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까치 – 샌디한 –

샌디한의 ‘산까치’는 1970년 지구레코드 계열 음반에서 확인되는 노래다. 오늘날 샌디한이라는 이름 자체가 거의 잊혀졌고 ‘산까치’라는 제목도 최안순의 1972년 히트곡 ‘산까치야’와 혼동하기 쉽지만, 두 노래는 서로 다른 곡이다.

샌디한의 ‘산까치’는 적어도 1970년 ‘김인배 작곡집 – 추억은 못 견디게’에 이미 수록돼 있었다. 현재 벅스에 복원된 음반에서도 이미자·조영남·신지훈·펄시스터즈의 노래에 이어 마지막 열 번째 곡으로 샌디한의 ‘산까치’가 남아 있다. (벅스!)

그런데 이 곡을 따라가다 보면 한 가지 문제가 생긴다. 후대에 복원된 다른 음반에서는 같은 제목과 같은 가창자의 노래가 장자공 작사·강승호 작곡으로 기록돼 있기 때문이다. 오래된 음반 한 곡의 이력을 복원할 때 왜 실물 음반과 여러 판본을 함께 살펴봐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샌디한 ‘산까치’가 처음 확인되는 음반

현재까지 확인되는 가장 이른 수록 기록은 1970년 지구레코드에서 나온 ‘김인배 작곡집 – 추억은 못 견디게’이다.

음반의 앞부분은 이미자의 노래들이 차지한다. ‘추억은 못 견디게’, ‘내 사랑 한 번 가고’, ‘못 잊을 내 사랑’, ‘그 사람은 떠나가고’가 이어지고, 조영남의 ‘잊지 못 할 사람 그 목소리’, 신지훈의 세 곡, 펄시스터즈의 ‘남자가 혼자 있을때’가 뒤를 잇는다.

그리고 마지막 자리에 샌디한의 ‘산까치’가 들어 있다.

ManiaDB에서도 이 음반을 1970년 지구레코드 음반으로 분류하고 있어 최소한 연도 자체는 서로 맞아떨어진다. 당시 같은 음반에 참여했던 신지훈과 펄시스터즈의 음반 이력에서도 이 음반이 1970년 작품으로 확인된다. (Maniadb)

현재 자료만으로는 정확한 월·일까지 신뢰성 있게 확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현대 음원사이트의 날짜를 가져와 1970년 어느 특정 날짜에 발표됐다고 단정하는 것은 피하는 편이 맞다.

그런데 왜 ‘김인배 작곡집’에 강승호 작곡 노래가 들어 있을까

여기에서 오래된 음반 특유의 복잡한 문제가 하나 나타난다.

벅스에서 1970년 ‘김인배 작곡집 – 추억은 못 견디게’에 들어간 ‘산까치’를 열어보면 가수와 앨범명만 표시되고 작사·작곡자는 별도로 나오지 않는다. (벅스 ‘산까치’ 1970년 음반 수록본) (벅스!)

그런데 훗날 복원된 ‘강승호 작곡집 – 정열’에도 샌디한의 ‘산까치’가 들어 있다. 이쪽 음원 정보에는 장자공 작사, 강승호 작곡이라고 명확히 기재돼 있다. 재생시간도 2분 38초로 1970년 수록본과 거의 비슷하다. (벅스 ‘산까치’ 강승호 작곡집 수록본) (벅스!)

실물 중고 음반 자료에서도 ‘강승호 작곡’ 음반의 뒷면에 나훈아의 ‘정열’, 펄시스터즈의 ‘남자가 혼자 있을때’, 신지훈의 ‘빗속을 가네’와 함께 ‘산까치(센디한)’가 수록돼 있었던 사실이 확인된다. 이 음반은 판매 자료에서 1973년 지구레코드 음반으로 소개돼 있다. (LP25 실물 음반 자료) (LP25)

따라서 ‘김인배 작곡집’이라는 음반 제목만 보고 ‘산까치’를 김인배 작곡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현재 확인되는 직접적인 작사·작곡 표기는 장자공 작사·강승호 작곡 쪽이다.

1972년과 1973년에도 다시 모습을 드러낸 노래

‘산까치’는 1970년 음반 한 장에서 끝나지 않았다.

1972년 지구레코드에서 나온 것으로 소개되는 ‘동심·연정’ 음반에도 ‘센디한’이라는 표기로 다시 수록돼 있다. 당시 실물 음반 판매 자료를 보면 A면에는 고송의 ‘동심’과 ‘사랑하는 그대여’, 이미자의 ‘추억은 못견디게’와 ‘못잊을 내사랑’이 배치되고 마지막에 ‘산까치(센디한)’가 들어 있다. (LP카페 실물 음반 자료) (LP 카페)

Apple Music에도 샌디한의 음원 가운데 ‘산까치’가 1970년 ‘김인배 작곡집 – 추억은 못 견디게’ 수록곡으로 정리돼 있고, 별도의 일본어 표기 ‘山カササギ’가 1972년 음반에도 남아 있다. (Apple Music – Web Player)

하나의 녹음이 여러 작곡집과 합동음반에 옮겨 실리는 것은 당시 음반 시장에서 낯선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처럼 ‘정규앨범 몇 집의 몇 번째 곡’이라는 방식으로만 이 시기의 노래를 바라보면 오히려 원래 발표 순서를 놓칠 수 있다.

