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은 타인 – 김부자 –
김부자의 ‘만나고 싶은 타인’은 사랑이 끝난 뒤 서로 남남이 되었어도 얼굴과 이름을 지우지 못하는 마음을 담은 노래다. 현재 확인되는 초기 음반 자료를 따라가면 이 곡은 1970년 말 오아시스레코드의 여러 가수 합집 LP에 이미 실려 있었고, 이듬해에는 김부자의 이름을 앞세운 음반에 다시 수록됐다.
후대 음원 서비스에서는 2013년 디지털 복원 앨범으로 만날 수 있지만, 그 날짜는 원곡의 최초 발표시점이 아니다. ‘만나고 싶은 타인’의 위치를 제대로 보려면 오아시스의 1970년 말 음반 목록과 1971년 재수록 음반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만나고 싶은 타인’이 처음 모습을 보인 음반
오아시스 음반번호 자료에는 OL-852 《그리운 시절 / 만나고 싶은 타인》이 이교성과 김부자의 이름을 함께 내건 음반으로 기록돼 있다. 바로 뒤 음반인 OL-854가 1970년 11월 30일로 정리돼 있어 OL-852 역시 1970년 말에 나온 음반으로 볼 수 있지만, 현재 확인되는 자료만으로 정확한 발매일을 특정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오아시스 레코드 음반번호 자료
이 음반은 김부자의 단독 독집이 아니라 여러 가수의 노래를 묶은 합집 형식이었다. 후대에 디지털 복원된 《그리운 시절 / 만나고 싶은 타인》에는 이교성의 ‘그리운 시절’과 ‘미련’, 박일남의 ‘내마음 가는곳’, 이수미의 ‘때늦은 후회지만’, 나훈아의 ‘비에 젖은 여인’에 이어 김부자의 ‘만나고 싶은 타인’이 수록돼 있다. 그 뒤로 신호, 정훈희, 배성, 조미미의 노래가 이어진다. 벅스 디지털 복원 음반 정보
디지털 복원판의 배열에서는 ‘만나고 싶은 타인’이 전체 여섯 번째 곡으로 나타난다. 원래 LP가 앞뒤 면으로 나뉘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 곡이 음반의 후반부에 자리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현대 음원 서비스의 트랙 번호를 원반의 Side·Track 표기와 완전히 동일하다고 단정하기보다, 원반 실물 자료와 함께 보는 것이 안전하다.
1971년에는 김부자·나훈아 음반의 앞면 첫 곡이 됐다
‘만나고 싶은 타인’은 곧바로 다른 음반에도 다시 등장했다. 오아시스 OL-880 《만나고 싶은 타인 / 진주처녀》은 김부자와 나훈아의 곡을 함께 배치한 합집으로, 음반번호 자료에는 1971년 1월 14일과 2월 25일의 발매·재발매 기록이 함께 정리돼 있다. 이 판에서는 ‘만나고 싶은 타인’이 앞면 첫 곡에 놓였다. 오아시스 OL-880 기록
ManiaDB의 김부자 음반 목록에도 1971년 《만나고 싶은 타인 / 진주처녀》가 확인되며, ‘만나고 싶은 타인’이 첫 곡으로 기록돼 있다. 이 때문에 이 곡을 1971년 노래로만 기억하기 쉽지만, 더 앞선 OL-852 수록 기록을 함께 보면 곡 자체는 이미 1970년 말 오아시스 음반에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ManiaDB 김부자 음반 목록
김부자는 이 무렵 한 달에 한 번꼴로 녹음하던 시기였다
김부자는 후대 인터뷰에서 동아방송 ‘가요백일장’을 통해 가수 활동을 시작했고, 1968년 영화 ‘팔도기생’의 주제가를 부르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고 회고했다. 1970년 무렵에는 ‘일자상서’, ‘당신은 철새’ 등이 이어지며 오아시스레코드에서 매우 활발하게 녹음하던 시기였다. 김부자 인터뷰
