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찾아서 – 배성 –
배성의 ‘내 사랑 찾아서’는 1970년 말 오아시스레코드에서 이미 음반에 실린 뒤, 1971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내건 ‘배성·방주연 – 내 사랑 찾아서 / 후회’의 대표곡으로 다시 등장한 작품이다. 정주희가 작사와 작곡을 모두 맡았으며, 사랑하는 사람의 소식을 찾아 천 리 타향길을 헤매는 사나이를 그렸다. 훗날 이 노래에는 ‘곡 표절’을 이유로 금지곡이 된 기록까지 남았다.
1971년 음반만 보면 출발점을 잘못 잡기 쉽다. 1970년 오아시스 원반자료에는 1970년 12월 19일 OL-833 ‘배성·이수미 – 기적소리만 / 그 얼굴’의 Side A 두 번째 곡으로 이미 ‘내 사랑 찾아서’가 들어 있다. 따라서 1971년 OL-956은 최초 발표음반이라기보다 이 노래를 다시 표제곡으로 내세운 음반으로 보는 것이 원반 흐름에 맞는다.
배성 ‘내 사랑 찾아서’, 처음에는 ‘기적소리만’ 다음 곡이었다
1970년 12월 19일 발매된 오아시스 OL-833은 배성의 ‘기적소리만’과 이수미의 ‘그 얼굴’을 양면 대표곡으로 내세운 합동음반이었다.
당시 수록순서는 다음과 같이 전한다.
- Side A 1. 배성 – 기적소리만
- Side A 2. 배성 – 내 사랑 찾아서
- Side A 3. 배성 – 사나이 마음
- Side A 4. 조미미 – 사랑은 변덕쟁이
- Side A 5. 조미미 – 나를 울리지 마세요
- Side B 1. 이수미 – 그 얼굴
- Side B 2. 이수미 – 그 시절 그 사람
- Side B 3. 이수미 – 누구 찾아 가셨나
- Side B 4. 최동길 – 주차장
- Side B 5. 김훈 – 이것이 사랑인가요
지니의 ‘기적소리만 / 그 얼굴’ 디지털 복원자료에서도 ‘기적소리만’ 다음 두 번째 곡이 배성의 ‘내사랑 찾아서’, 세 번째가 ‘사나이 마음’으로 확인된다.
이 음반은 1971년 2월 2일 재발매된 기록도 남아 있다. 그래서 자료에 따라 ‘내 사랑 찾아서’를 1970년 노래 또는 1971년 음반 수록곡으로 만날 수 있지만, 현재 확인되는 초반의 발매기록은 1970년 12월 19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기적소리만’에 가려졌던 노래가 다시 음반의 얼굴로
첫 음반에서 ‘내 사랑 찾아서’는 대표 제목이 아니었다. 그 자리는 배성의 ‘기적소리만’이 차지했다.
그런데 1971년 오아시스가 이 노래를 다시 꺼내면서 위치가 달라졌다. 오아시스레코드 음반번호 자료에는 OL-956 ‘배성·방주연 – 내 사랑 찾아서 / 후회’가 기록돼 있다.
이번에는 ‘내 사랑 찾아서’가 배성 쪽의 대표곡이 됐고 방주연의 ‘후회’와 나란히 음반 제목에 올라갔다.
벅스의 ‘내사랑 찾아서 / 후회’ 디지털 복원판에서도 첫 곡이 배성의 ‘내사랑 찾아서’로 확인된다. 이어 배성의 ‘조용한 이별’, ‘사랑은 미련을 두고’가 나오고 조미미의 ‘가지마오’, 나훈아의 ‘꽃과 나비’, 방주연의 ‘후회’, 조미미의 ‘헤어져도 사랑만은’, 김태희의 ‘좋았다 싫어지면’, 정훈희의 ‘너무나 사랑했기에’, 나훈아의 ‘소양강 처녀’가 함께 수록돼 있다.
즉 1970년에는 ‘기적소리만’ 바로 뒤에 놓였던 일반 수록곡이 이듬해에는 새로운 합동 LP의 첫 곡이자 표제곡으로 올라온 것이다.
