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있거라 나는 간다 – 이미자 –
이미자 ‘잘 있거라 나는 간다’, 고향을 등지는 순간
노래는 작별인사로 시작한다. 화자는 고향의 뒷동산과 소나무, 연못을 뒤로하고 길을 나선다.
떠나는 이유는 분명하다. 사랑하는 임을 찾아가기 위해서다. 계절이 지나면 봄은 다시 돌아오지만 자신은 고향으로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머물지 않고 임을 찾아 떠난다.
두 번째 흐름에서는 목적지가 더욱 선명해진다. 산도 낯설고 물도 낯선 타향이지만 그곳에 그리운 사람이 있다. 화자는 사랑하는 사람과 새로운 희망을 찾아 길을 나선다.
떠나는 사람 뒤에 남은 가족
이 노래가 일반적인 연인과의 이별가와 다른 것은 마지막에 가족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화자는 고향을 떠나면서 어머니와 언니를 부른다.
즉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가는 길은 동시에 가족과 고향을 떠나는 길이다. 한쪽에는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익숙한 사람과 장소를 두고 가야 하는 슬픔이 있다.
그래서 제목의 ‘잘 있거라’는 임에게 하는 작별이 아니다. 화자가 떠나며 자신이 살아온 고향을 향해 건네는 인사에 가깝다.
1971년 고봉산 작곡집의 여러 여행
같은 음반의 ‘유달산아 말해다오’에서는 먼 길을 지나 옛 장소로 돌아온 사람이 등장한다. ‘잘 있거라 나는 간다’에서는 반대로 고향을 떠나는 사람이 나온다.
‘오동추야’에서는 한양으로 떠난 낭군을 기다리고, 남일수의 ‘두 갈래 길’과 은방울자매의 ‘혼자 가는 길’처럼 ‘길’을 제목에 넣은 작품도 함께 있다.
이 곡들이 처음부터 하나의 여행 서사로 기획됐다고 볼 자료는 없지만, 1971년 고봉산 작곡집에 떠남과 기다림, 길과 고향을 소재로 한 제목이 여럿 모여 있었던 것은 실제 수록목록에서 확인된다.
돌아올 날을 모른 채 떠나는 이미자의 목소리
이미자는 수많은 노래에서 떠나는 사람과 남겨진 사람을 모두 불렀다. ‘잘 있거라 나는 간다’에서는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직접 길을 나서는 사람의 목소리를 맡는다.
고향을 떠나는 것이 슬프지만 목적지는 분명하다. 임이 있는 곳으로, 새로운 희망이 있는 곳으로 간다. 돌아올 날짜는 알 수 없다.
이미자의 ‘잘 있거라 나는 간다’는 그 짧은 순간을 붙잡은 노래다. 뒷동산과 소나무, 연못과 가족에게 작별을 고하고 낯선 타향으로 향하는 한 사람. 1971년 고봉산 작곡집에는 그렇게 이미자가 부른 또 하나의 ‘떠나는 길’이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