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마세요 – 정은숙 –
정은숙 ‘잊지 마세요’, Side A의 첫 번째 자리
1971년 원반의 Side A는 정은숙의 ‘잊지 마세요’로 시작한다. 이어 같은 정은숙의 ‘이제야 알았어요’, 손진아의 ‘밤하늘의 기러기’, 나훈아의 ‘오빠’, 방주연의 ‘돌아온 편지’가 차례로 놓였다.
음반을 뒤집으면 김훈의 ‘떠났다 모두가’, ‘사랑을 하면서도’가 나오고 김유리의 ‘사공 아줌마’, 배성의 ‘능금꽃’, 김상희의 ‘사랑의 속삭임’이 이어진다.
오아시스 원반 수록자료에서도 이 구성이 확인된다. 정은숙과 김훈을 음반 앞뒤의 중심 가수로 세우고 다른 가수들의 노래를 함께 묶은 합동 LP였다.
정은숙의 초기 음반활동을 보여주는 노래
정은숙의 옛 음원을 따라가면 ‘잊지 마세요’ 한 곡에서 활동이 끝나지 않는다. 벅스 정은숙 아티스트 자료에는 ‘석류의 계절’, ‘동백 아줌마’, ‘내 사랑아’, ‘하얀 그림자’, ‘묻지 마세요’, ‘임 따라 구름 따라’, ‘임 떠난 낙동강’, ‘버림받은 여자’, ‘진정 몰랐어요’, ‘눈물의 사연’ 등 여러 작품이 남아 있다.
특히 백영호 작곡집과 남국인 작곡집 같은 여러 음반에도 정은숙의 이름이 등장한다. 한 장의 합동 LP에 잠깐 참여하고 사라진 가수라기보다 당시 작곡가 음반과 합동음반을 오가며 여러 곡을 취입했던 가수였음을 알 수 있다.
‘잊지 마세요’는 그 활동 가운데 1971년 5월의 한 음반을 대표했던 작품이다.
후대 음반에서도 다시 확인되는 ‘잊지 마세요’
이 노래는 1971년 5월의 ‘잊지 마세요 / 떠났다 모두가’에만 머물지 않았다. 벅스의 정은숙 곡목을 보면 ‘잊지 마세요’가 훗날 ‘사랑은 슬픈 이야기 / 사랑하는 까닭에’라는 다른 음반에도 다시 수록된 흔적이 남아 있다.
같은 작품이 다른 음반에 다시 등장했다는 것은 당시 음반사에서 이미 취입한 노래를 새로운 구성의 LP에 재수록하던 관행과도 맞닿아 있다.
다만 수록 음반이 달라졌다는 사실만으로 별도의 재녹음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원반이나 녹음자료에서 다른 테이크가 확인되지 않는 한 ‘재수록’과 ‘재녹음’은 구별해서 보는 편이 정확하다.
‘잊지 마세요’와 ‘이제야 알았어요’
1971년 음반에서 정은숙에게 배정된 두 작품의 제목을 나란히 놓으면 ‘잊지 마세요’와 ‘이제야 알았어요’가 된다. 실제 LP에서도 두 노래가 연속해서 흘러나왔다.
그러나 제목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두 작품이 하나의 연속된 사랑 이야기를 구성했다고 단정할 자료는 없다. 당시 음반의 실제 배열이 이 순서였다는 사실과 기획 의도는 구별해야 한다.
지니의 ‘이제야 알았어요’ 음원자료에서도 이 노래가 같은 ‘잊지 마세요 / 떠났다 모두가’ 음반에 수록된 정은숙의 작품으로 확인된다.
여러 이름이 함께 남은 1971년의 레코드
이 음반을 한 장 전체로 보면 당시 오아시스 합동 LP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 정은숙과 김훈을 양면의 중심에 놓았지만 손진아, 나훈아, 방주연, 김유리, 배성, 김상희까지 한 장에서 만날 수 있다.
지금은 각 가수의 노래를 검색해서 한 곡씩 듣지만 LP 시대의 청자는 ‘잊지 마세요’를 들은 뒤 자연스럽게 ‘이제야 알았어요’, ‘밤하늘의 기러기’, ‘오빠’, ‘돌아온 편지’까지 한쪽 면을 따라 들었다.
그리고 레코드를 뒤집으면 김훈의 ‘떠났다 모두가’가 시작됐다. 음반 제목의 두 노래가 각각 앞면과 뒷면의 문을 열었던 것이다.
1971년 5월, 정은숙의 이름을 앞에 세운 노래
후대에 남은 인기순위나 판매량보다 이 노래에서 더 분명한 기록은 1971년의 실제 음반 구성이다. ‘잊지 마세요’는 Side A 첫 곡이었고 음반 제목에도 올랐다.
정은숙은 그 뒤에도 여러 작곡집과 자신의 음반을 통해 노래를 이어갔다. 오늘날 디지털 음원으로 복원된 그의 곡목에서도 ‘잊지 마세요’는 1971년의 초기 레퍼토리로 남아 있다.
정은숙의 ‘잊지 마세요’는 그렇게 한 장의 오래된 오아시스 LP의 시작을 맡았다. 바늘을 레코드 바깥쪽 첫 홈에 내려놓으면 가장 먼저 정은숙의 목소리가 나왔고, 음반을 뒤집으면 김훈의 ‘떠났다 모두가’가 기다리고 있었다. 두 제목이 마주 보며 한 장의 레코드를 이루었던 1971년 5월의 기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