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든 그노래 – 이씨스터즈·부루벨즈 –
이씨스터즈와 부루벨즈가 함께 부른 ‘정든 그노래’는 후대 음원에서 1972년 음반과 연결돼 소개되기도 하지만, 더 이른 음반 흔적을 따라가면 1971년 3월 오아시스레코드 OL-918 《다함께 노래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밝은 여성 트리오의 화음과 남성 중창의 목소리가 한데 섞인 이 노래는 전석환이 이끌던 ‘다 함께 노래 부르기’ 운동과 맞닿아 있던 작품이었다.
현재 음원 서비스에는 가수명이 ‘이씨스터즈, 부루벨즈’로 등록돼 있으며, 자료에 따라 ‘이시스터즈’, ‘부루벨스’, ‘블루벨즈’ 같은 표기도 함께 나타난다. 이는 서로 다른 팀을 뜻한다기보다 당시 음반과 후대 데이터베이스에서 한글 표기가 달라진 경우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벅스 곡 정보
‘정든 그노래’의 첫 음반을 따라가면
‘정든 그노래’의 발매 시기를 확인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은 1972년 자료와 1971년 자료가 함께 존재한다는 점이다. 후대 복원 음원과 일부 곡 소개 자료에는 1972년 4월 오아시스레코드의 《서울 시민의 노래》에 이씨스터즈와 부루벨즈가 함께 부른 곡으로 수록된 기록이 남아 있다. 이 음반에는 ‘서울시민의 노래’, ‘정든 그노래’, ‘창문을 열면’, ‘우리 모두 손잡고’가 함께 실렸다. 벅스 수록 기록
그러나 실물 음반을 소개한 수집 자료에는 이보다 앞선 1971년 3월 20일 오아시스레코드 OL-918 《다함께 노래를》가 확인된다. 이 음반은 재킷에 ‘문화공보부 제정’이라는 문구를 내걸었으며, 이주랑·봉봉사중창단의 ‘산으로 바다로’, 이씨스터즈의 ‘꽃바람 솔바람’, 이씨스터즈·부루벨스의 ‘정든 그노래’ 등이 함께 수록된 것으로 소개돼 있다. 따라서 1972년 음반을 이 노래의 최초 발표 음반으로 보기보다는, 현재 확인되는 범위에서는 1971년 OL-918을 더 이른 수록 기록으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 OL-918 실물 음반 자료
전석환과 ‘다 함께 부르는 노래’의 흐름
‘정든 그노래’의 배경에는 가수 못지않게 전석환이라는 인물이 중요하게 자리한다. 서울신문은 2006년 전석환을 ‘건전가요 부르기’의 선구자로 소개하면서, 그가 ‘싱어롱 Y’를 통해 여러 사람이 함께 노래하는 문화를 넓혀 갔다고 기록했다. 그는 기타를 들고 직장과 학교 등을 찾아다니며 노래 부르기를 지도했고, 공개방송 ‘다함께 노래하자’, ‘노래의 메아리’, ‘삼천만의 합창’ 등을 통해 활동 영역을 넓혔다. 서울신문 전석환 기사
같은 기사에는 1970년 9월 당시 전석환이 이미 약 2,500회의 노래 부르기 지도를 했고, 1년에 만나는 사람이 16만 명가량이며 보유 레퍼토리가 약 3,000곡이라고 밝힌 인터뷰 내용도 인용돼 있다. ‘정든 그노래’가 1971년 음반에 등장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곡은 이미 상당한 규모로 퍼져 있던 전석환의 집단 노래 부르기 활동과 같은 흐름 속에 놓인 작품이었다. 서울신문 기사 원문 보기
이씨스터즈와 부루벨즈가 만난 까닭
이 노래의 가창 조합도 곡의 성격과 잘 맞는다. 이씨스터즈는 1960년대 번안곡과 리듬감 있는 가요를 통해 이름을 알린 여성 트리오였다. 서울신문의 이씨스터즈 회고 기사에 따르면 이들은 1970년대 초 밝고 건강한 이미지의 캠페인 노래에도 자주 참여했고, 1971년 마지막 신곡 음반을 녹음할 무렵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서울신문 이씨스터즈 기사
