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슬은 태양 – 김하정 –
김하정 ‘녹슬은 태양’이 실린 박우영 작곡집
복원판의 수록순서는 양영철 ‘미련’, ‘이 목숨 다하도록’, ‘그리운 사람아’, 정훈희 ‘외로운 해바라기’, ‘비’, 최홍석 ‘몰랐어요’, ‘풋내기 사나이’, ‘가버린 사랑’, 김하정 ‘어리석은 내 마음’, ‘녹슬은 태양’이다. 네 가수의 곡을 묶은 작곡집으로, 한 가수의 독집과는 성격이 다르다. 박우영 작곡집 복원 수록표 보기
음반 제목에는 양영철의 ‘미련’과 최홍석의 ‘몰랐어요’가 사용됐다. 그렇다고 두 곡만을 현대적인 의미의 공식 타이틀곡이라고 단정하기보다, 재킷과 음반명을 대표한 곡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김하정의 두 곡은 수록순서상 음반의 뒤쪽을 맡았다.
1970년의 김하정은 이미 여러 음반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김하정은 JLS-120385에서 처음 등장한 가수가 아니다. ManiaDB에는 1969년 영화주제가 음반 《눈물의 여인 / 소라부인》의 ‘눈물의 여인’, 이미자 음반에 수록된 ‘님은 어디에’, 조영남과 함께한 손석우 히트 퍼레이드 계열 음반 등 1969년부터 이어지는 기록이 남아 있다. 김하정 음반·곡 기록 보기
1970년에는 《여자이기에》를 비롯한 김하정 이름의 음반도 확인된다. 따라서 ‘녹슬은 태양’은 무명의 가수가 단 한 번 남긴 곡이라기보다, 김하정이 여러 작곡가와 음반을 오가며 취입을 이어가던 시기의 한 작품으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녹슬은 태양’이라는 낯선 이미지
‘녹슬은 태양’이라는 제목은 강렬하다. 빛과 생명을 상징하는 태양에 ‘녹슬다’라는 표현을 붙여 밝음이 퇴색하고 시간이 흐른 이미지를 만든다. 다만 현재 공개된 복원자료에는 이 곡의 가사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아, 이것이 사랑의 상실을 뜻하는지 삶의 허무를 뜻하는지까지는 제목만으로 확정할 수 없다.
이 곡을 이해할 때 다른 동명의 노래나 후대 가사를 끌어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1970년 박우영 작곡집의 김하정 녹음이라는 음반정보를 기준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같은 음반에 남은 네 가수의 목소리
JLS-120385에는 양영철이 세 곡, 정훈희가 두 곡, 최홍석이 세 곡, 김하정이 두 곡을 맡았다. 지금은 서로 다른 경로로 기억되는 가수들이 1970년 한 작곡가의 작품집에서 나란히 만난 셈이다.
정훈희는 이미 1960년대 후반부터 여러 지구레코드 음반에 이름을 올렸고, 김하정 역시 1969년부터 여러 음반에 참여했다. 반면 양영철과 최홍석은 이 박우영 작곡집을 통해 현재까지 확인되는 곡이 집중적으로 남아 있어, 한 장의 작곡집이 가수마다 서로 다른 무게의 기록이 됐다.
시간이 지나 다시 보는 ‘녹슬은 태양’
김하정의 ‘녹슬은 태양’은 널리 알려진 히트곡보다 1970년 작곡집 한 장 속 정확한 위치로 되살아나는 노래다. 음반 마지막에 배치된 곡이라는 점과, 같은 가수가 바로 앞에서 ‘어리석은 내 마음’을 부른다는 구성이 김하정의 참여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녹슬은 태양’이라는 독특한 제목은 반세기 뒤에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그 제목과 JLS-120385라는 음반번호가 함께 남아 김하정의 1970년 활동을 다시 읽게 한다.
김하정의 ‘어리석은 내 마음’은 1970년 4월 14일 지구레코드 JLS-120385 박우영 작곡집 《미련 / 몰랐어요》에 수록된 곡이다. 후대 복원 수록순서에서는 9번이며, 바로 뒤 10번 ‘녹슬은 태양’까지 김하정의 두 곡이 연속해서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