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 왜 이럴까 – 유정 –
유정 ‘내마음 왜 이럴까’, 여러 예명을 거쳐 만난 박시형
이 노래를 부른 유정의 경력은 196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벅스 유정의 바이오그래피에 따르면 그는 1965년 무렵 이명자라는 이름으로 ‘항구의 무정선’, ‘버들피리’, ‘조각배 이별’ 등을 부르며 활동을 시작했다.
아세아레코드 시기에는 유정희라는 예명으로도 ‘속지 않으리’, ‘월남에 계신 오빠에게’, ‘엄마 찾는 내 동생’ 등을 취입했다. 이후 1960년대 후반 동양레코드로 옮기면서 작곡가 박시형을 만나 유정이라는 이름으로 ‘사랑의 데이트’, ‘해당화 사연’ 등을 발표했다.
1970년대 초에는 ‘바람아 말해다오’를 비롯한 작품을 불렀고, 성음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뒤 박시형의 ‘사랑하고 미워하고’, ‘내마음 왜 이럴까’ 등도 취입했다.
따라서 SEL-707에 유정의 노래가 두 곡 들어간 것은 우연한 한 차례의 만남이 아니었다. 박시형과 이미 앞선 음반부터 함께 작업해온 관계가 이어진 것이다.
떠난 사람을 잊어야 하는데 마음은 따라주지 않는다
벅스 ‘내마음 왜 이럴까’에는 이 작품의 노랫말이 남아 있으며 재생시간은 약 2분 8초다.
화자는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마음을 모두 주었는데도 상대는 싫다며 떠났다. 그렇다면 이제 잊으면 된다.
하지만 머리로 내린 결론과 마음은 다르다. 무엇이 그렇게 그리운지 스스로도 알 수 없으면서 떠난 사람 때문에 운다. 그래서 자신을 두고 바보 같다고 말한다.
두 번째 흐름에서는 원망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고 스스로를 타이른다. 떠난 사람을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잊지 못한다.
결국 노래는 처음의 질문으로 되돌아간다. 잊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데 왜 마음은 말을 듣지 않는가. 제목 ‘내마음 왜 이럴까’는 바로 그 모순을 한마디로 붙잡는다.
박시형 작곡 1집에서도 먼저 만나는 노래
‘내마음 왜 이럴까’의 음반 이력은 SEL-707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작품은 앞선 박시형 작곡 1집에서도 확인된다.
성음 박시형 작곡집 실물 LP 자료에는 ‘노을진 비탈길 / 사랑하고 미워하고’를 중심으로 선우영·유정·김현숙·곽규호의 노래가 수록돼 있다.
그 음반의 Side A에는 선우영의 ‘노을진 비탈길’, ‘생각을 말아야지’, 김현숙의 ‘언제 오려나’, 선우영의 ‘사라져갈 때’에 이어 유정의 ‘내마음 왜 이럴까’가 들어 있다. Side B에는 유정의 ‘사랑하고 미워하고’와 ‘해당화 사연’도 실렸다.
따라서 ‘내마음 왜 이럴까’를 1971년 6월 15일 SEL-707에서 처음 나온 신곡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박시형 작곡 1집에서 이미 수록된 뒤 작곡 2집 SEL-707에 다시 들어간 작품으로 보는 것이 현재 확인되는 원반자료에 맞는다.
같은 SEL-707에서 ‘해당화 사연’과 나란히
작곡 2집에서는 ‘내마음 왜 이럴까’ 바로 다음에 유정의 ‘해당화 사연’이 배치됐다. 두 작품을 연속으로 들은 뒤 선우영아의 노래로 넘어간다.
이처럼 SEL-707은 완전히 새로운 작품만을 모은 음반이라기보다 박시형이 앞서 발표한 자신의 레퍼토리와 새 작품을 다시 구성한 성격도 갖는다.
후대 벅스 유정 자료에서도 ‘내마음 왜 이럴까’는 유정의 주요 레퍼토리로 남아 있다. 다만 같은 박시형 계열 음원을 선우영 이름으로 잘못 묶어놓은 후대 디지털 선집도 있어, 가수 확인에는 당시 원반을 우선할 필요가 있다.
이명자에서 유정으로 이어진 한 가수의 기록
유정의 초기 활동을 따라가면 한 가수가 음반사를 옮기고 예명을 바꾸면서 경력을 이어가던 당시 가요계의 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명자, 유정희, 그리고 유정. 이름은 달라졌지만 후대에 정리된 가수자료에서는 이 세 활동명이 한 사람의 경력으로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연결고리 가운데 한 사람이 박시형이었다.
유정의 ‘내마음 왜 이럴까’는 사랑이 끝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 애쓰면서도 마음만은 떠난 사람에게서 돌아오지 못하는 노래다. 그리고 음반을 따라가면 박시형 작곡 1집에서 이미 모습을 드러낸 뒤 1971년 6월 작곡 2집 ‘풀피리 / 여자만이 가는 길’에 다시 수록된 흔적이 확인된다. 한 곡의 이별가 뒤에 유정과 박시형이 여러 음반에 걸쳐 이어온 작업의 시간도 함께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