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남이라면 – 강소희 –
‘차라리 남이라면’과 다른 강소희의 목소리
같은 박춘석 작곡집에서 강소희가 부른 ‘차라리 남이라면’은 떠난 사랑을 잊지 못하는 연정가다. 반면 ‘고향이 그리워지면’에서는 그리움의 대상이 연인에서 고향과 가족으로 바뀐다.
두 곡은 1971년 JLS-120457에서도 나란히 남았다. 하나는 사람을 향한 그리움이고 다른 하나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어린 시절과 고향을 향한 그리움이다.
강소희의 ‘고향이 그리워지면’은 봄꽃과 가을 낙엽, 어린 시절 친구와 추석날 가족을 차례로 불러낸다. 박춘석 작곡집의 재편성을 거쳐 1971년 ‘못잊을 당신 / 빗속에서 누가 우나’에도 다시 실리면서, 강소희가 남긴 고향 노래 한 곡이 오래된 LP 두 장의 기록 속에 함께 남게 됐다.
강소희의 ‘차라리 남이라면’은 박춘석 작곡집에서 강소희를 대표했던 작품 가운데 하나다. 정진우 감독의 1969년 영화 ‘차라리 남이라면’과 연결된 영화주제가로 전하며, 이후 1971년 6월 10일 지구레코드 JLS-120457 ‘못잊을 당신 / 빗속에서 누가 우나’에도 다시 수록됐다. 미워할수록 오히려 더 그리워지는 사람을 두고, 차라리 처음부터 남이었다면 이렇게 아프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노래다.
강소희 ‘차라리 남이라면’, 영화와 함께 남은 노래
한국영상자료원 ‘차라리 남이라면’ 자료에 따르면 영화는 정진우 감독 작품으로 1969년 제작됐으며 김지미, 문희, 김진규, 황승진, 이향 등이 출연했다.
영화는 가정이 있는 남자 윤철호와 순실을 중심으로 복잡한 관계와 이별을 그린 멜로드라마다. 순실은 마지막으로 목소리라도 듣고 싶다며 철호에게 전화를 걸고, 두 사람의 관계는 결국 행복한 결말로 이어지지 않는다.
후대의 가요자료에서는 강소희의 ‘차라리 남이라면’을 이 영화의 주제가로 기록한다. 1971년 박춘석 작곡집을 다룬 가요자료에서도 이 작품에 ‘영화주제가’라는 설명을 붙이고 있다.
남이 아닌 사람이기에 더 아프다
벅스의 ‘차라리 남이라면’에 남은 노랫말에서 화자는 떠난 사람을 미워하려 한다. 하지만 미워하면 할수록 오히려 그리움이 커진다.
꿈속에서도 그 사람을 찾아 헤매고, 잊으려 할수록 보고 싶어진다. 그래서 차라리 아무 관계도 없는 남이었다면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제목의 의미도 여기에 있다. 남이라서 슬픈 것이 아니라 남이 아닌 사람이 이제 남처럼 되어버렸기 때문에 아픈 것이다.
실미도의 기억 속에도 등장한 강소희의 노래
이 작품에는 뜻밖의 후대 기록도 하나 남아 있다. 프레시안의 실미도 생존자 취재기사에는 당시 부대에서 근무했던 김양구 씨가 강소희의 ‘차라리 남이라면’을 즐겨 불렀다는 현지 주민의 회고가 등장한다.
주민은 그가 오락시간에 강소희의 노래를 불러 박수를 받았고, ‘강소위’라는 호칭과 가수 강소희의 이름이 비슷해 오랫동안 기억했다고 전했다.
이것을 당시 전국적인 인기순위의 증거로 확대할 수는 없다. 다만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 실제 생활공간에서 이 노래가 불렸음을 보여주는 드문 회고자료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1971년 JLS-120457에 다시 들어가다
‘차라리 남이라면’은 이후 1971년 박춘석 작곡집 JLS-120457에도 다시 수록됐다.
이 음반에서는 이미자의 영화주제가 ‘못잊을 당신’을 앞세우고, 이미자·이현·남진·강소희의 작품 열 곡을 한 장에 묶었다. 강소희의 ‘차라리 남이라면’은 Side B 네 번째, ‘고향이 그리워지면’은 마지막 곡이었다.
강소희의 ‘차라리 남이라면’은 영화주제가에서 출발해 박춘석 작곡집을 거듭 오가며 남은 노래다. 사랑했던 사람을 미워하려 해도 그리움만 깊어지는 역설적인 마음, 그리고 ‘차라리 남이었다면’이라는 한마디가 이 오래된 노래의 이야기를 거의 모두 말해준다.
남진의 ‘기다리고 있었다’는 박춘석 작곡집 ‘빗속에서 누가 우나’에 실렸고, 1971년 6월 10일 지구레코드 JLS-120457 ‘못잊을 당신 / 빗속에서 누가 우나’에도 다시 수록된 작품이다. 같은 음반에서 남진은 ‘빗속에서 누가 우나’, ‘파도의 부르스’, ‘기다리고 있었다’ 세 곡을 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