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는 날아가고 – 쉐그린 –
쉐그린 ‘철새는 날아가고’, Side A의 마지막 곡
KLS-14의 Side A는 ‘사랑해요 당신을’, ‘그리움’, ‘미련’, ‘침묵의 소리’, ‘철새는 날아가고’ 순이다. ManiaDB 음반자료에서도 이 수록순서를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LP로 이 음반을 들었다면 ‘철새는 날아가고’가 끝나는 순간 한쪽 면 전체가 끝났다. 음반을 뒤집어야 ‘동물농장’을 비롯한 Side B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멀리 날아가는 철새를 바라보다
노래의 중심에는 제목 그대로 철새가 있다. 철새는 머물지 않고 먼 곳으로 날아간다. 화자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자신의 근심과 외로움도 함께 멀리 보내고 싶어 한다.
‘미련’이 코스모스가 피는 길에서 떠난 사람을 잊지 못하는 마음을 그렸다면 ‘철새는 날아가고’는 시선을 하늘로 돌린다. 떠나는 새의 움직임에 자신의 마음을 겹쳐 놓는다.
철새라는 소재는 계절의 변화와 떠남을 동시에 보여준다. 쉐그린은 이 이미지를 두 사람의 화음과 당시 포크 계열의 편곡 속에 담았다.
정성조의 편곡과 초기 쉐그린의 사운드
KLS-14의 제작정보에는 정성조의 이름이 중요하게 등장한다. 정성조는 작곡과 편곡에 참여하며 쉐그린의 초기 음반 사운드를 만드는 데 관여했다.
‘철새는 날아가고’에 대해서도 후대 음반자료에서는 드럼과 베이스, 플루트 등이 어우러진 포크록 계열의 편곡으로 설명한다. 이는 당시 한국 포크가 반드시 통기타만으로 만들어졌던 것이 아니라 스튜디오 편곡을 통해 다양한 악기를 받아들이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다만 세부 악기 편성을 원반의 세션 크레디트로 모두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특정 연주자의 이름까지 임의로 붙일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KLS-14가 쉐그린의 목소리와 정성조의 작·편곡 작업이 만난 초기 음반이라는 점이다.
한쪽 면의 끝에서 날아간 철새
‘철새는 날아가고’는 별도의 큰 히트 기록보다 KLS-14라는 앨범 안에서 위치가 선명한 작품이다. 사랑의 고백으로 시작한 Side A가 ‘그리움’과 ‘미련’을 지나 ‘침묵의 소리’로 이어지고 마지막에 철새가 날아간다.
쉐그린의 ‘철새는 날아가고’는 바로 그 끝자리에 놓였다. 떠나는 철새를 바라보며 마음속 근심과 외로움을 함께 보내려는 노래가 끝나면 레코드 바늘도 안쪽 홈에 도착했다. 그리고 음반을 뒤집으면 분위기가 전혀 다른 ‘동물농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쉐그린의 ‘침묵의 소리’는 1971년 유니버어살레코드 KLS-14 ‘쉐그린 최신앨범 Vol.1 – 사랑해요 당신을 / 동물농장’의 Side A 네 번째 곡이다. 깊은 밤과 가로등, 초승달 같은 풍경 속에서 말없이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는 노래로, 같은 면의 ‘미련’이나 ‘철새는 날아가고’와 함께 초기 쉐그린의 서정적인 면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