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일까 – 황규현 –
황규현의 ‘누구일까’는 1971년 5월 10일 성음에서 나온 음반 ‘매혹의 하이보이스 황규현 – 누구일까?’의 첫 곡이자 대표곡이다. 음반번호는 DG-가-33. 앞면 다섯 곡을 모두 황규현이 부르고 뒷면에서도 ‘애원’과 ‘너는 나’를 맡았으며, 라나에로스포·조애희·이정화의 노래가 함께 실렸다. 1970년 ‘애원’으로 자신의 첫 음반을 냈던 황규현이 이듬해 내놓은 두 번째 주요 음반이다.
성음 제작소 음반번호 자료에는 DG-가-33을 ‘매혹의 하이보이스 황규현 [누구일까]’로 기록하고 발매일을 1971년 5월 10일로 정리해 놓았다. ManiaDB 황규현 자료에서도 이 작품은 1971년 성음에서 나온 황규현 2집 ‘누구일까?’로 분류돼 있다.
황규현 ‘누구일까’, 1971년 두 번째 음반의 첫 곡
당시 실물 LP의 수록곡을 확인할 수 있는 라이브레코드 음반자료를 보면 수록순서는 비교적 분명하다.
- Side A 1. 황규현 – 누구일까?
- Side A 2. 황규현 – 밀어
- Side A 3. 황규현 – 빗소리
- Side A 4. 황규현 – 그대 떠난후
- Side A 5. 황규현 – 바람의 거리
- Side B 1. 황규현 – 애원
- Side B 2. 황규현 – 너는 나
- Side B 3. 라나에로스포 – 사랑해
- Side B 4. 조애희 – 그사람 바보야
- Side B 5. 이정화 – 싫어
전체 열 곡 가운데 일곱 곡이 황규현의 노래다. 특히 Side A는 다섯 곡 전부를 황규현에게 배정했고 그 첫 자리에 ‘누구일까’를 놓았다. 여러 가수가 일부 참여하기는 했지만 음반의 중심이 황규현이었다는 사실은 수록구성만으로도 분명하다.
후대 음반 데이터베이스가 이 작품을 황규현의 2집으로 분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년도 음반의 대표곡 ‘애원’까지 Side B 첫 곡으로 다시 가져오면서 1971년의 새로운 노래들을 한 장에 묶었다.
‘애원’ 다음에 찾아온 ‘누구일까’
황규현의 음반활동을 한 해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성음 DG-가-12가 나온다. 성음 음반목록은 이 음반을 ‘황규현·박진하 [애원 / 빗속의 추억]’으로 기록하며 발매일을 1970년 1월 20일로 정리한다.
‘애원’은 떠나버린 사람을 다시 부르며 소식이라도 전해 달라고 호소하는 노래였다. 황규현의 높은 음역과 호소력 있는 창법을 기억하게 만든 초기 레퍼토리 가운데 하나였고, 1971년 ‘누구일까’ 음반에도 다시 실렸다.
실제로 1971년 음반의 재킷에는 황규현을 ‘매혹의 하이보이스’라고 내세웠다. 단순한 후대의 별명이 아니라 당시 음반 자체가 가수의 목소리를 홍보하는 표현으로 사용했던 문구다.
2023년 한겨레의 LP 수집 기사에서도 이 음반을 ‘매혹의 하이보이스 황규현 누구일까?’라는 성음의 1971년 LP로 소개하면서 황규현이 ‘애원’ 등으로 인기를 얻었던 가수였다고 설명한다. 당시 음반의 실물 재킷이 후대까지 남아 있다는 점에서도 참고할 만한 기록이다.
포가이스와 플레이보이, 쉐그린을 거친 황규현
‘누구일까’가 황규현의 음악 경력 전체의 출발점은 아니었다. 솔로 음반 이전에 여러 그룹 활동의 흔적이 남아 있다.
ManiaDB의 황규현 인물자료는 그를 1947년 3월 20일 서울 약수동 출생으로 기록한다. 활동경력에는 1967년 포가이스, 1968년 플레이보이, 1968~1969년 무렵의 쉐그린이 올라 있다.
특히 초기 쉐그린과의 관계가 눈에 띈다. 후대에 쉐그린은 이태원과 전언수의 듀오로 널리 알려졌지만 결성 초기의 인적 구성은 한 번에 고정된 것이 아니었다. 황규현과 조동진 등의 이름이 초기 활동자료에서 함께 나타난다.
따라서 1971년의 ‘누구일까’는 무대 경험이 거의 없던 신인의 첫 녹음으로 보기 어렵다. 여러 그룹을 거쳐 1970년 ‘애원’을 발표하고, 이듬해 자신의 이름과 목소리를 전면에 내건 음반을 다시 만든 흐름 속에 놓인다.