부루벨즈, 또는 블루벨즈는 남성 사중창의 화음을 앞세운 팀이었다. 서울신문의 블루벨즈 회고 기사에서는 당시 이들이 전석환이 주도한 ‘건전가요 부르기 운동’의 중요한 참여자였으며 ‘정든 그 노래’, ‘그리운 고향’, ‘냉면’ 등을 이 시기에 발표했다고 정리한다. 여성 트리오인 이씨스터즈와 남성 사중창단 부루벨즈가 한 곡에 함께 들어간 것은 독창자의 개성을 앞세우기보다 여러 목소리가 어우러지는 노래의 목적과 잘 맞는 구성이었다. 서울신문 블루벨즈 기사
‘정든 그노래’에 담긴 이야기
전석환의 작사·작곡으로 전해지는 ‘정든 그노래’는 연인과의 이별이나 개인적인 사연을 다루는 당시의 많은 대중가요와 결이 다르다. 가사에서는 어느 마을에 익숙한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고, 그 소리를 들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함께 노래하게 되는 장면이 이어진다. 산과 마을, 메아리 같은 공간적인 이미지가 반복되면서 노래가 한 사람의 목소리에서 다른 사람에게로 퍼져 나가는 모습을 그린다.
이 때문에 이 곡의 핵심은 특정한 주인공의 사연보다 ‘함께 부르는 행위’ 자체에 있다. 우울했던 마음이 노래를 통해 밝아지고, 익숙한 노랫소리가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구조다. 긴 가사를 설명하지 않아도 전석환이 오랫동안 추진했던 싱어롱 활동의 취지가 곡의 내용 안에 그대로 들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1971년 《다함께 노래를》가 보여주는 시대적 성격
OL-918 《다함께 노래를》의 재킷 자료에는 ‘문화공보부 제정’이라는 표현과 함께 밝고 즐거운 노래를 함께 부르자는 취지의 문구가 실려 있다. 당시 정부와 방송, 사회단체가 ‘건전가요’를 보급하던 분위기와 전석환의 민간 싱어롱 운동이 서로 겹쳐 있던 시기였다. ‘정든 그노래’는 바로 이 지점에서 개인 가수의 독집 수록곡이라기보다 여러 사람이 부를 수 있도록 만들어지고 유통된 합창·싱어롱 계열의 노래로 자리한다. 《다함께 노래를》 음반 자료
1972년에는 ‘정든 그노래’가 다시 이씨스터즈와 부루벨즈의 이름으로 《서울 시민의 노래》에 실렸다. 한 차례 음반으로 끝나지 않고 이듬해 다른 구성의 음반에 재수록됐다는 사실은 이 곡이 당시 ‘함께 부르는 노래’ 레퍼토리 속에서 지속적으로 활용됐음을 보여준다. 후대 음원 데이터만 보면 1972년 곡처럼 보이기 쉽지만, 1971년 OL-918 기록을 함께 살펴야 노래의 시간적 위치가 더 정확해진다.
시간이 지나 다시 보는 ‘정든 그노래’
‘정든 그노래’는 이씨스터즈의 대표적인 리듬가요나 부루벨즈의 전형적인 남성 중창곡과는 조금 다른 자리에서 남아 있다. 전석환이 이끌던 싱어롱 운동, 문화공보부 제정 음반, 이씨스터즈와 부루벨즈의 혼성에 가까운 합창 구성이 한 곡 안에서 만난 기록이다.
그래서 이 노래를 들여다볼 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누가 불렀는가만이 아니다. 1971년 오아시스 OL-918 《다함께 노래를》에서 확인되는 이른 수록 기록과, 이듬해 다시 등장한 음반, 그리고 전국을 돌며 함께 노래하기를 이끌었던 전석환의 활동까지 이어서 보아야 곡의 성격이 온전히 드러난다. ‘정든 그노래’라는 제목 그대로, 혼자 감상하는 노래보다 여러 사람이 한 목소리로 부르는 데 더 가까운 시대의 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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