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만이 가는 길 – 백성희 –
백성희 ‘여자만이 가는 길’, SEL-707의 한쪽 얼굴
SEL-707은 한 가수의 독집이 아니라 작곡가 박시형을 중심으로 선우영·유정·선우영아·백성희·김욱·하영의 노래를 한 장에 모은 작곡집이었다.
- Side A 1. 선우영 – 풀피리
- Side A 2. 선우영 – 슬픔만 남겼는데
- Side A 3. 유정 – 내마음 왜 이럴까
- Side A 4. 유정 – 해당화 사연
- Side A 5. 선우영아 – 비오는 밤에 떠난 사람
- Side A 6. 선우영아 – 여자의 길
- Side B 1. 백성희 – 여자만이 가는 길
- Side B 2. 백성희 – 웃으며 안녕
- Side B 3. 김욱 – 돌아온 애인
- Side B 4. 김욱 – 아무리 생각해도
- Side B 5. 하영 – 이제는 떠나지마
- Side B 6. 하영 – 나는 어떻게
열두 곡 가운데 백성희가 부른 노래는 두 곡이다. 그러나 그중 ‘여자만이 가는 길’이 Side B 첫 곡으로 선택됐고 음반 제목에도 올라갔다. 따라서 수록곡 수와 관계없이 이 음반에서 백성희에게 주어진 비중은 작지 않았다.
반대편 첫 곡은 선우영의 ‘풀피리’였다. 결국 ‘풀피리 / 여자만이 가는 길’이라는 음반명은 LP의 양쪽 면을 각각 여는 두 노래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월견초와 박시형이 만든 노래
백성희의 ‘여자만이 가는 길’은 월견초 작사·박시형 작곡으로 확인된다. 이 창작자 정보는 후대의 추정이 아니라 국가기록원에 남은 금지곡 목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가기록원 ‘금지곡 및 해제곡 목록’에는 이 작품이 499번으로 올라 있으며 ‘여자만이 가는 길 / 월견초 / 박시형 / 백성희 / 왜색’이라고 기록돼 있다.
월견초는 이 시기 수많은 대중가요의 노랫말을 썼고, 박시형 역시 작곡가이자 가수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작곡집을 잇달아 제작하고 있었다.
‘왜색’이라는 한 단어가 남은 심의기록
‘여자만이 가는 길’의 음반 이력에서 빼놓기 어려운 것은 금지곡 기록이다.
국가기록원 자료에서 확인되는 사유는 ‘왜색’이다. 다만 이 한 단어만으로 일본의 어느 특정 노래를 모방했다거나 특정 선율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확대해서 설명할 근거는 없다.
당시 대중가요 심의에서는 창법이나 선율의 분위기, 음계와 편곡 등을 두고 ‘왜색’이라는 포괄적인 표현이 사용되기도 했다. 따라서 이 작품 역시 공식 목록에 그렇게 분류됐다는 사실과, 구체적인 판단과정은 별개의 문제로 구분해 보는 것이 안전하다.
중요한 것은 백성희의 노래가 단순히 후대 음반목록에 제목만 남은 것이 아니라, 1971년 성음 SEL-707의 표제곡이었고 이후 국가의 가요심의 기록에도 이름을 남겼다는 사실이다.
‘여자의 길’과 ‘여자만이 가는 길’은 다른 노래
이 음반을 정리할 때 특히 주의할 부분도 있다. Side A 마지막에는 선우영아의 ‘여자의 길’이 있고, Side B 첫 곡에는 백성희의 ‘여자만이 가는 길’이 있다.
제목이 매우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작품이다. 원반자료에서는 선우영아의 ‘여자의 길’을 김주동 작사의 작품으로, 백성희의 ‘여자만이 가는 길’을 월견초 작사의 작품으로 구별한다.
LP를 실제 순서대로 들었다면 ‘여자의 길’이 Side A를 마무리하고, 레코드를 뒤집은 뒤 ‘여자만이 가는 길’이 시작되는 구성이었다. 비슷한 두 제목이 양면의 경계에 나란히 있었던 셈이다.
박시형 작곡 2집이 보여주는 1971년 성음의 풍경
SEL-707에는 이름이 널리 알려진 가수 한두 사람만 들어 있지 않다. 선우영과 유정, 백성희를 비롯해 선우영아·김욱·하영이 두 곡씩 나눠 부르는 방식에 가깝다.
이런 구성은 1970년대 초 작곡가 중심 LP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가수의 독집이라기보다 한 작곡가가 만든 작품들을 여러 가수에게 나눠 부르게 하고 그 가운데 대표곡 두 편을 양면 첫 곡으로 내세웠다.
백성희에게 그 자리를 만들어준 노래가 ‘여자만이 가는 길’이었다.
백성희의 ‘여자만이 가는 길’은 1971년 6월 15일 성음 SEL-707의 Side B 첫 홈에 놓였고 음반 제목에도 이름을 올렸다. 세월이 흐른 뒤에는 국가기록원의 금지곡 목록에 월견초·박시형·백성희라는 세 이름과 ‘왜색’이라는 심의사유가 함께 남았다. 한 곡의 오래된 LP 기록과 1970년대 가요심의의 흔적을 동시에 따라갈 수 있는 작품이다.
선우영의 ‘슬픔만 남겼는데’는 1971년 6월 15일 성음제작소 SEL-707 ‘박시형 작곡 2집 – 풀피리 / 여자만이 가는 길’의 Side A 두 번째 곡이다. 사랑이 끝난 뒤 가슴에는 상처가, 갈림길에는 이슬비가, 마음에는 지워지지 않는 옛정이 남았다는 사나이의 이별가다. 같은 면의 첫 곡 ‘풀피리’와 함께 선우영이 직접 불렀으며, 훗날 자신의 베스트 음반에도 다시 수록했다.
1971년 SEL-707 원반자료에서 ‘슬픔만 남겼는데’는 선우영의 ‘풀피리’ 바로 다음 곡으로 확인된다. 벅스의 ‘슬픔만 남겼는데’에도 선우영의 노래로 남아 있으며 재생시간은 약 2분 45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