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그 사람 – 이수미 –
같은 음반의 이수미 ‘헤어진 그 사람’
OL-879의 반대편 중심에는 이수미의 ‘헤어진 그 사람’이 있다. 이 곡 역시 박원이 작사·작곡한 작품으로 전해지며, 이별한 상대를 찾아가고 싶지만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사실 앞에 멈춰 서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 장의 음반 앞면에는 약속의 장소인 ‘벤취’가 있고, 뒷면에는 이미 ‘헤어진 그 사람’이 있다. 두 곡을 의도적으로 하나의 서사로 만들었다는 제작 기록은 확인되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음반 제목만 놓고 보면 만남의 약속과 끝난 사랑이 서로 마주 보는 구조가 됐다.
시간이 지나 다시 보는 ‘약속한 벤취’
라이락의 ‘약속한 벤취’는 현재 널리 알려진 대형 히트곡보다는 1971년 오아시스 음반의 흐름 속에서 위치가 더 또렷해지는 노래다. OL-879의 앞면 첫 곡으로 시작해 히트송 선집과 OL-969까지 여러 차례 이어졌다는 실제 음반 기록이 남아 있다.
당시 표기 ‘벤취’, 박원 작곡집이라는 음반의 성격, 그리고 같은 LP에 실린 이수미 ‘헤어진 그 사람’까지 함께 살펴보면 이 노래가 있었던 자리가 조금 더 분명해진다. 한 곡의 기억은 때로 음반 한 장의 앞면과 뒷면을 함께 볼 때 가장 정확하게 살아난다.
이수미의 ‘헤어진 그 사람’은 1971년 1월 오아시스 OL-879 박원 작곡집 《약속한 벤취 / 헤어진 그 사람》에 실린 노래다. 라이락의 ‘약속한 벤취’가 음반 앞면 첫 곡이라면, ‘헤어진 그 사람’은 뒤쪽 곡군의 시작을 이루며 음반 제목의 다른 절반을 맡았다.
‘헤어진 그 사람’은 어떤 노래인가
벅스 복원 음반에서는 ‘헤어진 그사람’을 전체 10곡 가운데 여섯 번째 곡으로 배치하고 있으며, 가수는 이수미로 확인된다. 음반 발매일은 벅스가 1971년 1월 14일, 오아시스 음반번호 자료는 1월 25일로 달리 적고 있어 정확한 하루보다는 1971년 1월이라는 시기를 기준으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 OL-879 복원 음반
당시 음반 자료를 정리한 기록에는 이 곡의 작사와 작곡이 모두 박원으로 적혀 있다. OL-879 자체가 ‘박원 작곡집’으로 분류돼 있다는 점과도 맞아떨어진다. 이수미 ‘헤어진 그 사람’ 음반 기록
‘헤어진 그 사람’ 가사에 담긴 이야기
가사 속 화자는 이별 뒤 갈 곳을 잃은 상태에 놓여 있다. 외롭고 허전한 마음에 예전에 자신을 웃으며 맞아주던 사람을 다시 찾아가고 싶어 하지만, 곧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되새긴다.
뒤이어 화자는 슬픔에 젖은 채 적막한 길을 걸어가려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나기 위한 행동보다, 이미 헤어진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마음이 같은 자리에서 맴도는 노래다. 장소나 사건을 크게 확대하지 않고 ‘찾아갈까’, ‘걸어볼까’ 같은 주저하는 움직임을 반복한다는 점이 이 곡의 정서를 만든다. 가사·음반 정보
이수미가 스타가 되기 전의 음반 기록
‘헤어진 그 사람’이 실린 1971년 초는 이수미가 훗날 ‘여고시절’로 큰 인기를 얻기 전이다. 연합뉴스의 이수미 부고 기사에 따르면 그는 1952년 전남 영암에서 태어나 1969년 본명 이화자로 ‘당신은 갔어도’를 발표했고, 이후 이수미라는 예명으로 활동했다. 연합뉴스 이수미 생애 기사
후대 기록에서는 1970년 또는 1971년의 ‘때늦은 후회지만’을 이수미 이름으로 본격 활동한 초기작으로 설명한다. 1972년 ‘여고시절’이 히트해 이름을 널리 알리기 전까지는 오아시스의 여러 합집과 작곡가 음반에 지속적으로 곡을 남기던 시기였다. ‘헤어진 그 사람’은 바로 그 초기 음반 활동에 속한다.
몇 달 뒤 더 자주 보이기 시작한 이수미의 이름
1971년 3월에는 이수미의 이름을 앞세운 OL-915 《그 얼굴 / 사랑찾아 천리길》이 이어졌고, 4월 무렵의 OL-920에는 ‘여자이기에’와 ‘당신은 갔지만’이 실렸다. 오아시스 음반번호를 따라가면 1971년 초 이수미의 수록곡이 빠른 간격으로 늘어나는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오아시스 1971년 음반번호 자료
이후 1972년 ‘여고시절’이 크게 알려지면서 이수미의 위치는 달라졌다. 연합뉴스는 그가 ‘여고시절’로 톱스타 반열에 올랐고, 이후 MBC 10대 가수상과 TBC 7대 가수상 등을 받았다고 정리한다. 연합뉴스
같은 음반의 ‘약속한 벤취’와 나란히 놓인 노래
OL-879은 라이락과 이수미의 이름만으로 구성된 스플릿 음반은 아니다. 김부자, 박건, 조미미, 김성하, 나훈아 등 여러 가수가 함께 들어간 10곡짜리 합집이다. 다만 음반 제목에는 라이락의 ‘약속한 벤취’와 이수미의 ‘헤어진 그 사람’ 두 곡이 대표적으로 쓰였다. OL-879 전체 수록곡
‘헤어진 그 사람’은 이후 이수미가 ‘여고시절’로 자리 잡은 뒤의 대표작들과는 성격이 다르다. 유명세가 굳어진 뒤의 노래가 아니라, 아직 여러 작곡가 음반과 합집을 오가며 자신의 이름을 쌓아가던 초창기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록에 가깝다.
시간이 지나 다시 보는 ‘헤어진 그 사람’
이수미의 ‘헤어진 그 사람’을 그의 대표 히트곡만으로 평가할 필요는 없다. 1971년 1월 박원 작곡집에 실렸다는 사실, 아직 ‘여고시절’ 이전이었다는 시간적 위치, 그리고 그 뒤 몇 달 동안 이수미의 음반 수록이 빠르게 늘어났다는 흐름이 이 곡의 의미를 더 잘 설명한다.
가사 속 사람은 이미 떠났고 다시 만날 수 없지만, 음반 기록 속 이수미의 이름은 오히려 이 무렵부터 점점 자주 등장한다. ‘헤어진 그 사람’은 한 사람을 잃은 노래이면서 동시에 한 가수가 자신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남기기 시작하던 시기의 조용한 한 페이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