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 박일남 –

박일남의 ‘정’은 1971년 초 오아시스레코드에서 나온 OL-874 《박일남 스테레오 힛트 제1집》의 앞면 첫 곡으로 실린 노래다. 떠난 사람보다 그 사람이 남겨 놓고 간 ‘정’을 더 아프게 붙드는 가사가 이 곡의 중심에 놓여 있다.

이 노래는 후대의 박일남 베스트 음반과 가요 선집에 여러 차례 다시 수록되면서 오래 알려졌지만, 원래 자리를 찾으려면 1971년 초의 오아시스 LP로 돌아가야 한다. 현재 확인되는 오아시스 음반목록은 OL-874를 1971년 1월 12일 발매 기록으로 싣고 있으며, 같은 음반의 다른 판본 또는 유통 시점으로 보이는 2월 25일 날짜도 함께 남아 있다. 오아시스 음반목록 보기

‘정’이 처음 자리한 박일남 스테레오 힛트 제1집

OL-874의 구성은 앞면에 ‘정’, ‘내마음 머무는 곳’, ‘흐느끼는 눈동자’, ‘무정한 사람’, ‘다시 또 안녕히’를 담고, 뒷면에는 ‘갈대의 순정’, ‘엽서 한장’, ‘그리운 희야’, ‘야간열차’, ‘물새야 울지마라’를 배치했다. 실물 음반을 소개하는 수집 자료와 음반목록이 이 구성을 서로 확인해 준다. OL-874 수록곡과 음반 자료 보기

이 배열만 보아도 《스테레오 힛트 제1집》은 새 노래만을 모은 음반이라기보다 박일남이 앞서 불러온 곡들과 당시의 신곡을 함께 묶은 성격이 강하다. 특히 ‘갈대의 순정’은 이미 1960년대 박일남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던 곡이어서, 1971년의 ‘정’은 기존 인기곡과 함께 새 음반의 앞면 첫머리에 놓인 노래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 박일남의 음반목록에서도 이 LP는 1971년 1월 12일 정규음반으로 정리돼 있다. 박일남 음반목록 보기

작사·작곡 표기에서 생긴 혼선

‘정’의 작사·작곡 정보는 후대 자료에서 서로 다르게 적힌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일부 온라인 자료는 박일남 작사·심성락 작곡으로 소개하지만, OL-874를 바탕으로 음반 이미지를 함께 제시한 수집 자료는 박성규 작사·박성규 작곡으로 기록하고 있다. 오아시스가 남긴 후대 음원 자료에서도 같은 가사의 박일남 ‘정’을 박성규 작사·작곡으로 표기한다. 벅스 곡 정보 보기

또한 1971년 OL-943 《박성규 작곡집 – 해변의 여인 / 가슴아픈 사람끼리》에도 박일남의 ‘정’이 다시 수록된다. 이 음반에는 나훈아의 ‘해변의 여인’, 조미미의 ‘시집갈래요’, 하중하의 ‘가슴아픈 사람끼리’ 등 박성규 작품들이 한데 묶였고, 박일남의 ‘정’은 앞면 다섯 번째 곡에 자리한다. 이런 재수록 관계까지 함께 보면 ‘정’을 박성규 작품으로 보는 근거가 더 강하다. 박성규 작곡집 음반 보기

1971년의 박일남, 예전 히트곡과 새 노래가 만난 시기

박일남은 ‘정’이 나오기 전부터 이미 ‘갈대의 순정’, ‘엽서 한장’, ‘그리운 희야’ 같은 노래를 음반에 남기고 있던 가수였다. 서울역사박물관 소장목록에도 박일남의 ‘갈대의 순정’ 관련 음반들이 1960년대 자료로 정리돼 있어, 1971년의 박일남을 갓 등장한 신인으로 볼 수는 없다.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음반목록 보기

OL-874는 이런 기존 레퍼토리를 뒷면에 모으면서 ‘정’을 앞면 첫 곡에 올렸다. 이후 ‘정’은 같은 해 오아시스 히트송 선집에도 다시 실렸다. 1971년 10월 24일 발매로 정리된 OL-993 《오아시스 히트송선집 제3집》에서는 이수미의 ‘배 떠나네’, 펄시스터즈의 ‘비밀’ 등과 함께 뒷면 두 번째 곡으로 수록돼 있다. 오아시스 히트송선집 제3집 보기

‘정’에 담긴 이야기

가사는 복잡한 사건을 여러 장면으로 펼치지 않는다. 화자는 자신을 버리고 말없이 떠난 사람을 향해, 떠날 것이라면 남겨진 ‘정’까지 가져가라고 말한다. 헤어짐 자체보다 떠난 뒤에도 지워지지 않는 관계의 흔적이 더 큰 고통으로 남는 구조다.

두 절의 흐름도 거의 같은 형태로 반복된다. 첫 부분에서는 돌아서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다음 부분에서는 ‘사나이 가슴’의 상처가 강조된다. 박일남이 여러 노래에서 보여주던 낮고 무게 있는 남성 화자의 어법과도 잘 맞는 가사다. 현재 공개된 음원 자료에서도 이 가사의 기본 골격은 같은 형태로 확인된다. ‘정’ 곡 정보와 가사 보기

한 곡이 여러 음반으로 이동한 기록

‘정’은 1971년 OL-874에 머물지 않았다. 같은 해 박성규 작곡집과 오아시스 히트송 선집으로 옮겨 갔고, 1973년 박일남의 《그렇게는 안될꺼야 / 추억의 그림자》에도 다시 들어갔다. 이후 1983년 《오리지날 힛송 총결산집》에서는 ‘갈대의 순정’, ‘엽서 한장’에 이어 세 번째 곡으로 실렸다. 1983년 오리지날 힛송 총결산집 음반 보기

이처럼 여러 시기의 음반에 반복 수록된 까닭에 후대 디지털 음원이나 베스트 음반의 날짜를 최초 발표일로 오해하기 쉽다. ‘정’의 출발점은 1980년대 재편집 음반이나 현대 음원 서비스가 아니라 1971년 초의 OL-874로 보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

시간이 지나 다시 듣는 박일남의 ‘정’

박일남의 ‘정’은 떠난 사람을 원망하는 노래이면서도, 실제로는 그 사람이 남겨 두고 간 감정을 붙잡고 있는 노래다. 1971년 초 그의 기존 히트 레퍼토리와 새 노래를 함께 묶은 음반의 첫 곡으로 자리했고, 그 뒤 여러 오아시스 선집과 박일남의 재편집 음반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이 노래의 위치를 분명하게 해 주는 것은 후대의 인기 수식어보다 음반의 이동 경로다. OL-874의 앞면 첫 곡에서 시작해 같은 해 작곡집과 히트송 선집으로 거듭 옮겨 간 기록은, ‘정’이 박일남의 1970년대 초 레퍼토리에서 꾸준히 다뤄졌던 노래였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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