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부르스 – 이영숙 –
이영숙의 ‘여자의 부르스’는 1970년 여름 성음제작소의 SEL-1-742 《여자의 부르스 / 좋았다 싫어지면》에 앞세워진 노래다. 같은 음반에는 나훈아의 ‘좋았다 싫어지면’이 짝을 이뤘고, 이영숙에게는 1969년부터 이어지던 오아시스·성음 계열 음반 활동의 한가운데 놓인 작품이었다.
이 곡에는 후대 자료에서 쉽게 지나치기 어려운 기록도 하나 남아 있다. 국가기록원이 공개한 방송심의위원회 1987년 해제곡 목록에는 이영숙의 ‘여자의 부르스’가 김상만 작사·장욱조 작곡, 금지사유 ‘저속’으로 기재돼 있다. 다만 이 목록은 해제 시점의 정리 자료이므로 그것만으로 최초 금지일자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 국가기록원 1987년 해제곡 목록 보기
‘여자의 부르스’의 최초 음반
성음제작소 음반번호 자료에는 SEL-1-742 이영숙·나훈아 《여자의 부르스 / 좋았다 싫어지면》이 1970년 6월 22일 발매작으로 기록돼 있다. 이 자료는 같은 시기 SEL 계열 음반을 일련번호 순으로 정리하고 있으며 SEL-1-742 바로 뒤에는 ‘굳바이합시다 / 너와 나의 고향’, ‘밤의 기타 / 가는 길 오는 길’, ‘망향 / 부두아가씨’ 등이 이어진다. SEL-1-742 음반번호 기록 보기
서울역사박물관 소장품 목록에도 1970년 자료로 ‘음반-이영숙/여자의 부르스/좋았다 싫어지면’이 따로 등재돼 있다. 후대 음원 DB의 날짜에만 기대지 않고 실제 1970년 음반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공공기관 소장기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서울역사박물관 소장품 목록 보기
벅스의 오아시스 디지털 복원판에서도 ‘여자의 부르스’는 이영숙의 곡으로 남아 있으며 재생시간은 2분 38초다. 복원판의 발매일 표기는 현대 데이터베이스 정리 과정에서 원반 기록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최초 음반의 시점은 성음 음반번호 자료의 1970년 6월 22일 기록을 우선해 보는 편이 안전하다. 오아시스 디지털 복원 음원 보기
김상만과 장욱조의 이름이 남은 곡
‘여자의 부르스’의 작사·작곡 정보는 국가기록원 해제곡 목록에서 가장 분명하게 확인된다. 목록에는 작사 김상만, 작곡 장욱조, 가수 이영숙으로 적혀 있다. 같은 자료에서 장욱조는 이수미의 ‘바보랍니다’에도 작곡자로 나타나며, ‘여자의 부르스’는 그의 1970년대 초 대중가요 작업 가운데 한 곡으로 확인된다. 방송심의위원회 해제곡 기록 보기
이 곡이 1970년 SEL-1-742에 처음 표제로 등장하고, 1971년 이영숙의 스테레오 히트앨범에도 다시 실렸다는 흐름을 보면 일회성 합집 수록곡으로만 끝난 작품은 아니었다. 1971년 오아시스 OL-855 《왜왔오 / 여자의 부르스》에서는 뒷면 첫 곡으로 다시 배치된다. 1971년 OL-855 실물 음반 정보 보기
이영숙은 1970년 어떤 가수였나
이영숙은 이미 1969년부터 오아시스·성음 계열 음반에서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울보 아빠’, ‘그림자’, ‘사랑이 싹틀 때’, ‘가을이 오기 전에’, ‘단념’, ‘아까시아의 이별’ 등이 그 시기 음반에 이어졌고, 1970년 1월에는 지미로와 함께한 SEL-1-661 《잊으려 해도 / 그 여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따라서 ‘여자의 부르스’는 데뷔 직후의 첫 시험작이라기보다 이미 여러 신곡을 연속해서 취입하던 시기에 나온 곡이다. 1970년 10월 오아시스 OL-802 《길 / 사랑한다면》에도 이 노래가 다시 수록됐고, 그 음반에서는 최희준의 ‘길’, ‘나무잎 떨어져’에 이어 앞면 세 번째 곡으로 배치됐다. OL-802 실물 수록곡 보기
OL-802의 발매 기록도 1970년 10월로 남아 있다. 오아시스 음반 카탈로그에는 OL-802 《길 / 사랑한다면》이 1970년 10월 5일 또는 10월 30일로 정리돼 있어 판본이나 발매시점 표기에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중요한 점은 ‘여자의 부르스’가 6월 최초 음반 이후 같은 해 가을 다시 합집 LP에 재수록됐다는 사실이다. 오아시스 OL-802 발매 기록 보기
‘여자의 부르스’ 가사에 담긴 이야기
가사 속 화자는 사랑이 자신을 울리는 것인지 알지 못한 채 상대를 믿었던 사람이다. 사랑이 뜨거웠던 만큼 그 뒤에 이별이 올 수 있다는 사실도 미처 알지 못했다고 돌아본다. 후대 음반 DB에 남은 가사는 사랑의 시작보다 사랑이 끝난 뒤 뒤늦게 깨닫는 상실에 초점을 맞춘다.
