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내 사랑아 – 조영남 –

조영남 ‘그리운 내 사랑아’, OL-944보다 앞선 음반이 있다

1971년 6월 9일의 오아시스 OL-944에는 분명 ‘김태희 조영남 [빗속의 눈물 / 그리운 내 사랑아]’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그러나 최초 수록관계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4월 3일 음반이 먼저 나타난다. 이 음반은 흔히 ‘최희준 대 조영남 – 엄마 / 쇼팽의 이별곡’ 계열로 전해진다.

조영남이 맡은 면에는 다음 여섯 곡이 실렸다.

  • 조영남 – 엄마
  • 조영남 – 연분홍
  • 조영남 – 그리운 내 사랑아
  • 조영남 – 뱃노래
  • 조영남 – 떠나는 마음
  • 조영남 – 사월에 떠난 여인

1971년 조영남·최희준 원반자료에서도 이 여섯 곡의 수록순서를 확인할 수 있다. 반대편에는 최희준이 부른 ‘쇼팽의 이별곡’, ‘내 고향으로 날 보내주’, ‘슈베르트의 세레나데’, ‘고별의 노래’, ‘애수’, ‘아 목동아’가 들어 있었다.

한 장에서는 세 번째 곡, 다른 음반에서는 대표곡

‘그리운 내 사랑아’의 1971년 음반 이력은 당시 음반 제작방식을 잘 보여준다.

4월 음반에서는 ‘엄마’와 ‘연분홍’ 뒤의 세 번째 곡이었다. 그런데 두 달여 뒤 OL-944에서는 김태희의 ‘빗속의 눈물’과 나란히 음반의 대표 제목으로 올라왔다.

이미 취입해 둔 노래를 새로운 가수 조합으로 다시 묶고, 이전 음반에서는 일반 수록곡이었던 작품을 다음 음반에서는 표제곡으로 내세운 것이다.

벅스의 OL-944 ‘그리운 내 사랑아’에서도 이 작품이 ‘빗속의 눈물 / 그리운 내사랑아’에 수록된 조영남의 노래로 확인되며 재생시간은 약 3분 19초다. 앞선 ‘엄마 / 쇼팽의 이별곡’ 복원음원은 약 3분 15초로 표시된다. 디지털 파일의 시간 차이만으로 서로 다른 녹음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김태희의 ‘빗속의 눈물’과 다시 나란히

OL-944에서 한 번 짝을 이룬 두 노래는 이후 오아시스 히트곡 선집에서도 다시 나란히 등장했다.

1971년 ‘오아시스 힛트쏭 선집 제5집’ 실물자료를 보면 나훈아의 ‘가지 마오’ 다음에 김태희의 ‘빗속의 눈물’이 나오고 바로 이어 조영남의 ‘그리운 내 사랑아’가 배치돼 있다.

그 뒤에는 강소희의 ‘잃어버린 그 사람’, 송대관의 ‘사랑은 슬픈 이야기’, 김유리의 ‘사공 아줌마’가 이어진다. 뒷면에는 이수미의 ‘배 떠나네’, 배성의 ‘내 사랑 찾아서’, 정훈희의 ‘마음은 짚시’ 등 당시 오아시스 가수들의 노래가 모였다.

벅스의 디지털 복원판에서도 두 곡이 2번과 3번 트랙으로 연이어 남아 있다.

따라서 김태희의 ‘빗속의 눈물’과 조영남의 ‘그리운 내 사랑아’는 단지 사용자가 함께 입력한 두 곡이 아니라, 실제 1971년 OL-944에서 한 장의 음반을 대표했고 이후 선집에서도 나란히 재수록된 관계다.

1971년 조영남의 폭넓은 음반활동

조영남은 이 시기에 전통적인 가요 한 장르에만 머물지 않았다. 1960년대 말부터 ‘딜라일라’를 비롯한 번안곡과 팝 계열 노래, 가곡과 외국곡, 한국가요를 폭넓게 불렀다.

1971년 ‘엄마 / 쇼팽의 이별곡’ 음반의 구성도 그런 면모를 보여준다. 조영남의 면에는 ‘엄마’, ‘연분홍’, ‘그리운 내 사랑아’, ‘뱃노래’ 같은 서로 다른 성격의 작품이 있고, 맞은편 최희준의 면에는 쇼팽과 슈베르트의 선율을 활용한 노래와 외국곡 계열의 작품들이 배치됐다.

같은 해 오아시스 힛트쏭 선집 제2집에는 조영남의 ‘사월에 떠난 사람’이 수록됐고, 제1집에는 ‘떠나는 마음’도 들어갔다. 1971년 오아시스 힛트쏭 선집 실물자료에서 이 같은 재수록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노랫말보다 원반의 이동경로가 더 선명하게 남은 곡

‘그리운 내 사랑아’의 경우 현재 주요 디지털 음원사이트에는 가사가 제공되지 않는다. 벅스의 4월 음반 수록음원과 6월 OL-944 수록음원 모두 곡과 음반의 관계는 확인할 수 있지만 노랫말은 별도로 제공하지 않는다.

따라서 제목만으로 떠난 연인을 기다리는 노래인지, 사별한 사람을 그리는 노래인지, 다른 사연이 있는지를 임의로 정해 이야기를 만들 필요는 없다. 이 작품에서는 오히려 원반이 움직인 과정이 구체적으로 남아 있다.

1971년 4월 3일에는 조영남의 여러 노래 가운데 세 번째 곡이었다. 6월 9일에는 김태희의 ‘빗속의 눈물’과 함께 OL-944의 표제가 됐다. 이후에는 두 노래가 오아시스 히트곡 선집에 다시 나란히 들어갔다.

두 달 만에 음반 제목으로 올라온 ‘그리운 내 사랑아’

이 변화는 한 곡의 위치가 고정돼 있지 않았던 당시 LP 시장의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독집 또는 가수 중심 음반의 일반 수록곡으로 등장했다가, 새로운 합동음반에서는 대표곡으로 다시 선택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그리운 내 사랑아’는 김태희의 ‘빗속의 눈물’과 새로운 짝을 이루었다. 두 곡은 가수도 다르고 처음 발표된 음반도 달랐지만 OL-944를 통해 한 장의 앞뒤 얼굴이 됐다.

조영남의 ‘그리운 내 사랑아’를 1971년 6월 9일에 처음 나온 노래로만 기억하면 이 앞선 기록이 빠진다. 현재 확인되는 음반자료에서는 4월 3일 ‘엄마 / 쇼팽의 이별곡’에 이미 수록돼 있었고, 두 달 뒤 OL-944에서 비로소 음반의 대표 제목으로 다시 등장했다. 오래된 LP 한 장의 수록곡이 다른 LP에서는 표제곡이 되는 과정, 그리고 이미 발표된 노래를 새로운 조합으로 다시 소개하던 오아시스레코드의 1971년 제작방식이 이 한 곡의 음반 이력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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