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울고 나도울고 – 나훈아 –
나훈아 ‘임도울고 나도울고’, 사랑이 끝나는 날
노래의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다. 사랑했던 두 사람이 헤어지는 날, 떠나는 사람도 울고 남은 사람도 운다.
첫 부분에서 화자는 애초에 인연을 맺지 않았다면 이렇게 울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돌아본다. 이별할 줄 미리 알았다면 차라리 자신이 먼저 떠났을 것이라는 마음도 드러낸다. 하지만 이미 사랑은 시작됐고 두 사람 앞에 남은 것은 이별이다.
뒤에서는 다시 만날 기약조차 없이 헤어지는 장면이 이어진다. 마음으로 몇 번이나 단념하려 해도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결국 노래는 두 사람이 함께 울었다는 장면으로 돌아온다.
‘임도울고 나도울고’의 1971년 음반자료에는 김정호 작사·이인권 작곡이라는 창작정보와 함께 이러한 노랫말이 전한다.
김정호 작사·이인권 작곡
‘임도울고 나도울고’는 김정호가 노랫말을 쓰고 이인권이 곡을 붙인 작품으로 기록돼 있다.
같은 OL-923 Side B의 두 번째 곡 ‘당신은 대답없네’에도 작곡가 이인권의 이름이 전한다. 따라서 이 음반에서 나훈아가 연속으로 부른 두 작품은 작곡가라는 연결고리도 갖는다.
당시 합동 LP에서는 여러 가수와 여러 작곡가의 노래를 한 장에 함께 싣는 일이 흔했다. OL-923 역시 김유리, 나훈아, 방주연, 김태희, 이영숙, 김구봉 등이 함께 참여했다. 그 가운데 나훈아에게 Side B 첫 두 자리를 배정하고 첫 곡을 음반의 대표 제목으로 삼았다.
‘퇴폐’라는 방송금지 기록
‘임도울고 나도울고’에는 또 하나 살펴볼 기록이 있다. 방송금지 이력이다.
1971년 음반과 노래를 정리한 옛 음반자료에서는 이 곡을 ‘1971 금지사유 : 퇴폐’로 기록하고 있다. 같은 페이지에는 김정호 작사·이인권 작곡, 오아시스 OL-923이라는 원반정보도 함께 제시돼 있다.
당시 대중가요 심의에서는 오늘날의 감각으로는 상당히 넓게 느껴지는 기준 아래 ‘퇴폐’, ‘비탄’, ‘왜색’, ‘저속’, ‘표절’ 등의 사유가 사용됐다. 사랑의 절망이나 지나친 비탄을 표현한 노래가 심의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다만 ‘임도울고 나도울고’에서 어떤 구절을 직접 문제 삼았는지까지 설명하는 심의문이 이 음반자료에 제시돼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노래의 특정 문장을 방송금지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금지 사유가 ‘퇴폐’로 전해진다는 기록까지 구별해 보는 편이 정확하다.
OL-923에서 김유리와 나훈아가 마주한 자리
OL-923을 한 장의 LP로 다시 보면 앞면과 뒷면의 구성이 대칭처럼 보인다. Side A에서는 김유리의 ‘사공 아줌마’와 ‘비바람’이 연속으로 나오고, Side B에서는 나훈아의 ‘임도울고 나도울고’와 ‘당신은 대답없네’가 이어진다.
그리고 각 면의 첫 곡을 뽑아 음반 제목을 ‘사공아줌마 / 임도울고 나도울고’로 만들었다.
김유리에게는 ‘사공 아줌마’가 이 음반의 대표곡이었고 나훈아에게는 ‘임도울고 나도울고’가 그 역할을 맡았다. 여러 가수가 참여한 합동음반이면서도 두 면의 입구는 두 가수에게 분명하게 배정돼 있었던 것이다.
1971년 봄의 나훈아
‘임도울고 나도울고’가 나온 1971년의 나훈아는 이미 신인 한두 곡으로 이름을 알리는 단계에서 벗어나 있었다. 1960년대 말 ‘사랑은 눈물의 씨앗’, ‘임 그리워’, ‘강촌에 살고 싶네’ 등이 알려지며 빠르게 인기 가수로 자리 잡았고, 1970년대 초에는 많은 신곡과 음반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 시기의 음반목록에는 오늘날까지 널리 불리는 노래와 지금은 거의 기억되지 않는 노래가 뒤섞여 있다. ‘임도울고 나도울고’는 OL-923의 대표 제목으로까지 사용됐지만 후대의 나훈아 대표곡 목록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주 만나기 어려운 작품이다.
그렇다고 당시 음반에서의 자리가 작았던 것은 아니다. LP를 뒤집어 Side B에 바늘을 올리면 가장 먼저 흘러나오는 노래였고, 음반 표제에도 김유리의 ‘사공 아줌마’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임도 울고, 나도 울던 이별
‘임도울고 나도울고’에는 복잡한 사건이 없다. 사랑했던 두 사람이 헤어져야 하고, 다시 만날 약속조차 없다. 마음으로 수없이 단념해도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노래는 그 감정을 제목 한마디로 되풀이한다. 한쪽 사람만 슬픈 것이 아니라 떠나는 사람과 남겨지는 사람 모두 운다. 그래서 이별의 책임을 누군가에게 돌리기보다 끝나버린 사랑 앞에 놓인 두 사람을 함께 바라본다.
나훈아의 ‘임도울고 나도울고’는 1971년 4월 오아시스 OL-923의 Side B를 열었던 노래다. 김정호의 노랫말과 이인권의 곡으로 만들어졌고, 김유리의 ‘사공 아줌마’와 한 장의 음반을 대표했다. 방송심의에서는 ‘퇴폐’라는 금지 사유가 전해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반세기가 지나면 가수의 수많은 노래 가운데 몇 곡만 남기 쉽다. 그러나 오래된 LP의 바늘이 놓였던 순서까지 되돌아가면 다른 모습이 보인다. 1971년 봄 OL-923을 뒤집었을 때 가장 먼저 들렸던 나훈아의 노래, 그 자리에 ‘임도울고 나도울고’가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