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향 편지 – 최숙자 –
최숙자의 ‘내고향 편지’는 울릉도를 떠난 사람이 고향과 그곳에 남은 사람을 그리워하며 소식을 묻는 노래다. 후대 음원 자료만 보면 1971년 음반으로 보이기 쉽지만, 동시대 음반 소개 기록을 따라가면 이 노래의 역사는 그보다 앞선 196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특히 1965년 11월 월간지 음반 소개에는 한복남·하기송 작곡집 가운데 최숙자의 ‘내고향 편지’가 도미도레코드 신보로 소개된 기록이 전해진다. 반면 현재 여러 음반 데이터베이스에는 도미도 LD-165가 1971년 2월 26일 발매된 것으로 정리돼 있다. 두 기록을 함께 보면 1971년 날짜를 이 노래의 최초 발표일로 보기보다는, 기존 음원을 다시 묶어 낸 재판 시점으로 구분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1965년 월간 아리랑 음반 소개 기록 1971년 LD-165 음반 자료
‘내고향 편지’는 1965년에 이미 소개된 노래였다
1965년 11월 월간 아리랑의 ‘Music Shop’ 내용을 옮긴 자료에는 당시 신보들과 함께 “한복남 하기송 작곡집 최숙자 ‘내고향 편지’(도미도)”가 적혀 있다. 같은 목록에는 최양숙, 이미자, 하춘화, 한명숙 등의 신보도 함께 소개돼 있어 ‘내고향 편지’가 적어도 1965년 늦가을에는 음반 시장에 나와 있었음을 보여준다. 월간 아리랑 1965년 11월호 음반 소개 전재
도미도레코드의 음반번호 계보에서도 LD-165는 1960년대 중반의 음반군 사이에 자리한다. 음반 수집 자료에는 LD-160이 1964년 황금심 음반, LD-169가 1965년 남일해 음반으로 정리돼 있으며, LD-165 최숙자 음반은 훗날 대한음반을 통해 다시 발매된 기록이 따로 붙어 있다. 따라서 번호의 흐름과 1965년 잡지 기록을 함께 보면 ‘내고향 편지’의 원래 발표 시점을 1965년 무렵으로 보는 근거가 생긴다. 도미도레코드 LD 음반번호 자료
1971년 2월 26일의 LD-165는 무엇인가
현재 ManiaDB에는 《최숙자 가요힛트앨범 / 내고향 편지》가 1971년 2월 26일 발매된 LD-165로 등록돼 있다. 수록곡은 앞면 ‘나룻배 처녀’, ‘닐리리 탄식’, ‘홍등가에 핀 꽃’, ‘나리 나리 날나리’, ‘울기는 왜울어’, 뒷면 ‘내고향 편지’, ‘다시 왔어요’, ‘연락선 처녀’, ‘님소식’, ‘무정세월’의 10곡 구성이다. ‘내고향 편지’는 이 음반의 Side B 첫 곡에 놓였다. ManiaDB LD-165 수록곡 보기
실물 음반을 소개한 판매 자료에서도 같은 배열이 확인된다. 앞면 다섯 곡과 뒷면 다섯 곡이 그대로 적혀 있으며, 뒷면 첫머리에 ‘내고향 편지’가 배치돼 있다. LD-165 실물 음반 수록곡 자료
이 때문에 현대 음원 서비스나 데이터베이스에서 보이는 1971년 날짜를 곧바로 최초 발표일로 옮겨 적으면 1965년의 동시대 기록이 사라지게 된다. ‘내고향 편지’는 1965년에 이미 소개된 노래이고, 1971년에는 도미도의 옛 음원을 다시 정리한 가요 히트 앨범 형태로 재등장한 것으로 보는 편이 자료의 흐름과 잘 맞는다.
