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슬픈 이야기 – 송대관 –

송대관 ‘사랑은 슬픈 이야기’, OL-949의 첫 곡

이 음반의 실제 음원 구성은 음반사 자료로도 확인된다. 오아시스레코드 공식 채널의 OL-949 복원음원은 원본 마스터테이프를 24bit/96kHz로 디지털 복원했다고 밝히면서 열 곡을 당시 음반 순서에 따라 공개하고 있다.

첫 곡은 송대관의 ‘사랑은 슬픈 이야기’다. 이어 ‘가슴아픈 두사람’, ‘세월이 약이겠지요’까지 송대관의 목소리가 세 곡 연속으로 흐른다.

그 뒤에는 김태희의 ‘남천강 사랑’, 나훈아의 ‘폭풍을 몰고온 세사나이’가 나오고, 방주연의 ‘사랑하는 까닭에’, 신희성의 ‘비내리는 퇴계로’, 정소영의 ‘행복을 빌어주네’, 배성의 ‘사랑은 미련을 두고’, 정은숙의 ‘잊지 마세요’가 이어진다.

여러 가수가 참여했지만 첫 세 곡을 송대관에게 연속으로 배정하고 그의 ‘사랑은 슬픈 이야기’를 음반 제목의 앞자리에 놓았다. 1971년 당시 송대관에게 이 노래가 어떤 위치로 제시됐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주희가 작사와 작곡을 모두 맡은 노래

‘사랑은 슬픈 이야기’는 정주희 작사·정주희 작곡으로 전한다. 1971년 송대관 ‘사랑은 슬픈 이야기’ 음원자료에서도 같은 창작자 정보가 확인된다.

정주희는 1960~70년대 작곡가로 활동하며 여러 가수의 작품을 만들었다. 오아시스 음반목록에도 그의 이름을 내건 작곡집이 따로 확인된다. OL-836은 ‘정주희 작곡집 – 정을 주던 사랑 / 사나이 순정’, OL-964는 ‘정주희 작곡집 – 떠나는 여인 / 미련도 후회도 없다’로 남아 있다.

‘사랑은 슬픈 이야기’에서는 작곡뿐 아니라 직접 노랫말까지 맡았다.

다른 사람의 이별 이야기가 자신의 이야기가 되다

노래의 구성은 재미있다. 화자는 처음부터 자신의 사랑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먼저 사랑 때문에 가슴 아파하던 한 여인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한다. 그 여인은 사랑이라는 것이 슬픈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당시에는 다른 사람의 사연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화자 자신이 울고 있다. 사랑하다 헤어지고 나니 그때 들었던 말이 자신의 현실이 됐다.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고 다시 보고 싶어 한다.

두 번째 흐름에서도 같은 방식이 반복된다. 이번에는 사랑 때문에 울었다는 다른 남자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그리고 결국 자신 역시 같은 슬픔 속에 서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그래서 제목 ‘사랑은 슬픈 이야기’는 한 사람의 특별한 비극을 뜻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서 들었던 사랑의 슬픔이 어느 날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는 구조다.

‘세월이 약이겠지요’와 함께 실린 송대관의 초기 모습

OL-949의 세 번째 곡 ‘세월이 약이겠지요’는 송대관에게 중요한 초기 레퍼토리다. 그런데 이 작품 역시 OL-949에서 처음 발표된 것은 아니다.

송대관은 앞서 오아시스 OL-865 ‘정경일·송대관 – 아내여 참아주오 / 세월이 약이겠지요’에서 이미 이 노래를 표제곡으로 불렀다. 벅스 송대관 음반자료에도 ‘아내여 참아주오 / 세월이 약이겠지요’가 OL-949보다 앞선 음반으로 남아 있다.

따라서 OL-949는 당시 송대관의 기존 노래와 새롭게 전면에 내세운 ‘사랑은 슬픈 이야기’를 한데 묶은 성격을 갖는다.

