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하러 왔을까 – 배호 –

배호 ‘무엇하러 왔을까’, 배상태 작곡집의 Side A 마지막 곡

JLS-120479의 구성은 가수별로 명확하게 나뉜다. Side A는 배호, Side B는 이미자다.

  • Side A 1. 배호 – 울고 싶어
  • Side A 2. 배호 – 비 내리는 경부선
  • Side A 3. 배호 – 조용한 이별
  • Side A 4. 배호 – 이 순간이 지나면
  • Side A 5. 배호 – 무엇하러 왔을까
  • Side B 1. 이미자 – 새벽 정거장
  • Side B 2. 이미자 – 돌아가는 삼각지
  • Side B 3. 이미자 – 그대를 보내놓고
  • Side B 4. 이미자 – 안개 낀 장충단공원
  • Side B 5. 이미자 – 강변에 살고 싶어

ManiaDB의 배호 음반자료에서도 이 음반을 1971년 지구레코드의 ‘배호, 이미자 – 비 내리는 경부선’으로 분류하고 같은 수록순서를 제시한다.

한쪽 면을 배호에게, 다른 한쪽 면을 이미자에게 맡겼다는 점도 눈에 띈다. 두 사람 모두 이미 정상급 가수였고, 그들을 연결하는 중심에는 작곡가 배상태가 있었다.

떠날 때는 말없이, 그런데 왜 다시 왔을까

‘무엇하러 왔을까’의 이야기는 제목에서 거의 시작된다. 화자를 버리고 떠났던 사람이 어느 날 다시 나타난다.

떠날 때는 인사도 없이 무정하게 가버린 사람이다. 차가운 정만 남기고 가슴에 상처를 준 사람이 이제 와서 다시 나타났으니 화자는 반가움보다 먼저 이유를 묻는다.

무엇을 잊지 못해 돌아왔는지, 어디에 갔다가 이제 왔는지 거듭 묻는다. 벅스의 ‘무엇하러 왔을까’에 남은 노랫말에서도 이런 이야기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재회가 곧 화해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화자는 돌아온 사람을 기쁘게 맞는 대신 과거의 상처부터 떠올린다. 노래가 끝날 때까지 그 사람이 왜 돌아왔는지 명확한 대답도 주어지지 않는다.

인성 작사, 배상태 작곡

‘무엇하러 왔을까’는 인성 작사, 배상태 작곡으로 기록돼 있다. ManiaDB의 배호 추모음반 자료에서도 같은 작사·작곡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배상태는 배호의 음악에서 빼놓기 어려운 작곡가다. ‘돌아가는 삼각지’, ‘안개 낀 장충단공원’을 비롯해 배호의 전성기를 이루는 여러 작품을 만들었다.

작곡가 배상태를 다룬 가요문화 자료에서도 두 사람의 인연을 자세히 전한다. 배상태는 배호와 ‘돌아가는 삼각지’, ‘안개 낀 장충단공원’, ‘능금빛 순정’, ‘그 이름’, ‘황토 십리길’, ‘울고 싶어’ 등을 함께하며 중요한 작곡가-가수 관계를 만들었다.

JLS-120479는 그 관계를 아예 ‘배상태 작곡집’이라는 이름으로 한 장의 LP에 모아 보여준 음반이었다.

1975년에는 방송부적 판정도 받았다

‘무엇하러 왔을까’에는 발표 몇 년 뒤의 심의기록도 남아 있다.

국가기록원 ‘1987년 미해제곡 목록’에는 이 작품이 금지번호 712번으로 올라 있다. 자료에는 인성 작사, 배상태 작곡, 배호 가창으로 기록돼 있으며 금지일자는 1975년 8월 4일, 사유는 ‘방송부적(가사)’으로 명시돼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어느 구절이 구체적으로 문제가 됐는지를 임의로 정할 필요는 없다. 국가기록원 자료가 분명하게 알려주는 것은 이 노래가 가사를 이유로 방송부적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1971년 음반으로 발표된 노래가 1975년의 대중가요 정화·심의 과정에서 다시 규제 대상이 됐던 것이다.

배호가 세상을 떠나던 해에 나온 음반

JLS-120479가 나온 1971년은 배호의 생애에서 마지막 해였다. 그는 같은 해 11월 7일 스물아홉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 때문에 1971년 배호 음반을 볼 때는 발표시점을 구별하는 일이 중요하다. 사후에 수많은 추모음반과 재편집 음반이 나왔지만 JLS-120479는 5월 20일, 배호가 생존해 있던 시기에 나온 음반이다.

‘무엇하러 왔을까’도 그 안에 있었다. 떠났던 사람이 다시 돌아와도 선뜻 마음을 열지 못하고 이유부터 묻는 노래, 그리고 몇 년 뒤에는 가사를 이유로 방송부적 판정을 받은 작품이다. 1971년 5월의 LP에서 배호가 맡은 한쪽 면은 이 질문을 마지막으로 끝났다.

배호의 ‘울고 싶어’는 1971년 5월 20일 지구레코드 JLS-120479 ‘배상태 작곡집 – 울고 싶어 / 새벽 정거장’의 Side A 첫 곡이자 음반의 대표곡이다. 사랑에 깊은 상처를 입은 사람이 이유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채 그저 소리 내 울고 싶다고 말하는 노래다. 배호와 작곡가 배상태의 오랜 음악적 인연이 1971년에도 이어지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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