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사람 이름 – 남정희 –
‘그사람 이름’이 실린 백영호 작곡집
매일경제의 당시 기사에는 이 음반에서 남정희가 특히 크게 소개된다. 기사는 재킷의 중심 곡으로 영화 ‘지하여자대학’ 주제가 ‘가는 정 오는 정’과 ‘슬피 울었지’를 들면서 “남정희의 새로운 붐을 노리는 의욕적인 신곡들”이라고 표현했다. 같은 기사에서 남정희의 노래로 ‘가는 정 오는 정’, ‘그사람 이름’, ‘울릉도 뱃사공’이 한 면에 수록됐다고 구체적으로 적었다. 매일경제 당시 신보 기사 보기
후대에 확인되는 실물 음반 수록표에서는 한 면에 남진의 ‘슬피 울었지’, ‘어머님의 전상서’, 이미자의 ‘타향의 별’, ‘내 고향 섬마을’, 남진의 ‘어느 토요일’, 남정희의 ‘길’이 놓이고, 다른 면에는 남정희의 ‘가는 정 오는 정’, ‘그사람 이름’, 여운의 ‘황포돛대’, ‘추풍령’, 남정희의 ‘울릉도 뱃사공’, 정청수의 ‘못다한 안녕’이 이어진다. JLS-120384 수록곡 자료 보기
다만 당시 매일경제 기사와 후대 수록표는 어느 쪽을 SIDE 1 또는 A면으로 부르는지 서로 반대로 전한다. 곡들의 묶음과 순서는 대체로 일치하므로, ‘그사람 이름’은 남정희 면에서 ‘가는 정 오는 정’ 다음에 놓인 두 번째 곡으로 이해하는 것이 안전하다.
남정희는 당시 어떤 가수였나
남정희는 1970년에 처음 등장한 가수가 아니었다. 1967년 ‘새벽길’을 비롯해 백영호의 작품을 계속 취입했고, 당시에는 고등학생 가수로 언론에 소개된 기록도 남아 있다. 후대에 백영호 관련 자료를 정리한 기사에는 1967년 8월 26일 일간지에서 남정희를 고교 2학년생으로 소개하며 이미자 계열의 창법과 허스키한 음색을 언급했다고 전한다. 남정희 활동 기록 보기
그녀는 백영호 곡을 중심으로 ‘새벽길’, ‘순정’, ‘소양강은 대답없네’, ‘공산명월’, ‘그사람 이름’, ‘길’, ‘울릉도 뱃사공’ 등을 이어 불렀다. JLS-120384에서 남정희에게 세 곡이 한 면에 집중 배치된 것은 이 시기 백영호 작품 세계에서 남정희가 차지하던 비중을 보여주는 음반 구성이다.
정두수·백영호의 ‘그사람 이름’
‘그사람 이름’은 후대 음반 자료에서 정두수 작사, 백영호 작곡으로 정리돼 있다. 벅스의 지구레코드 디지털 복원판에도 남정희의 곡으로 수록되어 있으며 재생시간은 3분 3초다. ‘그사람 이름’ 복원 음원 정보 보기
남정희의 작품 연보를 정리한 후대 자료에는 ‘그사람 이름’을 1969년 작품으로 적은 경우도 있어, JLS-120384가 이 노래의 완전한 최초 녹음이라고 단정하기는 조심스럽다. 다만 1970년 봄 이 음반에 실렸다는 사실과 정두수·백영호 작품이라는 점은 여러 음반 자료에서 일관되게 확인된다.
‘그사람 이름’에 담긴 이야기
가사의 시작은 ‘맺지 못할 인연’임을 스스로 인정하려는 사람의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려 해도 사랑했던 사람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리움이 쌓여 미움으로 변할 만큼 시간이 흘렀어도 화자는 끝내 그 이름을 되풀이한다.
이 노래에는 새로운 사건이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 사람을 잊지 못하는 상태가 두 절에 걸쳐 반복되면서 제목의 ‘그사람 이름’이 노래의 중심으로 남는다. 떠난 사람을 직접 붙잡기보다 이름을 부르는 행위만 남겨놓은 구성이 정두수의 가사와 백영호의 선율에 실려 있다.
같은 음반에 남은 1970년의 목소리들
JLS-120384는 남정희만의 독집이 아니라 여러 가수의 곡을 담은 백영호 작곡집이다. 남진의 ‘슬피 울었지’와 ‘어머님의 전상서’, 이미자의 ‘타향의 별’과 ‘내 고향 섬마을’, 여운의 ‘황포돛대’와 ‘추풍령’, 신인 정청수의 ‘못다한 안녕’까지 한 음반에서 만난다. 현대 음원 서비스의 2012년 디지털 복원일은 이 음반의 최초 발표일이 아니라 복원·유통 시점이다. 지구레코드 디지털 복원 앨범 보기
‘그사람 이름’은 이 한 장 속에서 남정희의 세 곡 가운데 가장 직접적으로 사랑의 기억을 제목에 올려놓은 노래다. 1970년 봄 신보 기사에서 남정희를 새롭게 부각하려 했던 음반사의 기획과 함께 놓고 보면, 한 가수의 활동기가 음반 한 면에 압축돼 남은 기록으로 읽을 수 있다.
남정희의 ‘길’은 백영호 작곡집 JLS-120384 《슬피 울었지 / 가는 정 오는 정》에 실린 노래다. 같은 음반의 ‘그사람 이름’이나 ‘울릉도 뱃사공’이 사랑과 기다림을 구체적인 대상으로 풀어낸 데 비해, ‘길’은 지나온 삶과 앞으로 가야 할 길 자체를 노래의 중심에 놓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