이 시기의 송대관을 1975년 ‘해뜰날’ 이후의 이미지로만 바라보면 초기 음반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1970년대 초 그는 오아시스에서 ‘세월이 약이겠지요’, ‘사랑은 슬픈 이야기’, ‘가슴아픈 두사람’ 같은 정통 이별가를 부르고 있었다.

다른 박성규·정진성 작곡집에도 다시 등장하다

‘사랑은 슬픈 이야기’는 OL-949 한 장에 머물지 않았다.

1971년 오아시스의 정진성·박성규 작곡집 ‘잊지 못할 여인 / 임 찾아 왔는데’에도 이 노래가 다시 수록됐다. 실물 LP 자료를 보면 이상열의 ‘잊지 못할 여인’, ‘꿈속의 고향’, 조미미의 ‘먼데서 오신 손님’, 최동길의 ‘눈물이 보일까봐’, 김태희의 ‘빗속의 눈물’이 한쪽 면에 들어 있다.

반대편에는 변철의 ‘임찾아 왔는데’, ‘내 진정 당신만을’, 방주연의 ‘후회’가 나오고 그 다음에 송대관의 ‘사랑은 슬픈 이야기’, 정훈희의 ‘마음은 짚시’가 이어진다.

즉 송대관의 노래는 자신의 이름이 표제에 오른 OL-949뿐 아니라 다른 작곡집에도 재편성됐다.

오아시스 힛트쏭 선집 제5집에도 들어가다

1971년 7월 26일 발매된 것으로 정리되는 오아시스 힛트쏭 선집 제5집 OL-961에도 이 작품이 다시 등장한다.

OL-961 실물음반 자료에서는 나훈아의 ‘가지 마오’로 시작해 김태희의 ‘빗속의 눈물’, 조영남의 ‘그리운 내 사랑아’, 강소희의 ‘잃어버린 그 사람’이 이어지고 다섯 번째에 송대관의 ‘사랑은 슬픈 이야기’가 배치돼 있다.

벅스의 ‘오아시스 힛트쏭 제5집’ 디지털 복원판에서도 같은 수록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작품은 같은 해 후반에 나온 조미미·나훈아의 ‘사랑은 장난이 아니랍니다 / 머나먼 고향’에도 다시 수록됐다. 한 해 동안 서로 다른 구성의 오아시스 LP에 반복해서 선택된 것이다.

‘해뜰날’보다 몇 해 앞선 송대관

송대관의 이름은 오늘날 1975년 ‘해뜰날’을 빼놓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하지만 ‘사랑은 슬픈 이야기’가 나온 것은 그보다 약 네 해 앞선 시기다.

이때의 원반을 살펴보면 훗날의 대표곡과는 또 다른 송대관을 만날 수 있다. ‘세월이 약이겠지요’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사랑의 슬픔도 잊힐 것이라고 위로하고, ‘사랑은 슬픈 이야기’에서는 다른 사람에게서 들었던 이별의 아픔이 결국 자신의 이야기가 됐다고 노래한다.

그리고 오아시스는 이 작품을 OL-949의 첫 곡과 표제로 내세운 뒤 다른 작곡집과 히트곡 선집에도 거듭 수록했다. 구체적인 판매량이나 방송순위를 추정할 필요 없이, 원반의 반복 수록 자체가 이 노래가 당시 음반사의 주요 레퍼토리 가운데 하나로 계속 활용됐음을 보여준다.

송대관의 ‘사랑은 슬픈 이야기’는 사랑의 슬픔을 특별한 한 사람만의 사연으로 만들지 않는다. 다른 누군가가 사랑 때문에 울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사람이 어느 날 자신도 똑같은 이별 앞에서 울게 된다. 1971년 OL-949의 첫 홈에서 시작한 이 노래는 그해 여러 오아시스 LP를 옮겨 다녔고, 훗날 ‘해뜰날’로 큰 전환점을 맞기 전 송대관이 어떤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지를 들려주는 초기 음반 기록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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