한 장에 담긴 황규현의 여러 색깔
‘누구일까’ 음반의 Side A를 살펴보면 제목부터 분위기가 다양하다. 대표곡 ‘누구일까’에 이어 ‘밀어’, ‘빗소리’, ‘그대 떠난후’, ‘바람의 거리’가 차례로 이어진다.
그 가운데 ‘밀어’는 음반 데이터베이스에서 ‘A Place In The Sun’이라는 원제와 함께 표시된다. 당시 국내 음반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외국곡 번안 레퍼토리가 황규현의 음반에도 들어 있었던 것이다.
ManiaDB에는 ‘누구일까’의 재생시간이 약 3분 21초, ‘밀어’는 약 2분 26초, ‘빗소리’는 약 3분 55초, ‘바람의 거리’는 약 3분 54초로 정리돼 있다.
이런 곡목을 보면 황규현의 1971년 음반은 한 가지 정통 트로트 색깔로만 구성된 작품이 아니었다. 1960년대 후반 그룹 활동과 당시 청년가요·팝 번안문화의 경험을 가진 가수가 자신의 높은 음색을 중심으로 여러 스타일의 노래를 한 장에 모은 음반에 가까웠다.
라나에로스포의 ‘사랑해’도 같은 LP에 있었다
Side B 후반의 구성은 이 음반을 1971년 대중음악의 작은 단면처럼 보이게 한다. 황규현의 ‘애원’과 ‘너는 나’ 다음에 라나에로스포의 ‘사랑해’, 조애희의 ‘그사람 바보야’, 이정화의 ‘싫어’가 차례로 실렸다.
라나에로스포의 ‘사랑해’는 특히 의미가 있다. ManiaDB 라나에로스포 자료는 이 그룹의 결성을 1970년, 데뷔를 1971년 ‘사랑해’로 정리하며 이 곡의 초기 수록음반으로 바로 황규현의 ‘누구일까?’를 제시한다.
이후 오랫동안 불린 ‘사랑해’의 초기 음반 흔적이 황규현의 LP 안에 함께 있었던 것이다.
조애희의 ‘그사람 바보야’와 이정화의 ‘싫어’도 같은 음반에 실렸다. 이정화는 이미 1969년 신중현과 함께 ‘봄비’, ‘꽃잎’ 등을 녹음했던 가수다. 서로 다른 음악적 이력을 가진 가수들이 황규현의 음반 뒷면에서 만났다.
50년 뒤 희귀 LP로 다시 등장한 ‘누구일까’
이 음반은 반세기가 지난 뒤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다시 언론에 등장하기도 했다.
2023년 한겨레의 LP 수집 기사에는 서울 동묘에서 우연히 발견한 오래된 음반 가운데 ‘매혹의 하이보이스 황규현 누구일까?’가 포함돼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기사는 당시 이 음반을 재킷까지 갖춘 미개봉품의 경우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희귀 LP로 소개했다. 1971년 당시의 판매량을 보여주는 기록은 아니지만, 오랜 세월 뒤 이 음반이 한국 대중음악 수집가들의 관심을 받는 희귀반이 됐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실제로 현재의 중고 LP 자료에서도 성음 1971년판은 ‘황규현(누구일까/애원)/이정화(싫어)’ 등의 이름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실물음반을 통해 당시 수록곡 순서도 확인할 수 있다.
1971년 스물네 살 황규현의 목소리
황규현은 1947년생이다. ‘누구일까’가 나온 1971년 봄에는 스물네 살의 젊은 가수였다.
그때까지 이미 포가이스와 플레이보이, 초기 쉐그린을 거쳤고 1970년에는 ‘애원’을 앞세운 첫 주요 솔로 음반을 냈다. 그리고 1971년 5월 성음은 그의 목소리를 아예 ‘매혹의 하이보이스’라고 재킷에 적어 두 번째 음반을 내놓았다.
그 음반의 첫 홈에 놓인 노래가 ‘누구일까’였다. 이어 ‘밀어’, ‘빗소리’, ‘그대 떠난후’, ‘바람의 거리’가 한쪽 면을 온전히 채웠고, 반대편에는 전작의 ‘애원’까지 다시 실렸다.
오늘날 황규현의 이름을 한두 곡의 옛 가요로만 기억한다면 1971년의 실물 LP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여러 그룹을 거쳐 솔로로 나온 젊은 가수가 자신의 높은 목소리를 전면에 내세우고 한쪽 면 전체를 자신의 신곡으로 채웠다. ‘누구일까’는 바로 그 음반의 맨 앞에서 황규현이라는 이름을 다시 알렸던 노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