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경험 – 장미리 –
‘첫경험’이 세상에 나오던 1970년 말
오아시스 OL-856은 한 가수의 독집이 아니라 여러 가수의 곡을 앞뒤 면에 나눈 합집형 LP다. 앞면 첫 곡은 태양희의 ‘사랑의 속삭임’, 두 번째는 같은 가수의 ‘가을에 떠난 사람’이며 이어 나훈아의 ‘선생님’, 박일남의 ‘그리운 희야’, 태정의 ‘사랑을 가르쳐 주세요’가 실렸다.
뒷면은 장미리의 ‘첫경험’으로 시작하고 최희준의 ‘비검’, 서수남의 ‘정말 너무해’, 조미미의 ‘불장난’, 남상규의 ‘만나지 않았다면’이 뒤따른다. 현재 벅스의 디지털 복원판에서도 이 10곡 구성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벅스에 표시된 2013년 7월 1일은 디지털 복원·유통 시점이지 1970년 원반의 최초 발매일이 아니다. 벅스 OL-856 디지털 복원 음반
실물 음반 계열 자료에서는 OL-856을 태양희·장미리 《사랑의 속삭임 / 첫경험》으로 표기한다. 장미리의 ‘첫경험’은 이 LP 뒷면 첫 곡이면서 음반 제목의 한 축을 이루는 곡이었다. OL-856 실물 음반 수록 정보
황혜미가 직접 쓴 영화 주제가
‘첫경험’은 황혜미 작사, 임호 작곡으로 기록돼 있다. 특히 작사가 황혜미는 단순히 영화와 같은 이름의 노래에 참여한 인물이 아니라 영화 첫경험을 직접 연출한 감독이다. 수집 음반 자료에는 이 곡이 영화 첫경험의 주제가라고 표기돼 있고, 장미리의 노래와 함께 황혜미·임호의 이름도 남아 있다. 장미리 ‘첫경험’ 음반·주제가 기록
한국영상자료원은 황혜미가 안개와 감자를 기획·제작한 뒤 첫경험으로 감독 데뷔했다고 정리한다. 이 작품은 권태로운 부부와 혼외 관계를 기존 신파 멜로드라마와 다른 방식으로 다뤘으며, 황혜미는 이 작품으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받았다. 한국영상자료원 ‘첫경험’과 황혜미 기록
당시 황혜미가 자신의 영화 제목과 같은 노래의 가사까지 직접 맡았다는 사실은 곡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후대에 영화와 우연히 제목이 같은 노래를 연결한 것이 아니라, 영화의 창작자가 직접 노랫말에 참여한 주제가였기 때문이다.
영화 ‘첫경험’과 노래의 거리
영화 첫경험은 남궁원, 윤정희, 김지미가 출연한 1970년 작품이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이 영화가 당시 일반적인 희생적 여성상을 앞세운 멜로드라마와 달리 부부의 권태와 탈선을 비교적 감각적으로 다뤘다고 설명한다. 한국영상자료원 영화 설명
영화 제작과정을 다룬 후대 영화사 연구에서도 황혜미가 1970년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작품으로 첫경험이 언급된다. 당시 동아일보와 중앙일보가 황혜미의 감독 데뷔와 제작 활동을 기사로 다뤘다는 기록도 학술논문의 참고문헌에 남아 있다. 황혜미 감독 영화 시나리오 연구
주제가 ‘첫경험’은 영화의 줄거리를 그대로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가사의 화자는 사랑을 믿지 않으려 하지만, 떠난 사람과 거닐던 길과 함께 들었던 노래를 혼자 다시 마주하면서 비로소 사랑이 남긴 감정을 깨닫는다. ‘첫 경험’이라는 말도 새로운 사랑의 설렘보다는 헤어진 뒤 뒤늦게 알게 된 사랑의 무게 쪽으로 기울어 있다.
‘첫경험’ 가사에 담긴 이야기
첫 부분에서 화자는 사랑을 믿지 않겠다고 말한다. 헤어져 괴로운 것은 사랑 때문이 아니라 미련이나 습관일 뿐이라고 스스로 설명하려 한다. 그러나 기억은 그 말대로 정리되지 않는다.
함께 걸었던 밤길을 혼자 걸을 때 시야가 흐려지고, 함께 들었던 노래를 다시 들으면 메아리처럼 아프게 돌아온다. 노래는 사랑을 부정하는 말과 실제로 남아 있는 감정을 서로 맞세운다. 마지막에 가서야 화자는 자신이 겪은 것이 사랑의 ‘첫 경험’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첫경험’ 가사와 음반 정보
장미리의 1970년대 초 활동 속에서
장미리는 현재 디지털 음원 데이터베이스에서도 1970년대 초 음반들이 복원돼 있는 여성 솔로 가수로 확인된다. ‘첫경험’ 역시 이후 다른 오아시스 계열 음반에 다시 수록된 흔적이 있어 OL-856 한 장에서만 사라진 노래는 아니었다. 벅스 장미리 아티스트 기록
다만 장미리의 후대 대표곡과 초기 활동을 한데 섞어 당시의 위치를 과장할 필요는 없다. ‘첫경험’의 경우 오히려 1970년 영화와 직접 연결되고, 감독 황혜미가 작사자로 참여했다는 구체적인 제작 기록이 이 노래의 가장 선명한 특징이다.
같은 음반에는 어떤 노래들이 있었나
OL-856은 태양희의 ‘사랑의 속삭임’을 앞면 첫 곡에, 장미리의 ‘첫경험’을 뒷면 첫 곡에 놓고 두 곡을 음반 제목으로 함께 내세웠다. 같은 음반 안에는 나훈아, 박일남, 최희준, 조미미, 남상규처럼 이미 여러 음반을 냈던 가수들의 곡도 함께 들어 있다. OL-856 전체 수록곡
이 구성은 1970년 무렵 오아시스가 자주 만들던 다가수 합집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서로 다른 가수의 신곡과 기존 레퍼토리를 한 장에 묶으면서, 앞·뒷면 첫 곡과 음반 제목을 통해 특정 곡을 눈에 띄게 배치하는 방식이다.
시간이 지나 다시 보는 ‘첫경험’
장미리의 ‘첫경험’은 한 가수의 독립적인 히트 여부만으로 설명하기보다 영화와 음반이 만나는 자리에서 보는 편이 정확하다. 1970년 11월 황혜미의 영화가 먼저 개봉했고, 한 달 뒤 오아시스 OL-856에 이 노래가 뒷면 첫 곡으로 실렸다.
무엇보다 영화의 감독이 직접 노랫말을 썼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장미리의 목소리, 황혜미의 가사, 임호의 작곡이 한 작품의 제목 아래 만났다는 사실이 ‘첫경험’을 1970년 말의 영화음악과 대중가요를 함께 바라보게 하는 곡으로 남긴다.
태양희의 ‘사랑의 속삭임’은 1970년 12월 24일 발매 기록이 남은 오아시스 OL-856 《사랑의 속삭임 / 첫경험》의 앞면 첫 곡이다. 같은 음반에 장미리의 영화 주제가 ‘첫경험’이 뒷면 첫 곡으로 실려 두 곡이 한 장의 LP 제목을 나눠 가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