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의 눈물 – 김태희 –
김태희 ‘빗속의 눈물’, OL-944의 앞자리를 차지하다
‘빗속의 눈물’은 오늘날 여러 디지털 복원음반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최초 수록처를 혼동하기 쉽다. 1971년 음반번호를 따라가면 OL-944에서 김태희의 이름과 함께 음반의 대표 제목으로 등장한다.
반대편 대표곡은 조영남의 ‘그리운 내 사랑아’였다. 따라서 이 음반은 김태희의 독집이나 조영남의 독집이라기보다 두 가수의 노래를 앞세운 당시 오아시스의 합동음반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김태희는 이보다 앞선 1971년 4월 1일 OL-932 ‘김태희·나훈아 – 남천강 사랑 / 밀양아가씨’에서도 이름을 전면에 올렸다. 불과 두 달여 뒤 OL-944에서는 ‘빗속의 눈물’로 다시 표제곡을 맡은 셈이다.
비 내리는 밤거리와 사라진 사랑의 꿈
벅스의 김태희 ‘빗속의 눈물’에는 이 노래의 전체적인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는 노랫말이 남아 있다. 재생시간은 약 3분 8초다.
노래는 비가 쉼 없이 내리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비가 내리는 곳은 거리만이 아니다. 슬픔이 쌓여 있는 화자의 마음속에도 비가 내린다.
한때는 사랑하는 사람과 아름다운 꿈을 꾸었다. 그러나 그 꿈은 사라졌고 화자는 비 내리는 밤거리에 홀로 남았다. 갈 곳조차 정하지 못한 채 차가운 거리를 헤맨다.
두 번째 흐름에서도 비는 계속된다. 이번에는 내리는 비와 화자의 눈물이 겹쳐진다. 이미 사라진 꿈을 다시 한번 품에 안을 수 있기를 바라지만 현실에서 돌아온 것은 차가운 밤거리뿐이다.
노랫말은 헤어진 이유나 상대방이 어디로 갔는지를 길게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비, 눈물, 밤거리, 잃어버린 꿈이라는 몇 가지 이미지만으로 이별 뒤에 홀로 남은 사람을 그린다.
정진성 작곡집에서도 만나는 ‘빗속의 눈물’
‘빗속의 눈물’은 같은 해 다른 오아시스 음반에도 등장한다. 1971년 정진성·박성규 작곡집 실물 LP 자료에는 이 노래가 Side A 다섯 번째에 수록돼 있다.
그 음반의 앞면에는 이상열의 ‘잊지 못할 여인’과 ‘꿈속의 고향’, 조미미의 ‘먼데서 오신 손님’, 최동길의 ‘눈물이 보일까봐’, 김태희의 ‘빗속의 눈물’이 들어 있다. 뒷면에는 변철의 ‘임 찾아 왔는데’와 ‘내 진정 당신만을’, 방주연의 ‘후회’, 송대관의 ‘사랑은 슬픈 이야기’, 정훈희의 ‘마음은 짚시’가 실렸다.
벅스의 ‘잊지 못할 여인 / 임 찾아 왔는데’ 디지털 복원판에서도 같은 수록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자료는 ‘빗속의 눈물’이 1971년 오아시스가 여러 차례 음반에 활용했던 작품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만 재수록 음반의 날짜를 원곡의 최초 발표일로 바꾸어 사용해서는 안 된다. 현재 음반번호 자료에서 이 작품이 김태희의 이름과 함께 표제곡으로 확인되는 중요한 원반은 6월 9일 OL-944다.
오아시스 힛트쏭 선집에도 다시 수록되다
‘빗속의 눈물’의 재수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971년 오아시스 힛트쏭 선집 제5집에도 이 작품이 들어갔다.
오아시스 힛트쏭 선집 제5집 실물음반 자료를 보면 Side A는 나훈아의 ‘가지 마오’로 시작하고, 두 번째에 김태희의 ‘빗속의 눈물’, 세 번째에 조영남의 ‘그리운 내 사랑아’가 놓였다.