정주희가 작사와 작곡을 모두 맡은 ‘내 사랑 찾아서’
‘내 사랑 찾아서’ 원반·금지곡 자료에는 이 작품의 창작자를 정주희 작사·정주희 작곡으로 기록하고 있다.
정주희는 당시 오아시스에서 작곡가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오아시스 음반목록에는 OL-836 ‘정주희 작곡집 – 정을 주던 사랑 / 사나이 순정’처럼 그의 이름을 전면에 내건 작곡집도 확인된다.
배성의 ‘내 사랑 찾아서’에서는 곡뿐 아니라 노랫말까지 정주희가 직접 맡았다.
사랑하는 사람 하나를 찾아 천 리 길을 가는 사나이
벅스의 배성 ‘내사랑 찾아서’에는 노랫말과 약 2분 54초의 재생시간이 남아 있다.
노래 속 사나이는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먼 길을 왔다. 그러나 하늘의 달도, 흘러가는 구름도 그 사람이 어디 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가는데 그리운 사람의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화자는 기다리는 자리에 머무르기보다 직접 사랑을 찾아 길 위에 나선 사람이다.
두 번째 흐름에서는 그 길이 낯선 타향으로 이어진다. 별과 달을 바라보며 정든 사람의 소식을 묻지만 대답해줄 사람은 없다.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임의 소식을 기다리며 계속 헤맨다.
노래에서 반복되는 것은 천 리 길, 달과 구름, 타향길, 별, 떠도는 사나이다. 사랑을 잃고 술잔 앞에서 울기보다 그 사람을 찾아 먼 길을 떠나는 남자의 모습을 그린다.
‘기적소리만’의 배성과는 다른 사나이
OL-833에서 ‘내 사랑 찾아서’ 바로 앞에 놓인 ‘기적소리만’과 비교하면 두 노래의 차이가 선명하다.
‘기적소리만’에서 사나이는 정거장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다. 기차는 떠나고 그는 비에 젖은 가로등 아래 홀로 남는다.
다음 곡 ‘내 사랑 찾아서’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이번에는 남자가 길을 떠난다. 사랑하는 사람의 소식을 찾기 위해 천 리 길과 타향길을 헤맨다.
두 작품이 하나의 연속된 이야기로 만들어졌다는 제작기록은 확인되지 않는다. 작사·작곡자도 다르다. ‘기적소리만’은 진남성이 작사·작곡했고 ‘내 사랑 찾아서’는 정주희가 작사·작곡했다.
다만 1970년 OL-833에서 이 두 작품을 배성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곡으로 연속 배치했다는 사실은 원반에서 확인된다. 하나에서는 떠나가는 사람을 바라보고, 다음 노래에서는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 자신이 길을 떠나는 서로 다른 사나이의 모습을 들을 수 있었다.
1971년 오아시스 히트곡 선집에도 거듭 수록되다
‘내 사랑 찾아서’는 배성·방주연의 OL-956에만 다시 등장한 것이 아니다.
벅스의 ‘오아시스 히트송선집 제2집 – 가지마오 / 먼데서 오신 손님’에도 배성의 ‘내사랑 찾아서’가 세 번째 곡으로 수록돼 있다.
이 선집에는 나훈아의 ‘가지마오’, 김부자의 ‘나는 바보야’, 배성의 ‘내사랑 찾아서’, 조미미의 ‘약혼녀’, 라이락의 ‘약속한 벤치’, 조미미의 ‘먼데서 오신 손님’, 나훈아의 ‘헤어져도 사랑만은’, 방주연의 ‘꽃과 나비’, 홍이주의 ‘지금도 가고 싶어’, 이수미의 ‘밤에 우는 새’가 함께 들어 있다.
또 다른 1971년 선집에서도 이 노래를 만날 수 있다. ‘오아시스 힛트쏭 선집 제5집’ 실물 LP에서는 Side B 두 번째 곡으로 배성의 ‘내 사랑 찾아서’가 들어 있다.
