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후일 – 문주란 –
‘먼후일’이 실린 신세기 가-12318
신세기레코드 음반목록에는 가-12318 서영은 작곡집 《향수의 별 / 슬픈장미》가 1970년 10월 15일 음반으로 정리돼 있다. 바로 앞 번호인 가-12317 역시 서영은 작곡집 《찾아온 동작동 / 충청도 아줌마》였고, 가-12318은 그 뒤를 잇는 또 한 장의 서영은 작품집이었다. 신세기레코드 음반목록 보기
원반 수록순서를 정리한 자료에서는 Side A에 박영진 ‘향수의 별’, ‘철없던 아빠’, ‘진정이라면’, 문주란 ‘꽃의 전설’, 박영진 ‘삼수갑산’, ‘낙도 머슴아’가 실리고, Side B에는 이채연 ‘슬픈 장미’, ‘다정한 목소리’, 릴리씨스터즈 ‘5분전’, 문주란 ‘먼후일’, 조영남 ‘산유화’, ‘뜨거운 안녕’이 이어진다. 가-12318 수록곡 자료
문주란은 이 한 장에서 ‘꽃의 전설’과 ‘먼후일’ 두 곡을 맡았다. 두 곡을 한쪽 면에 몰아넣지 않고 앞면과 뒷면에 하나씩 나눠 배치한 것도 눈에 띄는 구성이다.
1970년의 문주란
문주란은 1966년 ‘동숙의 노래’로 이름을 알린 뒤 1960년대 후반 이미 여러 음반과 인기곡을 낸 상태였다. 1967년 초 주간한국의 인기곡 순위에서도 ‘동숙의 노래’가 상위권에 머물렀던 기록이 확인된다. 따라서 가-12318의 ‘먼후일’은 신인 시절의 첫 음반이 아니라 이미 자기 이름을 굳힌 뒤 여러 작곡가 작품집에 참여하던 시기의 녹음이다. 1967년 주간한국 인기곡 기록
문주란의 당시 음반 활동은 박춘석 작품집처럼 한 작곡가와 긴 호흡으로 이어진 음반뿐 아니라 다른 작곡가의 합집에도 참여하는 방식으로 넓어져 있었다. 가-12318에서 서영은의 곡을 두 곡 부른 사실은 그 활동 범위를 보여주는 한 사례다.
같은 제목의 김소월 시와는 구분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먼후일’이라는 제목은 김소월의 시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배재학당역사박물관 자료는 김소월의 ‘먼후일’을 1925년 작품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시의 핵심에는 잊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잊지 못하는 반어적 정서가 놓여 있다. 김소월 ‘먼후일’ 자료
다만 1960~70년대에는 같은 시 제목을 사용한 여러 가곡·대중가요가 존재했다. 1966년 길옥윤 작곡집에도 이씨스터즈가 부른 동명곡 ‘먼후일’이 이미 수록돼 있었다. 따라서 문주란의 1970년 ‘먼후일’을 그 이전 동명 녹음과 같은 곡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1966년 신세기 가-12133 수록정보
가-12318은 명확히 ‘서영은 작곡집’으로 분류되므로 문주란의 ‘먼후일’ 역시 이 음반에서 서영은의 작품군 안에 놓여 있다. 그러나 현재 확인되는 공개 원반목록만으로는 이 곡의 작사자와 시 원문 사용 여부를 확정하기 어려워, 김소월의 시를 그대로 가사로 삼았다고 단정하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서영은 작품집 안에서의 ‘먼후일’
서영은은 ‘고향무정’, ‘충청도 아줌마’ 등을 작곡한 인물로 알려져 있고, 김소월 시를 노래로 만든 ‘부모’도 그의 작품으로 전해진다. ‘부모’는 유주용이 불러 1960년대 후반 음반에 남아 있다. 서영은 작곡 ‘부모’ 자료
가-12318에서도 ‘먼후일’뿐 아니라 ‘산유화’처럼 문학작품과 같은 제목의 곡이 함께 실려 있다. 다만 제목의 일치만으로 특정 시를 사용했다고 확정할 수는 없다. 이 음반을 볼 때 가장 확실한 사실은 문주란의 ‘먼후일’이 1970년 10월 서영은 작곡집의 Side B 네 번째 곡으로 자리했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나 다시 보는 문주란의 ‘먼후일’
문주란의 1970년 음반사를 따라가다 보면 잘 알려진 대표곡 사이에 작곡가 작품집을 통해 남은 작은 가지들이 많다. ‘먼후일’도 그 가운데 하나다. 신세기 가-12318이라는 한 장의 음반 속에서 문주란은 박영진·이채연·릴리씨스터즈·조영남과 함께 서영은의 작품 세계를 나눠 불렀다.
이 곡의 의미는 후대의 유명세보다 그 정확한 자리에 있다. 1970년 10월 15일, 신세기 가-12318, Side B 4번. 이 몇 가지 기록만으로도 문주란의 ‘먼후일’이 어느 시기의 어떤 음반 속에서 세상에 나왔는지는 분명하게 남는다.
박영진의 ‘낙도 머슴아’는 1970년 10월 15일 신세기레코드 가-12318 서영은 작곡집 《향수의 별 / 슬픈 장미》의 Side A 마지막 곡이다. 이 음반에서 박영진은 앞면 여섯 곡 가운데 다섯 곡을 맡았고, ‘낙도 머슴아’는 그 연속된 박영진 레퍼토리를 마무리하는 위치에 놓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