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의 길 – 김상희 –
‘아카시아의 길’의 가장 이른 1970년 음반 기록
오아시스 음반목록에서 OL-797 《토요일과 일요일 사이 / 너무합니다》는 1970년 10월 1일 발매된 것으로 정리돼 있다. 이 음반의 Side A는 김상희의 ‘토요일과 일요일 사이’로 시작하고, 두 번째 곡에 ‘아까시아의 길’이 놓였다. Side B에는 신호의 ‘너무합니다’와 ‘여자의 사랑이란’이 이어진다. 오아시스 음반번호·발매 기록
현대 디지털 복원판에서도 같은 배열이 확인된다. 김상희의 ‘토요일과 일요일 사이’ 다음에 ‘아까시아의 길’이 들어가고, 배성·이영숙·이상열의 노래를 거쳐 뒷면에는 신호의 두 곡이 놓이는 10곡짜리 합집 구조다. OL-797 디지털 복원 음반
따라서 2010년대 이후의 디지털 등록일을 이 곡의 발표 시점으로 볼 수 없다. 적어도 1970년 10월 초 실물 LP 계열의 수록 기록이 앞서 존재한다.
11월에는 음반 제목에까지 올라온 김상희의 노래
1970년 11월 20일 발매된 오아시스 OL-820 《가지마오 / 아카시아의 길》에서는 이 곡의 위치가 한층 두드러진다. Side A 첫 곡은 박철의 ‘가지마오’, Side B 첫 곡은 김상희의 ‘아카시아의 길’이며 두 곡명이 그대로 음반 제목에 사용됐다. OL-820 음반 수록곡 자료
OL-820의 전체 구성은 박철 ‘가지마오’, ‘한없이 괴로워도’, 김부자 ‘찾아온 천리길’, 나훈아 ‘비에 젖은 여인’, 김상희 ‘당신이 그리워질때’가 앞면을 채우고, 뒷면에는 김상희 ‘아카시아의 길’, 에보니스 ‘모래위에 발자욱’, 리타김 ‘기적’, 김부자 ‘노들강변’, 신호 ‘여자의 사랑이란’이 실렸다. 단독 독집이 아니라 여러 가수를 조합한 전형적인 합집 LP였다.
벅스의 복원 음반에서도 ‘아까시아의 길’은 여섯 번째 트랙, 곧 원반의 뒷면 첫 곡에 해당하는 위치로 확인된다. 현대 서비스가 붙인 ‘타이틀곡’ 표기와 2013년 등록일은 원반의 1970년 발매 상황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OL-820 디지털 복원 자료
한 달 안에 다시 이어진 재수록
김상희의 ‘아까시아의 길’은 OL-820에서 끝나지 않았다. 1970년 11월 28일 오아시스 OL-825 《밤에 우는 새 / 석양의 불청객》에도 Side A 네 번째 곡으로 다시 등장한다. 이수미의 ‘밤에 우는 새’, 박일남의 ‘다시 또 안녕히’ 등과 같은 면에 놓였다. OL-825 음반 자료
10월 초 OL-797, 11월 20일 OL-820, 11월 28일 OL-825까지 이어지는 기록은 당시 오아시스가 이미 녹음된 곡들을 다른 가수의 신곡과 다시 묶어 빠르게 새 LP를 구성했음을 보여준다. ‘아카시아의 길’을 한 장의 특정 음반에만 속한 노래로 보기보다 1970년 가을 김상희의 여러 합집 음반을 관통해 반복된 레퍼토리로 보는 편이 자료에 가깝다.
1970년의 김상희
김상희는 이 시점에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신인은 아니었다. 후대에 정리된 가수 이력에는 1967년 ‘대머리 총각’을 계기로 대중적 인지도를 얻었고 ‘코스모스 피어있는 길’, ‘울산 큰 애기’ 등을 거치며 1960년대 후반부터 주요 가수로 활동한 경력이 기록돼 있다. 김상희 아티스트 자료
그런 배경에서 보면 ‘아카시아의 길’은 김상희의 데뷔를 알린 노래라기보다 이미 여러 대표곡을 발표한 뒤 이어진 1970년 레퍼토리 가운데 하나다. 같은 OL-797에서 ‘토요일과 일요일 사이’를 함께 불렀고, OL-820에서는 ‘당신이 그리워질때’와 ‘아카시아의 길’ 두 곡으로 이름을 올렸다.
같은 음반에 다시 만난 박철과 신호
이번에 함께 확인되는 박철의 ‘한없이 괴로워도’와 신호의 ‘여자의 사랑이란’도 OL-820에 나란히 들어 있다. 다만 세 곡의 발매사는 서로 완전히 같지 않다. 김상희의 ‘아카시아의 길’과 신호의 ‘여자의 사랑이란’은 OL-820보다 앞선 OL-797에서 이미 확인되는 반면, 박철의 ‘한없이 괴로워도’는 현재 확인되는 음반 기록상 OL-820이 중요한 첫 단서다.
한 장의 LP에 여러 가수의 기존곡과 신곡이 섞여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면 1970년 음반을 읽는 방식도 달라진다. 표지에 이름이 함께 적혔다고 해서 모두 같은 날 처음 세상에 나온 곡은 아니었다. ‘아카시아의 길’은 그 차이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곡 가운데 하나다.
시간이 지나 다시 보는 ‘아카시아의 길’
김상희의 ‘아카시아의 길’은 1970년 10월 OL-797에서 확인되고, 11월 OL-820에서는 음반 제목과 뒷면 첫 곡의 자리를 차지했으며, 다시 OL-825에도 수록됐다. 짧은 기간에 세 장의 오아시스 LP를 이어가는 보기 드문 이동 경로가 남아 있다.
오늘 남은 기록의 의미는 거창한 수식보다 이 음반의 이동 자체에 있다. 한 곡이 여러 가수의 새 음반 사이를 오가며 다시 배치되던 시절, ‘아카시아의 길’은 김상희의 목소리로 1970년 가을 오아시스 카탈로그 여러 장에 반복해 남았다.
박철의 ‘한없이 괴로워도’는 1970년 11월 20일 오아시스에서 나온 OL-820 《가지마오 / 아카시아의 길》의 Side A 두 번째 곡이다. 같은 면 첫 곡 ‘가지마오’에 이어 박철이 연속으로 두 곡을 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