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추야 – 이미자 –
이미자 ‘오동추야’, 한양 간 낭군을 기다리는 밤
노래의 첫 장면은 깊은 가을밤이다. 외기러기가 울고 달빛이 방 안으로 스며든다. 화자는 홀로 밤을 지새우며 한양으로 떠난 낭군을 생각한다.
낭군이 건강하게 지내는지 걱정하고, 문풍지가 울 때마다 그리움이 더 깊어진다. 두 번째 흐름에서는 귀뚜라미와 떨어지는 오동잎, 촛불이 등장한다.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화자의 청춘도 함께 지나간다.
‘독수공방’, ‘오매불망’, ‘옥체만강’, ‘일편단심’ 같은 옛 표현이 노래 전체의 시대감을 만든다. 현대의 여인이 아니라 먼 길 떠난 낭군을 집에서 기다리는 옛 여인의 모습을 의도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오동잎과 긴 가을밤
‘오동추야’라는 제목 자체가 오동나무와 가을밤을 결합한다. 노래에서는 오동잎이 창가에 쌓이고 귀뚜라미가 울며 밤이 깊어진다.
계절의 풍경이 단순한 배경에 머물지 않는다. 떨어지는 잎과 길어지는 밤은 기다리는 여인의 시간과 나란히 흐른다.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데 계절은 계속 변한다.
지니의 이미자 ‘오동추야’에서도 같은 이야기 구조와 옛 어휘를 확인할 수 있다.
후대 선집에서도 살아남은 노래
‘오동추야’는 1971년 고봉산 작곡집 이후 이미자의 옛 노래 선집에도 반복해서 수록됐다.
벅스 ‘이미자 옛노래 모음집’에서는 ‘비 내리는 호남선’, ‘아리랑 목동’, ‘가슴 아프게’, ‘동숙의 노래’, ‘돌아가는 삼각지’ 등과 함께 ‘오동추야’를 만날 수 있다.
1977년 ‘이미자 골든 디럭스 5집’에도 다시 들어갔다. 이처럼 여러 선집에 남았다는 사실과 1971년 고봉산 작곡집의 수록기록은 구별해야 한다. 후대 선집의 발매일을 원곡의 최초 발표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미자가 불러낸 옛 여인의 기다림
이미자의 노래에는 항구의 여인, 섬마을 사람, 떠난 임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시대와 장소가 선명한 인물들이 자주 등장한다. ‘오동추야’에서는 그 무대가 더 먼 과거로 옮겨간다.
‘오동추야’의 여인은 한양으로 간 낭군을 기다린다. 달빛과 문풍지, 귀뚜라미와 오동잎, 타들어가는 촛불이 그 긴 시간을 대신 말한다. 1971년 고봉산 작곡집에서 이미자는 그렇게 옛 여인의 기다림을 자신의 목소리로 되살렸다.
이미자의 ‘유달산아 말해다오’는 1971년 고봉산 작곡집 ‘리리의 노래 / 잊을 수 없기에’에 실린 노래로, 목포의 유달산과 노적봉, 삼학도, 영산강을 한 곡 안에 불러낸 작품이다. 오랜 세월 뒤 옛사람을 찾아 다시 온 화자가 변함없이 남아 있는 산과 강을 바라보며 사라진 사람들의 소식을 묻는다.
벅스 ‘유달산아 말해다오’와 지니 음원자료에서 이미자의 가창과 ‘고봉산 작곡집 – 리리의 노래’ 수록 사실, 그리고 노래의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