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온 오동도 – 김부자 –
김부자 ‘찾아온 오동도’, 추억을 찾아 여수로 돌아오다
노래의 화자는 오동도에 처음 온 사람이 아니다. 사랑했던 사람의 얼굴과 모습을 떠올리며 다시 찾아온 사람이다.
오동도에 도착하니 물새 소리도 들리고 파도도 친다. 예전에 보았던 자연의 풍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가장 만나고 싶었던 사람은 그곳에 없다.
화자는 추억이 남은 장소까지 돌아왔지만 임이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 없다. 이 노래에서 오동도는 관광지가 아니라 헤어진 두 사람의 시간이 남아 있는 장소다.
여수항에 남겨놓은 사랑
두 번째 흐름에서는 공간이 오동도에서 여수항으로 넓어진다. 화자는 여수항에 수많은 사연을 남겨두었다고 회상한다.
두 사람은 사랑을 다 이루지 못한 채 헤어졌다. 그날 밤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았고, 화자는 결국 다시 그 장소를 찾아온다.
하지만 재회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생각하면 할수록 미련만 깊어지고, 밤이 되자 달과 별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다.
노래는 왜 두 사람이 헤어졌는지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오동도, 물새, 파도, 여수항, 달과 별이라는 구체적인 풍경을 차례로 놓아 지나간 사랑을 보여준다.
고봉산이 쓰고 만든 오동도의 노래
‘찾아온 오동도’는 고봉산이 작사와 작곡을 모두 맡았다. 같은 음반의 대표곡 ‘돌아오세요’와 ‘슬픈 여인’에서는 한산도가 작사하고 고봉산이 작곡했지만, 이 작품에서는 고봉산이 노랫말까지 직접 썼다.
고봉산은 1960~70년대 여러 가수의 음반에서 작곡가로 활발하게 활동했고 자신이 노래하는 가수이기도 했다. 1971년 지구레코드에서도 그의 이름을 내건 작곡집이 잇달아 제작됐다.
‘찾아온 오동도’ 역시 그 시기 고봉산과 김부자가 함께 남긴 작품이다. 특정 지역을 제목에 넣고 그 장소의 지명과 풍경을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로 엮는 당시 가요의 한 모습을 보여준다.
김부자에게 오동도는 한 번뿐이 아니었다
김부자의 음반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오동도라는 장소가 이미 등장한다.
1970년 오아시스레코드에서 나온 ‘김부자 힛트앨범 전집 – 일자상서 / 찾아온 천리길’에는 ‘오동도 아가씨’가 수록돼 있다. 즉 ‘찾아온 오동도’ 이전에도 김부자의 레퍼토리에는 여수 오동도를 제목에 넣은 노래가 있었다.
현재 벅스의 ‘일자상서 / 찾아온 천리길’ 복원판에서도 ‘오동도 아가씨’를 확인할 수 있다.
두 제목이 비슷하다고 같은 노래로 혼동해서는 안 된다. ‘오동도 아가씨’와 ‘찾아온 오동도’는 서로 다른 제목의 작품이며, ‘찾아온 오동도’는 1971년 지구레코드 JLS-120477에서 확인된다.
다른 음반으로도 이어진 ‘찾아온 오동도’
‘찾아온 오동도’ 역시 한 음반에만 머물지 않았다. 벅스의 ‘김부자 독집 – 임은 내 사랑’에는 ‘찾아 온 오동도’라는 제목으로 다시 수록돼 있다.
또 ‘고봉산 작곡집 – 타향에 왔소’에도 김부자의 ‘찾아온 오동도’가 들어 있다. 이 음반에서는 김부자의 ‘한송이 해당화’, ‘버림받은 여자’, ‘첫사랑’ 등과 함께 만날 수 있다.
이러한 후대·재편성 음반의 존재는 곡이 여러 차례 활용됐다는 사실을 보여주지만, 그 음반들의 디지털 등록일을 최초 발표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현재 확인되는 원반자료에서는 1971년 5월 JLS-120477이 이 노래의 초기 수록처로 나타난다.
변하지 않은 바다와 사라진 사람
‘찾아온 오동도’의 이야기는 복잡하지 않다. 한 사람이 오래전 사랑의 추억이 남아 있는 곳으로 돌아온다. 물새도 있고 파도도 있으며 여수항도 그대로다.
달라진 것은 사람이다. 그곳에서 다시 만나고 싶었던 임만 찾을 수 없다.
이 구조는 장소를 노래한 옛 가요에서 자주 만날 수 있지만 ‘찾아온 오동도’에서는 실제 지명이 이야기를 단단하게 붙잡는다. 오동도와 여수항을 빼버리면 노래의 기억도 상당 부분 사라진다.
김부자의 ‘찾아온 오동도’는 그렇게 1971년의 여수로 청자를 데려간다. 물새와 파도는 예전처럼 남아 있지만 사랑했던 사람은 없다. 결국 화자는 달과 별을 바라보며 혼자 밤을 보낸다. 고봉산이 직접 노랫말과 곡을 만들고 김부자가 부른 이 작품에는, 사람은 떠나도 장소가 기억을 붙잡고 있는 오래된 가요의 풍경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