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버렸어 – 정훈희 –

‘끝나버렸어’ 다음에 들려오는 또 다른 이별

이 노래의 자리는 바로 앞 곡과 함께 볼 때 더 선명해진다.

Side B 첫 곡 ‘끝나버렸어’에서는 사랑하는 두 사람이 결국 헤어진다. 한때 햇빛처럼 밝았던 사랑의 길은 어둠과 낙엽이 쌓이는 길로 바뀐다.

그리고 다음 곡 ‘그토록 사랑했나요’에서는 이미 상처를 입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을 바라본다. 사랑은 아름답지만 끝난 뒤에는 허무한 상처를 남긴다는 이야기다.

두 곡이 하나의 연작으로 제작됐다는 기록은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전우 작사·김학송 작곡이라는 동일한 창작진이 만든 두 작품을 실제 LP에서 연속으로 배치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마음은 짚시’가 문을 연 정훈희의 1971년 독집

이 음반의 첫 곡 ‘마음은 짚시’는 이탈리아 산레모 가요제와 연결되는 번안곡이었다. 원곡은 1971년 산레모 가요제 우승곡 ‘Il cuore è uno zingaro’로, 니콜라 디 바리와 나다가 각각 불렀던 작품이다.

‘마음은 짚시’의 국내 발표사를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김추자가 먼저 부른 판본이 있고, 정훈희의 녹음은 1971년 6월 13일 OL-948에 수록됐다. 이후 이용복도 이 작품을 불렀다.

같은 음반에는 영화 Love Story의 음악과 연결된 ‘러브스토리’도 들어 있다. 한쪽에는 이런 해외 음악의 번안 레퍼토리가 있고, 다른 쪽에는 전우·김학송이 만든 ‘끝나버렸어’와 ‘그토록 사랑했나요’ 같은 국내 창작가요가 놓였다.

1971년의 정훈희가 번안가요와 창작가요를 함께 소화하고 있었음을 한 장의 LP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안개’ 이후 정훈희가 쌓아가던 노래들

정훈희는 1967년 ‘안개’를 통해 이름을 크게 알렸다. 이후 ‘꽃길’, ‘스잔나’, ‘너무나 사랑했기에’ 등으로 활동했고,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도 꾸준히 독집과 합동음반을 냈다.

OL-948에는 앞선 레퍼토리인 ‘너무나 사랑했기에’도 다시 들어 있다. 새로운 노래와 기존에 알려진 작품, 번안곡을 한 장의 스테레오 독집으로 묶은 형태였다.

‘그토록 사랑했나요’는 그 음반의 뒷면에서 만나는 전우·김학송의 작품이다. 독립적인 순위나 판매량을 덧붙이지 않더라도 1971년 정훈희의 정규 독집에 수록되고 후대 음원목록에도 계속 남았다는 사실로 당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정훈희의 ‘그토록 사랑했나요’는 사랑의 시작보다 사랑이 끝난 뒤의 얼굴을 바라본다. 꽃처럼 피었던 사랑이 시들고, 남은 사람의 눈에는 눈물이 맺힌다. 1971년 6월 OL-948의 뒷면에서는 ‘끝나버렸어’라는 단호한 이별 선언이 먼저 흐른 뒤 이 노래가 이어졌다. 같은 전우와 김학송이 만든 두 곡이 연달아 흘러나오면서, 한때 아름다웠던 사랑이 어떻게 끝나고 상처로 남는지를 서로 다른 장면으로 보여주었다.

정훈희의 ‘끝나버렸어’는 1971년 6월 13일 오아시스레코드 OL-948 ‘정훈희 스테레오 독집 – 마음은 짚시 / 끝나버렸어’의 Side B 첫 곡이자 음반을 대표한 두 작품 가운데 하나다. 전우가 작사하고 김학송이 작곡했으며, 한때 찬란했던 사랑이 끝났음을 단 한마디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별의 순간을 노래한다.

오아시스레코드 음반번호 자료에는 OL-948을 ‘정훈희 독집 [마음은 짚시 / 끝나버렸어]’로 기록하고 발매일을 1971년 6월 13일로 적고 있다. ‘끝나버렸어’의 원반·가사자료에서도 같은 음반번호와 발매시기, 전우 작사·김학송 작곡이라는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정훈희 ‘끝나버렸어’, LP를 뒤집으면 가장 먼저 나온 노래

OL-948의 앞면 첫 곡은 ‘마음은 짚시’였다. 그래서 음반 제목의 앞쪽을 이 노래가 맡았다. 레코드를 뒤집으면 이번에는 ‘끝나버렸어’가 가장 먼저 흘러나왔다.

이 작품 뒤에는 ‘그토록 사랑했나요’, ‘어느 비오던 날에’, ‘꽃봉투’, ‘그사람 바보야’가 이어졌다.

ManiaDB 정훈희 음반자료에도 Side B 첫 곡이 ‘끝나 버렸어’, 두 번째가 ‘그토록 사랑했나요’로 기록돼 있다.

따라서 ‘끝나버렸어’는 열 곡 가운데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음반의 뒷면을 대표했고 LP 제목에까지 올라간 작품이다.

