔던 사람이었다.
정두수는 다음 날 다시 그 여인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여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며칠을 기다렸지만 다시 볼 수 없었고, 그때 남은 공허함에서 ‘못잊을 당신’의 노랫말을 썼다고 회고했다. 이어 또 하나의 대표작 ‘그리움은 가슴마다’의 노랫말도 썼다고 전했다.
훗날 정두수는 ‘못잊을 당신’을 자신이 아끼는 작품 가운데 하나라고 회고했다. 이 이야기는 막연한 후대의 추측이 아니라 작사가 자신의 저서에 남은 제작 배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미자·박춘석·정두수
이미자의 전성기에는 박춘석, 백영호, 고봉산을 비롯한 여러 작곡가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 가운데 박춘석과 이미자의 만남에서는 ‘기러기 아빠’, ‘섬마을 선생님’, ‘흑산도 아가씨’ 등 수많은 작품이 나왔다.
정두수 역시 이미자와 박춘석의 노래에서 중요한 작사가였다. ‘못잊을 당신’은 이 세 이름이 다시 만난 작품 가운데 하나다.
JLS-120457에서는 이미자가 ‘못잊을 당신’뿐 아니라 ‘동백꽃 피고지고’와 ‘순정의 노래’까지 세 곡을 연속으로 맡았다. 뒤이어 이현의 두 곡이 나오고, 음반을 뒤집으면 남진과 강소희가 등장한다.
새 영화주제가와 기존 박춘석 작품을 한 장에
이 음반은 1971년에 모든 곡을 새로 만든 독집이 아니다. 남진의 ‘빗속에서 누가 우나’와 강소희의 ‘차라리 남이라면’처럼 앞선 박춘석 작곡집에서 이미 발표된 노래가 함께 들어 있다.
반면 이미자의 ‘못잊을 당신’은 당시 동명 영화와 연결된 새로운 대표곡이었다. 음반사는 이 작품을 앞면 첫 곡에 놓고 기존 박춘석 레퍼토리를 함께 재편성했다.
이미자의 ‘못잊을 당신’은 그래서 노래 자체의 사연과 음반의 사연을 함께 볼 만한 작품이다. 동해안에서 스쳐 지나간 한 여인을 보고 정두수가 품었던 공허함이 노랫말이 됐고, 박춘석이 곡을 붙였으며 이미자가 불렀다. 1971년에는 영화의 제목과 LP의 제목까지 ‘못잊을 당신’이 됐다.
이미자의 ‘순정의 노래’는 1971년 6월 10일 지구레코드 JLS-120457 ‘박춘석 작곡집 – 못잊을 당신 / 빗속에서 누가 우나’의 Side A 세 번째 곡이다. 같은 음반의 대표곡 ‘못잊을 당신’과 연결된 영화 삽입가로 기록돼 있으며, 이미자는 ‘못잊을 당신’, ‘동백꽃 피고지고’, ‘순정의 노래’를 세 곡 연속으로 불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