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까닭에 – 방주연 –
방주연 ‘사랑하는 까닭에’, 송대관과 한 장의 음반을 나누다
OL-949는 방주연이나 송대관 한 사람의 독집이라기보다 당시 오아시스에서 활동하던 여러 가수의 노래를 두 대표곡 아래 묶은 합동음반이었다.
오아시스레코드가 원본 마스터테이프를 디지털 복원해 공개한 수록순서는 다음과 같다.
- 송대관 – 사랑은 슬픈 이야기
- 송대관 – 가슴아픈 두사람
- 송대관 – 세월이 약이겠지요
- 김태희 – 남천강 사랑
- 나훈아 – 폭풍을 몰고온 세사나이
- 방주연 – 사랑하는 까닭에
- 신희성 – 비내리는 퇴계로
- 정소영 – 행복을 빌어주네
- 배성 – 사랑은 미련을 두고
- 정은숙 – 잊지 마세요
송대관에게 세 곡이 배정됐고 방주연에게는 한 곡만 들어갔지만, 음반 제목의 반대편을 차지한 작품은 바로 ‘사랑하는 까닭에’였다. 한 장에 나훈아·김태희·배성·정은숙 등 여러 가수가 함께 들어 있던 당시 오아시스 합동 LP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구성이다.
OL-949보다 먼저 확인되는 방주연의 ‘사랑하는 까닭에’
이 노래의 발표시점을 확인할 때는 OL-949의 6월 23일보다 앞선 기록을 살펴야 한다.
1971년 오아시스 OL-954 ‘어둠속의 장미 / 보내는 마음’의 실물음반 자료에도 방주연의 ‘사랑하는 까닭에’가 들어 있다. OL-954 원반 수록자료를 보면 박재란의 ‘어둠속의 장미’, 나훈아의 ‘차창에 어린 모습’과 ‘고향처녀’, 이남수의 ‘보내는 마음’, 조미미의 ‘갯마을 처녀’, 이영숙의 ‘잊어도 좋으련만’ 등이 함께 실렸고 마지막에 방주연의 ‘사랑하는 까닭에’가 배치돼 있다.
따라서 OL-949는 이 노래가 처음 음반에 실린 시점이라기보다 방주연의 ‘사랑하는 까닭에’를 음반의 표제곡으로 끌어올려 송대관의 ‘사랑은 슬픈 이야기’와 짝지은 음반으로 보는 편이 자료의 흐름에 맞는다.
같은 제목의 정훈희 노래와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문제가 하나 더 생긴다. ‘사랑하는 까닭에’라는 제목의 노래가 방주연 이전에도 오아시스 음반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ManiaDB의 오아시스 OL-793 ‘바보같은 사나이 / 바다가 육지라면’ 자료를 보면 1971년 2월 1일자로 정리된 이 음반의 Side A 마지막에 정훈희의 ‘사랑하는 까닭에’가 들어 있다.
또 오아시스 음반번호 목록에는 이보다 앞선 OL-803에 ‘이성·안지훈 – 사랑하는 까닭에 / 눈물없이 헤어져요’라는 제목까지 나타난다.
따라서 제목만으로 모든 ‘사랑하는 까닭에’를 같은 작품으로 묶어서는 안 된다. 방주연이 부른 판본의 음원과 원반을 기준으로 확인해야 한다. 특히 다른 가수의 작사·작곡 정보를 그대로 방주연판에 붙이는 것은 피해야 한다.
1971년의 방주연, 여러 합동 LP를 오가던 시기
방주연은 이 무렵 오아시스 음반에서 매우 자주 이름을 보인다. ‘꽃과 나비’를 비롯해 ‘슬픈 연가’, ‘내가 바보였나’, ‘후회’, ‘돌아온 편지’ 등이 1970년 말부터 1971년 사이 여러 독집과 합동음반에 수록됐다.
1971년 5월 13일 음반에서는 ‘돌아온 편지’가 정은숙·김훈의 ‘잊지 마세요 / 떠났다 모두가’에 들어갔고, 다른 정진성·박성규 작곡집에는 ‘후회’가 수록됐다. 7월에는 OL-959 ‘잊어주리다 / 행복을 빌어주세요’, 이후에는 ‘정’, ‘당신은 미워요’, ‘그대 변치 않는다면’ 등이 이어졌다.
이런 음반 이력은 1971년 방주연의 노래가 한 장의 독집에만 머물지 않고 오아시스의 여러 합동음반과 작곡집을 통해 계속 유통됐음을 보여준다.
한 곡이 다른 음반에서 표제곡이 되던 방식
‘사랑하는 까닭에’의 이동은 당시 오아시스 LP 제작방식을 살펴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앞선 음반에서는 여러 수록곡 가운데 하나였던 노래가 다음 음반에서는 다른 가수의 대표곡과 짝을 이뤄 음반 제목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이미 취입한 음원을 새로운 조합으로 다시 묶는 방식이다.
OL-949가 바로 그런 사례다. 송대관의 ‘사랑은 슬픈 이야기’를 한쪽 대표곡으로 놓고 방주연의 ‘사랑하는 까닭에’를 다른 쪽 대표곡으로 선택했다. 여기에 김태희·나훈아·신희성·정소영·배성·정은숙의 기존 레퍼토리를 함께 구성했다.
방주연의 ‘사랑하는 까닭에’는 그래서 1971년 6월 23일이라는 날짜 하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노래다. 앞선 오아시스 LP에 이미 방주연의 노래로 모습을 드러냈고, OL-949에 이르러 송대관의 ‘사랑은 슬픈 이야기’와 나란히 음반의 얼굴이 됐다. 같은 제목의 다른 가수 노래까지 존재하는 만큼, 오래된 음반에서는 제목보다 가수와 원반번호를 함께 확인해야 그 노래가 걸어온 길을 제대로 찾을 수 있다.
송대관의 ‘사랑은 슬픈 이야기’는 1971년 오아시스레코드 OL-949 ‘송대관·방주연 – 사랑은 슬픈 이야기 / 사랑하는 까닭에’의 첫 곡이자 대표곡이다. 정주희가 작사와 작곡을 모두 맡았으며, 사랑하다 헤어지고 나면 결국 남는 것은 슬픈 이야기라는 내용을 담았다. 이 음반에서 송대관은 ‘가슴아픈 두사람’, ‘세월이 약이겠지요’까지 세 곡을 연속으로 맡았다. 훗날 ‘해뜰날’과 ‘네박자’로 널리 알려진 송대관의 1970년대 초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원반이다.
오아시스레코드 음반번호 자료에는 OL-949가 ‘송대관 방주연 [사랑은 슬픈 이야기 / 사랑하는 까닭에]’로 기록돼 있고 발매일은 1971년 6월 23일로 정리돼 있다. 다만 벅스 송대관 음반목록은 같은 음반을 1971년 5월 22일 발매로 표시한다. 날짜에는 자료 차이가 있지만, 1971년 오아시스 OL-949라는 원반 자체와 수록관계는 서로 일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