화자는 상대를 원망하는 말보다 자신의 어리석음을 먼저 말한다. 사랑을 했던 사실 자체를 부정하지 않지만, 그 사랑이 이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는 깨달음이 중심에 놓인다. 제목의 ‘부르스’는 당시 대중가요에서 슬픔과 이별의 정서를 강조할 때 자주 사용되던 표현이지만, 이 곡의 핵심은 유행어보다 한 여성이 사랑의 끝에서 뒤늦게 얻은 인식에 있다.
1987년 해제곡 목록에 남은 ‘저속’ 판정
‘여자의 부르스’는 국가기록원의 방송심의위원회 1987년 해제곡 목록에 금지번호 752번으로 올라 있다. 곡명 ‘여자의 부르스’, 작사 김상만, 작곡 장욱조, 가수 이영숙, 금지사유 ‘저속’이라는 정보가 함께 남아 있다. 국가기록원 해제곡 원문 보기
이 기록은 곡의 성격을 해석할 때 특히 조심해서 볼 필요가 있다. ‘저속’이라는 표현은 방송심의기관의 당시 분류어이지 오늘날의 음악적 평가가 아니다. 또한 해제곡 목록에는 최초 금지일자가 표시되지 않으므로, ‘1970년 발매 직후 곧바로 방송금지됐다’고까지 확대해서 말할 수는 없다. 확인되는 사실은 이 곡이 한때 방송심의 금지목록에 포함됐고 1987년 해제곡 정리 자료에 남아 있다는 데 있다.
한 곡이 여러 음반을 거쳐 남은 방식
‘여자의 부르스’는 최초 음반인 SEL-1-742에서 이영숙의 이름과 함께 음반 표제에 사용된 뒤, 같은 해 OL-802 합집에도 다시 수록됐다. 이어 1971년에는 이영숙 자신의 OL-855 《왜왔오 / 여자의 부르스》에 뒷면 첫 곡으로 자리한다. 이런 재수록 흐름은 이 노래가 이영숙의 1970년대 초 레퍼토리 안에서 계속 유지됐음을 보여준다.
1971년 OL-855의 앞면에는 ‘왜왔오’, ‘정을 주던 사람’, ‘어찌할까요’, ‘가면 어쩌나’, ‘떠나갑니다’, ‘가을이 오기 전에’가 놓였고, 뒷면에는 ‘여자의 부르스’를 시작으로 ‘잊으려 해도’, ‘그림자’, ‘미워하지 마세요’, ‘사랑이 싹틀 때’, ‘아카시아의 이별’이 이어졌다. 1969~1970년에 흩어져 발표된 이영숙의 노래들을 한 장에 다시 모은 구성에 가깝다. 이영숙 스테레오 히트앨범 수록표 보기
시간이 지나 다시 보는 ‘여자의 부르스’
이영숙의 ‘여자의 부르스’는 1970년 6월 SEL-1-742에 표제로 등장하고, 같은 해 다른 오아시스 음반에 재수록되며, 1971년 이영숙의 스테레오 히트앨범으로 다시 이어졌다. 여기에 방송심의위원회의 1987년 해제곡 목록까지 남아 있어 한 곡의 발표와 재수록, 심의의 흔적을 함께 따라갈 수 있는 사례가 됐다.
노래 자체는 사랑의 뜨거웠던 순간보다 그 뒤에 찾아온 이별을 돌아보는 데 집중한다. ‘그때는 몰랐다’는 뒤늦은 깨달음이 짧은 곡 전체를 붙들고 있고, 그래서 이 노래는 이영숙의 여러 이별 노래 가운데서도 특히 후회와 자각의 정서가 선명하게 남아 있는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