이 음반의 앞면에는 나훈아의 ‘가지 마오’, 김태희의 ‘빗속의 눈물’, 조영남의 ‘그리운 내 사랑아’, 강소희의 ‘잃어버린 그 사람’, 송대관의 ‘사랑은 슬픈 이야기’, 김유리의 ‘사공 아줌마’가 실렸다. 뒷면은 이수미의 ‘배 떠나네’로 시작하고 그 바로 다음이 배성의 ‘내 사랑 찾아서’였다.
벅스의 ‘오아시스 힛트쏭 제5집’ 복원판에서도 같은 수록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곡 표절’이라는 이유로 금지곡 목록에 남다
‘내 사랑 찾아서’에는 음반 재수록과는 성격이 다른 기록도 남아 있다.
금지곡 자료를 정리한 기록에서는 이 작품을 1971년 금지곡으로 소개하면서 사유를 ‘곡 표절’이라고 적고 있다. 같은 자료에는 정주희 작사·작곡, 배성 노래라는 정보도 함께 남아 있다.
여기서 ‘표절’이라는 기록과 구체적으로 어느 외국곡 또는 어느 국내곡을 가져왔는지는 구별해야 한다. 현재 확인되는 자료만으로 특정 원곡을 임의로 지목할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어떤 작품을 베꼈다고 추정하기보다 당시 금지곡 자료에 ‘곡 표절’이라는 사유가 남아 있다는 범위까지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기적소리만’과 함께 자리 잡던 배성의 초기 전성기
배성은 1960년대 말부터 굵고 낮은 음색을 앞세워 활동했다. 그의 초기 음반에서 ‘사나이 부르스’, ‘기적소리만’, ‘내 사랑 찾아서’, ‘다정한 눈물’, ‘추억의 길’ 같은 작품이 이어진다.
오아시스 음반목록을 보면 1971년 1월 10일에는 OL-862 ‘유명한 배성 – 다정한 눈물 / 추억의 길’이 나왔고, 3월에는 OL-868 ‘배성 스테레오 힛트앨범 – 기적소리만’도 발매됐다.
이 시기 오아시스가 배성의 음원을 여러 독집·합동음반·히트곡 선집에 계속 재편성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내 사랑 찾아서’ 역시 그 흐름 한가운데 있었다. 1970년 12월에는 ‘기적소리만’ 다음에 놓였고, 1971년에는 방주연의 ‘후회’와 짝을 이뤄 자신의 이름을 건 표제곡이 됐으며, 오아시스의 히트곡 선집에도 거듭 들어갔다.
수록곡에서 표제곡으로 올라온 ‘내 사랑 찾아서’
오래된 가요를 음원사이트의 최신 등록정보만으로 살펴보면 이런 이동과정은 쉽게 사라진다. 지니의 배성 ‘내사랑 찾아서’에서도 오늘날 이 작품을 들을 수 있지만, 실제 역사는 디지털 음원의 등록일보다 수십 년 앞선다.
현재 확인되는 원반 흐름에서는 1970년 12월 19일 OL-833 ‘기적소리만 / 그 얼굴’이 먼저다. 그곳에서 ‘내 사랑 찾아서’는 배성의 두 번째 곡이었다.
이듬해에는 OL-956 ‘내 사랑 찾아서 / 후회’의 첫 곡이자 음반 제목으로 올라왔다. 이어 여러 오아시스 선집에도 다시 선택됐다.
배성의 ‘내 사랑 찾아서’는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의 소식을 찾아 천 리 타향길을 떠도는 한 사나이를 노래하면서, 실제 음반에서도 여러 장의 LP를 옮겨 다녔다. 처음에는 ‘기적소리만’ 뒤에 있던 한 곡이었지만 이듬해에는 자신의 이름으로 음반의 얼굴이 됐다. 그리고 그 뒤에는 ‘곡 표절’이라는 당시 심의의 흔적까지 남았다. 한 곡의 원반 이동과 1970년대 초 가요심의 기록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는 배성의 초기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