차경철 작사, 하기송 작곡
현재 벅스의 개별 곡 정보에는 ‘내고향 편지’의 참여자로 차경철 작사, 하기송 작곡이 기록돼 있다. 같은 곡이 수록된 앨범의 성격이 한복남·하기송 계열의 작곡집으로 소개됐던 만큼, 곡별 작곡자와 음반 전체의 작곡집 표기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내고향 편지’ 자체의 작곡자는 하기송으로 정리돼 있다. 벅스 ‘내고향 편지’ 곡 정보
하기송은 당시 도미도레코드에서 한복남과 함께 여러 작곡집과 경음악 음반에 이름을 올린 작곡가였다. 도미도 음반 목록에는 뒤이어 LD-192-A ‘하기송 힛트 경음악집’, LD-194-A ‘하기송 작곡집’, LD-206 ‘하기송 작곡집’ 등이 이어진다. ‘내고향 편지’는 이런 도미도 작가진의 활동 흐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곡이다. 도미도레코드 음반 목록
최숙자의 ‘내고향 편지’에 담긴 울릉도
노래의 공간은 아주 구체적이다. 화자는 울릉도를 오가는 배와 고향에 남은 사람을 떠올린다. 고향에는 호박넝쿨과 동백꽃, 바닷가에서 소라를 따던 사람들이 있으며, 떠나온 사람은 연락선을 통해 정을 남긴 채 육지로 향한다. 두 번째 대목에서는 타향에서 밤마다 편지를 쓰며 울릉도의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는다. 벅스 ‘내 고향 편지’ 가사 자료
가사에서 중요한 것은 막연한 ‘고향’이 아니라 울릉도라는 실제 지명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연락선과 섬사람들의 생활, 소라를 따는 모습, 갈매기와 동백꽃이 한 노래 안에 함께 놓인다. 화자는 고향을 떠났지만 마음과 사랑만큼은 섬에 두고 왔다고 말한다. 제목의 ‘편지’는 그 거리를 이어 주는 장치이다.
1960년대 최숙자의 노래에서 자주 만나는 고향과 항구
최숙자는 1960년대 여러 음반에서 항구, 뱃길, 고향, 떠난 사람을 소재로 한 곡들을 꾸준히 불렀다. LD-165 한 장만 보더라도 ‘나룻배 처녀’, ‘연락선 처녀’, ‘내고향 편지’처럼 물길과 이별을 연결한 제목들이 함께 놓여 있다. 이 앨범에서 바다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사람을 떠나보내고 다시 소식을 기다리게 하는 생활의 공간으로 반복된다.
‘내고향 편지’가 이 음반의 뒷면 첫 곡에 놓인 것도 이런 구성 안에서 읽힌다. 앞면 첫 곡 ‘나룻배 처녀’가 낙동강의 처녀 사공을 그린다면, 뒷면의 ‘내고향 편지’는 울릉도를 떠나온 사람의 시선으로 장소가 바뀐다. 한 장의 음반 안에서 강과 섬, 나룻배와 연락선이 서로 이어지는 셈이다. LD-165 전체 수록곡
재발매 날짜보다 먼저 남아 있던 노래
‘내고향 편지’를 정리할 때 가장 중요한 기록은 1971년이라는 후대 음반 날짜와 1965년의 동시대 음반 소개를 분리하는 일이다. 현재의 디지털 음원에서는 1971년 앨범으로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월간 아리랑의 1965년 11월 신보 목록에는 이미 최숙자의 ‘내고향 편지’가 등장한다.
그래서 이 노래는 1965년 무렵 도미도레코드에서 발표된 곡이 1971년 LD-165 가요힛트앨범으로 다시 유통된 사례로 보는 것이 가장 설득력 있다. 오래된 가요 한 곡의 연대를 확인할 때 재발매 음반의 날짜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도 함께 보여준다.
시간이 지나 다시 보는 ‘내고향 편지’
최숙자의 ‘내고향 편지’에는 거창한 사건보다 지명이 남아 있다. 울릉도, 연락선, 섬사람, 동백꽃 같은 구체적인 말들이 고향을 떠난 사람의 편지와 연결된다. 그리고 음반 기록을 따라가면 이 노래 자체도 1965년의 발표와 1971년의 재판이라는 두 시간을 품고 있다.
한때는 연락선을 타고 떠난 사람이 고향에 편지를 띄우는 노래였고, 반세기가 지난 지금은 오래된 음반번호와 잡지의 신보란을 통해 다시 그 첫 시간을 찾아가게 하는 노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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