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그리워지면 – 강소희 –
강소희 ‘고향이 그리워지면’, 박춘석 작곡집을 건너온 노래
초기 박춘석 작곡집에서 남진은 ‘빗속에서 누가 우나’, ‘기다리고 있었다’, ‘먼 훗날 또 다시’를 불렀고 이미자는 ‘황진이의 사랑’, ‘금강 나그네’, ‘사랑과 동정’을 맡았다. 강소희에게는 ‘차라리 남이라면’, ‘고향이 그리워지면’, ‘잊지 못하는 마음’ 세 곡이 배정됐고 은방울자매의 노래가 뒤를 이었다.
이후 1971년 6월 10일 JLS-120457에서는 구성이 크게 바뀐다. JLS-120457 실물 LP 자료를 보면 이미자의 ‘못잊을 당신’, ‘동백꽃 피고지고’, ‘순정의 노래’, 이현의 ‘내사랑 지금 어디’, ‘첫사랑의 월츠’를 앞면에 놓고, 뒷면에는 남진의 세 곡과 강소희의 두 곡을 넣었다.
강소희의 기존 세 작품 가운데 ‘잊지 못하는 마음’은 빠지고 ‘차라리 남이라면’과 ‘고향이 그리워지면’이 남았다. 이미 발표했던 박춘석의 작품들을 새로운 영화주제가와 함께 다시 묶은 음반이었다.
봄에는 동무들, 가을에는 부모형제
‘고향이 그리워지면’ 원반·가사자료에는 이 작품을 정두수 작사·박춘석 작곡으로 기록하고 있다.
노래에서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거창한 사건이 아니다. 봄이 오면 어린 시절 친구들과 푸른 잔디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때가 생각난다. 가을이 되어 낙엽이 지고 추석달이 뜨면 이번에는 부모형제와 일가친척이 떠오른다.
봄에는 동무, 가을에는 가족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기억 속 고향의 사람들이 차례로 돌아온다.
그러나 화자가 그리워하는 것은 지금 눈앞에 있는 고향이 아니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의 고향이다. 그래서 노래가 붙잡는 것은 특정 지역의 지명보다 그곳에서 함께 살았던 사람들과 지나가버린 시간이다.
정두수가 쓴 또 하나의 고향
작사가 정두수는 박춘석과 함께 수많은 노래를 만들었다. ‘고향이 그리워지면’에서는 사랑과 이별보다 고향을 떠난 사람의 기억을 앞세웠다.
어린 시절 동무와 부모형제, 추석과 일가친척이라는 소재는 당시 도시로 삶의 터전을 옮긴 사람들에게 익숙했던 고향의 풍경이기도 했다. 다만 특정 사회현상을 이 노래의 직접적인 제작동기로 단정할 자료는 없으므로, 노랫말이 보여주는 범위 안에서 보는 편이 정확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