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포동 부루스 – 김동아 –
‘남포동 부루스’가 세상에 나오던 때
성음제작소 음반번호 자료에는 DG-가-13-18 한동훈 작곡집 《남포동 부루스 / 엉뚱한 생각마세요》가 1970년 6월 10일 발매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같은 목록에서 바로 앞 번호 DG-가-13-17은 1970년 4월 10일의 한동훈 작곡집 《다시는 안만나리 / 사나이길》로 확인돼, 한동훈의 작곡집이 짧은 간격으로 이어졌던 흐름도 볼 수 있다. 성음제작소 음반번호 기록 보기
확인되는 수록표에서 Side A는 ‘남포동 부루스’ 김동아, ‘내품에 돌아오면’ 정경자, ‘안개속의 연인’ 김동아, ‘후회’ 강성훈, ‘사랑해요’ 정경자, ‘쓸쓸한 밤거리’ 김동아 순이다. Side B에는 ‘엉뚱한 생각마세요’와 ‘다 알았어요’ 돌씨스터즈, ‘사나이 눈물’ 박건, ‘가슴에 남긴 미련’ 강성훈, ‘대답이 없네’ 장나신, ‘가버린 그사람’ 강성훈이 들어 있다. 한동훈 작곡집 수록표 보기
따라서 ‘남포동 부루스’는 이 음반의 Side A 1번이며 음반 제목에도 곡명이 사용됐다. 현대식 의미의 공식 ‘타이틀곡’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원반 표제와 첫 트랙에 모두 놓인 중심곡이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정휘하가 쓰고 한동훈이 만든 남포동의 밤
부산광역시 중구의 지역문화 자료는 ‘남포동 부루스’를 정휘하 작사·한동훈 작곡·김동아 노래로 소개한다. 성음제작소에서 출반된 곡이라는 설명도 함께 남아 있다. 부산 중구 남포동 대중가요 기록 보기
가사의 무대는 화려한 네온등이 켜진 밤의 남포동이다. 화자는 과거 그 거리에서 청춘을 보내고 사랑했지만, 지금은 사랑을 잃은 채 다시 그곳을 찾아온다. 남포동은 관광지나 항구의 풍경으로만 등장하지 않고, 지나간 사랑을 되짚는 개인적인 기억의 장소로 놓여 있다.
후반부에서는 사랑을 잃고 등을 돌린 밤거리, 사나이가 흘리는 눈물과 그리움이 중심이 된다. 제목의 ‘부루스’ 역시 이런 밤거리와 상실의 정서를 직접 품고 있다. 긴 이야기를 덧붙이지 않아도 장소와 이별이 한 곡 안에서 분명하게 맞물리는 노래다.
1970년 한동훈 작곡집의 구성
한동훈은 1960년대 후반부터 여러 가수의 노래를 한 장에 묶는 작곡집을 지속적으로 냈다. 1967년에는 《엉뚱한 생각마세요 / 아- 내청춘》, 1969년에는 《울고있는 모정 / 애수의 그밤》 같은 음반이 확인되며, 1970년에는 《다시는 안만나리 / 사나이길》에 이어 《남포동 부루스 / 엉뚱한 생각마세요》가 나왔다. 1967년 한동훈 작곡집 수록정보 보기
이 때문에 DG-가-13-18은 김동아 한 사람의 독집이라기보다 한동훈의 작품을 여러 가수에게 배분한 합집형 작곡집으로 보는 것이 맞다. 김동아는 이 안에서 ‘남포동 부루스’, ‘안개속의 연인’, ‘쓸쓸한 밤거리’까지 세 곡을 맡아 Side A의 절반을 채웠다.
같은 음반에 남은 뜻밖의 이름, 장나신
이 음반에서 훗날 가장 뜻밖의 기록으로 남은 곡은 Side B 5번 ‘대답이 없네’다. 2013년 연합뉴스는 장사익이 1970년 이 곡을 취입했으며 당시 사용한 예명이 장나신이었다고 전했다. 1995년 첫 독집 《하늘가는 길》보다 25년 앞선 취입이었다. 연합뉴스 장사익 초기 취입 기록 보기
장사익은 후대 인터뷰에서 입대 직전 기존 가수가 내는 LP의 뒷면에 비용을 내고 자기 노래 하나를 넣었다고 직접 회고했다. 그 LP가 바로 김동아의 ‘남포동 부루스’를 앞세운 한동훈 작곡집이었다. 이 기록 덕분에 DG-가-13-18은 한동훈과 김동아의 1970년 음반일 뿐 아니라 장사익의 가수 경력 맨 앞쪽을 보여주는 실물 기록으로도 남게 됐다. 장사익 후대 인터뷰 보기
부산 노래의 계보 속 ‘남포동 부루스’
부산의 남포동은 여러 시대의 대중가요에 반복해서 등장한 장소다. 부산 중구의 지역문화 자료에는 ‘남포동 부루스’와 함께 ‘남포동 에레지’, ‘남포동 이야기’, ‘추억의 남포동’ 등 여러 노래가 정리돼 있다. 그 가운데 김동아의 곡은 1970년 성음제작소 음반으로 연결되는 초기 사례 가운데 하나다. 부산 중구 남포동 노래 기록 보기
후대에는 김수희·강민 등도 ‘남포동 부루스’라는 제목의 서로 다른 노래를 불렀다. 따라서 김동아의 1970년 곡을 찾을 때에는 정휘하 작사·한동훈 작곡이라는 정보와 성음 DG-가-13-18이라는 음반번호를 함께 확인해야 동명이곡과 섞이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 다시 보는 ‘남포동 부루스’
‘남포동 부루스’는 남포동이라는 실제 장소, 정휘하와 한동훈의 이름, 1970년 성음 음반이라는 세 가지 기록이 또렷하게 맞물린다. 무엇보다 같은 한 장에 김동아의 세 곡과 돌씨스터즈, 박건, 그리고 장나신 시절 장사익의 첫 취입까지 함께 들어 있다는 사실이 이 음반의 시대적 표정을 넓혀준다.
노래 속 남포동은 화려한 밤거리이면서 이미 잃어버린 사랑을 다시 불러내는 장소다. 1970년의 한 LP를 따라가다 보면 한 사람의 이별 노래에서 시작해 부산의 대중가요 지명사, 한동훈의 작곡집 제작방식, 장사익의 오래전 첫 녹음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김동아의 ‘쓸쓸한 밤거리’는 1970년 6월 10일 성음제작소가 낸 DG-가-13-18 한동훈 작곡집 《남포동 부루스 / 엉뚱한 생각마세요》에 실린 곡이다. 같은 음반에서 김동아가 부른 세 곡 가운데 하나이며, Side A의 마지막인 여섯 번째 자리에 놓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