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 아줌마 – 김유리 –

김유리 ‘사공 아줌마’, 나룻배를 젓는 한 여인의 모습

‘사공 아줌마’는 노랫말 속 인물이 비교적 선명하게 그려지는 작품이다. 배경은 물새가 날아다니는 나루터다. 그곳에서 사공 아줌마는 나그네를 기다리고 나룻배를 저으며 강을 오간다.

노래는 그가 오랜 세월 강 위에서 청춘을 흘려보냈다고 이야기한다. 배에는 사람만 타는 것이 아니다. 화자의 표현을 따라가면 살아온 세월의 한과 시름도 함께 실린다.

두 번째 장면에서는 사공 아줌마가 물새를 앞세우고 다시 노를 젓는다. 나그네가 그의 사연을 궁금해하며 바라보지만 여인은 그 눈길을 피하거나 가볍게 받아넘긴다. 자신의 지난 이야기를 길게 풀어놓는 대신 다시 노를 저어 강을 건넌다.

벅스의 김유리 ‘사공 아줌마’ 음원자료에는 이러한 노랫말이 남아 있다. 다만 등록 가사는 이용자 제공 자료이므로 철자와 세부 표현은 원반 가사지와 차이가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강물과 청춘을 겹쳐 놓은 노래

이 노래에서 인상적인 것은 사공 아줌마의 과거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 사공이 됐는지, 누구를 잃었는지,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대신 계속 흐르는 강물과 흘러간 청춘을 겹쳐 놓는다. 사공은 수없이 같은 강을 오가지만 지나간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나그네가 사연을 물어도 여인은 말하지 않고 노를 젓는다.

그래서 ‘사공 아줌마’의 이야기는 확인되지 않은 비극적인 사연을 덧붙이지 않아도 충분하다. 강을 오가며 살아온 세월과 그것을 묻지 않은 채 노를 젓는 한 사람의 모습이 노래 안에 남아 있다.

OL-923에서 김유리가 맡은 두 곡

‘사공 아줌마’ 다음에는 김유리의 ‘비바람’이 이어진다. 이후 나훈아의 ‘폭풍을 몰고온 세사나이’, 방주연의 ‘정’, 김태희의 ‘총각손님’이 Side A를 채웠다.

이 배열은 김유리가 OL-923에서 단순한 참여 가수 가운데 한 사람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Side A 첫 두 곡을 연속으로 맡았고 그 가운데 첫 곡이 음반의 대표 제목이 됐다.

반대편에서는 나훈아가 같은 역할을 한다. Side B 첫 곡이 ‘임도울고 나도울고’, 두 번째가 ‘당신은 대답없네’다. 결과적으로 음반 앞면은 김유리, 뒷면은 나훈아의 노래로 문을 여는 구조였다.

다른 오아시스 LP에도 다시 실린 ‘사공 아줌마’

‘사공 아줌마’는 OL-923 한 장으로 수록이 끝나지 않았다. 같은 시기 오아시스의 다른 합동음반에서도 김유리의 이름으로 다시 등장한다.

오아시스 ‘너를 위하여 / 남천강 사랑’ 디지털 복원판에도 김원일의 ‘너를 위하여’, ‘왜 몰랐나’에 이어 김유리의 ‘사공 아줌마’가 세 번째 곡으로 들어 있다.

또 ‘사나이가 왜 울어 / 갯마을 처녀’ 음반의 ‘사공 아줌마’에서도 김유리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후대 복원자료에서 같은 작품이 여러 오아시스 음반에 남아 있는 것이다.

1971년 다른 합동 LP인 ‘잊지 마세요 / 떠났다 모두가’의 수록자료에서도 ‘사공 아줌마’가 김유리의 노래로 등장한다. 이 음반에서는 정은숙과 김훈의 노래를 중심으로 여러 가수가 참여했고 김유리의 ‘사공 아줌마’가 Side B에 포함됐다.

같은 노래가 여러 LP에 수록됐다는 사실만으로 모두 새롭게 녹음했다고 볼 수는 없다. 당시 오아시스는 기존 취입곡을 다른 합동음반과 선집에 다시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반복된 수록 자체는 ‘사공 아줌마’가 김유리의 1971년 레퍼토리에서 지속적으로 활용됐음을 보여준다.

나루터에 남은 이름, 김유리

김유리에 관한 당시의 상세한 인물기사는 오늘날 쉽게 접하기 어렵지만 원반은 그의 이름을 비교적 선명하게 남겼다. OL-923에서는 Side A를 여는 대표 가수였고 ‘사공 아줌마’와 ‘비바람’을 연속으로 불렀다.

특히 ‘사공 아줌마’는 다른 오아시스 LP에도 거듭 등장하면서 김유리의 옛 음원을 찾을 때 가장 먼저 만나는 작품 가운데 하나가 됐다.

물새가 날고 강물은 흘러간다. 사공 아줌마는 자신의 지난 세월을 나그네에게 설명하지 않은 채 다시 노를 잡는다. 1971년 김유리가 불렀던 이 노래에는 그렇게 이름 없는 한 사공의 삶과, 오래된 LP 속에 남은 가수 김유리의 목소리가 함께 흐르고 있다.

나훈아의 ‘당신은 대답없네’는 1971년 4월 16일 오아시스레코드 OL-923의 Side B 두 번째 곡이다. 정두수가 작사하고 이인권이 작곡한 작품으로 전하며, 같은 면의 첫 곡 ‘임도울고 나도울고’에 바로 이어졌다. 당시 이미 ‘사랑은 눈물의 씨앗’, ‘임 그리워’, ‘강촌에 살고 싶네’ 등을 거치며 빠르게 인기 가수로 올라선 나훈아의 1971년 수많은 취입곡 가운데 하나다.

OL-923 원반자료에서는 Side B를 ‘임도울고 나도울고’, ‘당신은 대답없네’, 이영숙의 ‘어찌할까요’, 김구봉의 ‘사나이의 약속’, 김태희의 ‘가시면 싫어요’ 순으로 기록한다. 벅스의 ‘당신은 대답없네’ 음원자료에서도 나훈아의 노래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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