전우와 김학송이 만든 단호한 제목

‘끝나버렸어’는 전우 작사·김학송 작곡이다. 제목에는 여지가 거의 없다. 기다리겠다는 말도, 돌아와 달라는 부탁도 아니다. 사랑은 이미 끝났다는 사실을 먼저 선언한다.

그러나 노래 속 사람은 제목처럼 냉정하지 못하다.

이별을 말하는 순간 목이 메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감추려 한다. 사랑이 끝났다고 말했지만 마음까지 한순간에 정리된 것은 아니다.

1971년 ‘끝나버렸어’ 자료에 남은 노랫말을 보면 과거와 현재의 풍경이 뚜렷하게 대비된다.

태양이 빛나던 길에서 낙엽이 구르는 길로

한때 두 사람이 걸었던 길에는 태양이 찬란하게 빛났다. 서로의 가슴도 사랑으로 벅찼다.

그러나 이별 뒤 같은 길의 이미지는 완전히 달라진다. 밝았던 길에는 어둠이 쌓이고, 두 사람은 그 위를 구르는 낙엽처럼 묘사된다.

노래는 이 변화를 길게 설명하지 않는다. 태양과 어둠, 사랑으로 벅찼던 가슴과 낙엽을 대비해 한때 행복했던 관계가 끝난 뒤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에는 다시 처음의 말로 돌아온다. 사랑은 끝났고, 목이 메어 더 말하지 못하며, 눈물을 감춘 채 헤어진다.

이처럼 제목은 단호하지만 실제 내용은 체념보다 슬픔에 가깝다. ‘끝나버렸어’라는 말은 상대를 향한 차가운 선언이라기보다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자신에게 확인시키는 말처럼 놓여 있다.

다음 곡 ‘그토록 사랑했나요’와 같은 창작진

‘끝나버렸어’가 끝나면 바로 ‘그토록 사랑했나요’가 나온다. 두 작품 모두 전우 작사·김학송 작곡이다.

첫 번째 노래에서는 사랑이 끝나는 바로 그 순간을 그린다. 다음 노래에서는 깊이 사랑했기 때문에 상처받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을 바라본다.

연속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제작자의 설명은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같은 창작진의 이별 노래 두 곡을 Side B의 첫머리에 연속 배치한 것은 당시 실물음반에서 확인되는 사실이다.

LP를 순서대로 들었던 사람에게는 ‘끝나버렸어’라는 이별 뒤 곧바로 ‘그토록 사랑했나요’라는 질문이 이어졌던 셈이다.

김학송과 정훈희

김학송은 작곡과 연주, 악단 활동을 통해 1960~70년대 대중음악계에서 활동했던 음악인이다. 정훈희와도 여러 작품으로 만났다.

OL-948에서 김학송의 이름은 특히 Side B 앞부분에서 선명하다. ‘끝나버렸어’와 ‘그토록 사랑했나요’를 연이어 작곡했고, 두 곡 모두 전우의 노랫말을 사용했다.

정훈희의 목소리는 같은 음반에서 해외 번안곡부터 한국 창작가요까지 폭넓게 오간다. 첫 곡 ‘마음은 짚시’가 1971년 산레모 가요제 우승작에서 출발한 번안곡인 반면, ‘끝나버렸어’는 전우와 김학송이 만든 국내 창작가요다.

1967년 ‘안개’에서 1971년 독집까지

정훈희는 1967년 ‘안개’로 대중에게 이름을 각인한 뒤 ‘꽃길’, ‘스잔나’, ‘너무나 사랑했기에’ 등을 불렀다. OL-948이 나온 1971년에는 이미 한두 곡을 막 발표한 신인이 아니라 여러 음반과 레퍼토리를 가진 가수였다.

그해의 독집에는 ‘마음은 짚시’, ‘러브스토리’ 같은 번안·외국곡 계열의 작품과 ‘그날 그자리’, ‘끝나버렸어’, ‘그토록 사랑했나요’, ‘꽃봉투’ 같은 노래가 한 장에 들어갔다.

후대 음원사이트에서도 이 음반은 ‘정훈희-스테레오 독집’으로 남아 있다. 벅스 정훈희 음원목록에서는 ‘마음은 짚시’, ‘그사람 바보야’, ‘그날 그자리’, ‘꽃봉투’ 등 OL-948의 작품들을 지금도 확인할 수 있다.

한마디로 끝났지만 쉽게 끝나지 않은 사랑

‘끝나버렸어’에는 복잡한 이별의 원인도, 떠나는 사람을 원망하는 긴 사연도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 끝났다는 사실을 입 밖으로 내는 순간이다.

한때 태양이 비치던 길을 함께 걸었던 두 사람은 이제 어두운 길 위의 낙엽처럼 흩어진다. 화자는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숨긴다.

정훈희의 ‘끝나버렸어’는 이 장면을 1971년 OL-948의 Side B 첫 곡에 놓았다. 레코드를 뒤집자마자 사랑의 끝을 알리는 노래가 시작되고, 그 다음 홈에서는 같은 전우와 김학송이 만든 ‘그토록 사랑했나요’가 이어졌다. 한 장의 LP 안에서 끝난 사랑과 그 사랑이 남긴 상처가 연달아 흐르던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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