샌디한의 ‘산까치’ 역시 여러 음반 사이를 옮겨 다니며 살아남은 노래에 가깝다.

샌디한은 어떤 가수였나

샌디한에 관해서는 현재 온라인에서 확인되는 동시대 인물 자료가 매우 적다.

벅스에는 대한민국 여성 솔로 가수로 등록돼 있고, 확인되는 음원도 많지 않다. 그러나 1970년 전후 음반을 따라가 보면 단순히 ‘산까치’ 한 곡만 남긴 가수는 아니었다. (벅스!)

1970년 2월 13일 발매된 것으로 기록된 지구레코드 김인배 편곡집 ‘Hey Jude / Come Back’에는 샌디한이 부른 ‘Tonight’이 A면 세 번째 곡으로 수록돼 있다. 이 음반에는 HE5와 준시스터즈가 함께 참여했다. 음반번호는 JLS-120377로 정리돼 있다. (ManiaDB ‘Hey Jude / Come Back’) (Maniadb)

후대 음원에는 ‘All For The Love Of Boy’, ‘여기 쓰러진 사람들’ 같은 노래도 남아 있다. (벅스!)

이 기록들을 보면 샌디한은 적어도 1970년 무렵 지구레코드 계열의 여러 작곡·편곡집에 참여했던 여성 가수였다는 정도까지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다만 본명, 출생연도, 데뷔 과정, 당시 소속사나 방송 활동 등을 신뢰성 있게 설명할 수 있는 자료는 이번 조사에서는 확인하지 못했다.

특히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혼혈 남성가수 샌디 김과 이름이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인물이므로 두 사람의 이력을 섞어서는 안 된다.

그 시대 음반에서 보이는 ‘작곡집’의 풍경

‘산까치’가 처음 확인되는 음반을 보면 1970년대 초 한국 음반의 한 단면이 그대로 드러난다.

오늘날처럼 한 가수의 노래만 열 곡가량 모아 정규앨범을 만드는 방식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작곡가나 편곡가의 이름을 앞세우고 이미자·조영남·펄시스터즈 같은 인기 가수와 비교적 덜 알려진 가수들의 노래를 한 장에 함께 담는 음반이 적지 않았다.

‘김인배 작곡집 – 추억은 못 견디게’도 그렇다.

이미자가 앞면의 중심을 잡고, 조영남과 펄시스터즈 같은 이름이 뒤를 받치는 가운데 신지훈과 샌디한의 노래까지 한 음반에 들어간다. (벅스!)

샌디한의 ‘산까치’는 바로 그 음반의 가장 마지막 자리에 놓여 있었다.

지금은 이름조차 찾기 어려운 가수의 노래가 디지털 복원 음원과 중고 LP 목록 속에서 여전히 확인되는 이유도 이런 음반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당시 ‘산까치’의 반응은 어느 정도였을까

이 부분은 조심스럽게 봐야 한다.

현재 확인한 자료에서는 샌디한의 ‘산까치’가 당시 방송 순위 몇 위에 올랐는지, 얼마만큼 판매됐는지, 라디오에서 어느 정도 신청됐는지를 보여주는 신뢰할 만한 동시대 수치를 찾지 못했다.

신문의 신보 소개나 가수 인터뷰에서도 이 곡을 직접 크게 다룬 자료는 현재 검색 범위에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히트곡이었다’거나 ‘큰 인기를 끌었다’고 표현할 근거는 없다.

다만 1970년 처음 확인된 뒤 1972년과 1973년 무렵 다른 지구레코드 음반에 다시 수록된 사실은 남아 있다. 적어도 음반사의 마스터와 레퍼토리 안에서 한 번 녹음되고 사라진 곡은 아니었다는 정도까지 읽을 수 있다. (LP 카페)

시간이 지나 다시 듣는 샌디한의 ‘산까치’

오래된 노래를 조사하다 보면 유명한 곡보다 오히려 이런 노래에서 당시 음반산업의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날 때가 있다.

샌디한의 ‘산까치’가 그렇다.

1970년 김인배의 이름을 내건 음반 마지막 자리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고, 몇 해 뒤 고송·이미자·나훈아·펄시스터즈 등의 노래가 실린 다른 음반으로 옮겨 다닌 흔적이 남아 있다. 후대 음원 데이터에서는 장자공과 강승호라는 작사·작곡자의 이름도 확인된다.

정확한 인기 순위도, 샌디한이라는 가수의 자세한 생애도 지금은 쉽게 복원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노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래된 LP의 한쪽 면, 음반번호와 수록곡 목록, 그리고 디지털로 옮겨진 2분 남짓한 녹음 속에 샌디한의 ‘산까치’가 1970년 한국 가요계에 실제로 존재했다는 흔적은 분명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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