이어 강소희의 ‘잃어버린 그 사람’, 송대관의 ‘사랑은 슬픈 이야기’, 김유리의 ‘사공 아줌마’가 들어갔고, 뒷면에는 이수미·배성·정훈희·최동길·김강지·한동일의 노래가 실렸다.
벅스의 ‘오아시스 힛트쏭 제5집’ 복원판에서도 ‘가지 마오’ 다음에 ‘빗속의 눈물’, 이어 ‘그리운 내 사랑아’가 나오는 구성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OL-944에서 서로 마주 보았던 김태희의 ‘빗속의 눈물’과 조영남의 ‘그리운 내 사랑아’가 히트곡 선집에서도 다시 나란히 배치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다른 1971년 LP에도 반복해서 등장한 노래
같은 해 8월 1일 오아시스 OL-973 ‘남미랑의 신곡 – 조각배’에도 김태희의 ‘빗속의 눈물’이 다시 들어갔다. OL-973 실물음반 자료에서는 남미랑의 ‘조각배’, ‘무정한 님아’, 나훈아의 ‘진주처녀’에 이어 네 번째 곡으로 확인된다.
또 1971년 10월 24일 발매된 것으로 정리되는 ‘오아시스 히트송선집 제3집’ OL-993에도 ‘빗속의 눈물’이 Side A 네 번째로 수록돼 있다.
한 해 동안 서로 다른 구성의 LP에 이 작품이 여러 번 나타났다는 사실은 당시 오아시스가 보유 음원을 적극적으로 재편성했던 방식을 보여준다. 반복 수록 사실만으로 개별 곡의 판매량이나 방송순위를 추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한 차례 발표하고 보관해 둔 노래가 아니라 여러 음반의 레퍼토리로 계속 활용됐음은 확인된다.
‘남천강 사랑’에서 ‘빗속의 눈물’까지
김태희는 1971년 오아시스 음반에서 비교적 자주 만날 수 있는 여성가수다. 4월 OL-932에서는 ‘남천강 사랑’을 앞세워 나훈아의 ‘밀양아가씨’와 한 장의 음반을 나눴다. 6월 OL-944에서는 조영남과 함께 다시 표지의 중심으로 올라왔다.
두 작품의 배경도 상당히 다르다. ‘남천강 사랑’이 밀양의 남천강이라는 구체적인 장소를 품고 있다면 ‘빗속의 눈물’에는 이름 없는 도시의 차가운 밤거리가 등장한다.
그러나 두 노래 모두 떠난 사람을 잊지 못한다는 오래된 가요의 정서를 품는다. ‘빗속의 눈물’에서는 그 슬픔을 비와 눈물이 겹쳐지는 풍경으로 압축했다.
김태희의 ‘빗속의 눈물’은 그렇게 1971년 6월 OL-944의 대표곡으로 등장한 뒤 정진성·박성규 작곡집, 오아시스 히트곡 선집, 남미랑 음반 등 여러 LP를 거쳐 다시 들려졌다. 빗속을 걷는 한 여인의 짧은 이야기 뒤에는 한 곡을 여러 형태의 LP로 계속 재편성하던 1971년 오아시스레코드의 음반 제작 풍경도 함께 남아 있다.
조영남의 ‘그리운 내 사랑아’는 1971년 6월 9일 오아시스레코드 OL-944 ‘김태희·조영남 – 빗속의 눈물 / 그리운 내 사랑아’에서 김태희의 ‘빗속의 눈물’과 함께 음반 제목을 장식한 작품이다. 다만 이 노래의 발표시점을 OL-944로 잡으면 실제 흐름보다 늦어진다. ‘그리운 내 사랑아’는 이미 그보다 두 달여 앞선 1971년 4월 3일 ‘엄마 / 쇼팽의 이별곡’에 수록돼 있었고, OL-944에서 다시 표제곡으로 활용됐다.
벅스의 ‘엄마 / 쇼팽의 이별곡’ 원반 복원자료는 이 음반의 발매일을 1971년 4월 3일로 기록한다. 수록순서에서 ‘그리운 내 사랑아’는 조영남의 ‘엄마’, ‘연분홍’에 이어 세 번째에 놓여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