같은 인터뷰에서 김부자는 오아시스 시절 한 달에 한 번씩 음반을 취입했다고 말했다. 실제 음반 목록에서도 1970년 8월의 ‘당신은 철새’, 9월의 민요집, 그 뒤 ‘만나고 싶은 타인’이 이어지는 모습이 확인된다. 한 곡을 오래 끌고 가는 방식보다 여러 합집과 독집을 빠르게 내놓던 당시 음반 제작 방식 속에서 김부자의 노래가 계속 새 판에 실렸던 셈이다. 서울시50플러스 김부자 회고
김부자의 1970년 활동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실물 기록은 《김부자 민요집》이다. 서울역사박물관 소장목록에는 이 음반이 1970년 9월 5일 자료로 등록돼 있다. 가요와 민요를 오가며 음반을 내던 김부자의 당시 활동 폭을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다. 서울역사박물관 소장자료
‘만나고 싶은 타인’ 가사에 담긴 이야기
가사는 이미 헤어진 두 사람의 관계에서 시작한다. 화자는 상대에게 무정하고 야속하다고 말하면서도, 지금은 서로 남남으로 살고 있다는 현실을 분명하게 받아들인다. 이 노래의 중심은 재회 약속이 아니라 헤어진 뒤에도 지워지지 않는 얼굴과 이름에 있다.
첫 절에서는 상대의 얼굴을 잊지 못하고, 두 번째 절에서는 이름을 지우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제목의 ‘타인’은 처음부터 낯선 사람이 아니라 한때 사랑했던 사람이다. 법적·사회적으로는 남이 되었지만 기억 속에서는 여전히 가장 가까운 존재라는 모순이 제목에 압축돼 있다. 벅스 곡 정보와 가사
가사는 짧고 구조도 단순하다. 같은 질문과 비슷한 문장을 되풀이하면서 ‘이미 끝난 사랑인데 왜 잊지 못하는가’라는 한 가지 감정에 집중한다. 이 반복 때문에 제목인 ‘만나고 싶은 타인’이 각 절의 마지막에서 더욱 또렷하게 남는다.
한 곡이 여러 합집을 거치며 남은 방식
1971년에는 ‘만나고 싶은 타인’이 오아시스 힛트쏭 선집에도 다시 실렸다. 확인되는 LP 수록표에서는 나훈아의 ‘헤어져도 사랑만은’, 김태희의 ‘사랑하다 싫어지면’, 배성의 ‘기적소리만’에 이어 김부자의 이 곡이 앞면 네 번째에 배치돼 있다. 1971년 오아시스 힛트쏭 선집 수록표
따라서 ‘만나고 싶은 타인’은 한 장의 독집에서만 존재한 노래가 아니었다. 1970년 말 OL-852에서 확인되고, 1971년 OL-880에서 음반 제목과 앞면 첫 곡으로 다시 강조됐으며, 같은 해 힛트쏭 선집에도 재수록됐다. 이 연속된 수록 기록은 오아시스가 이 노래를 김부자의 당시 주요 레퍼토리 가운데 하나로 여러 차례 활용했음을 보여준다.
시간이 지나 다시 보는 ‘만나고 싶은 타인’
‘만나고 싶은 타인’의 기록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1971년의 재수록 음반만 보고 그해 처음 발표된 곡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데 있다. 오아시스 OL-852의 존재를 따라가면 곡은 이미 1970년 말에 음반에 실려 있었고, 이후 김부자의 이름을 전면에 내건 OL-880과 여러 선집으로 이어졌다.
노래의 내용도 제목처럼 간결하다. 사랑했던 사람은 이제 ‘타인’이 되었지만, 얼굴과 이름까지 타인이 된 것은 아니다. 김부자가 빠른 속도로 새 음반을 취입하던 1970년 말, 이 짧은 이별 노래는 여러 오아시스 음반을 옮겨 다니며 당시 그의 레퍼토리 한쪽에 자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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