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진 비탈길 – 선우영 –
‘노을진 비탈길’이 처음 실린 SEL-3-701
성음 음반 카탈로그 자료에는 SEL-3-701 박시형 작곡집 《노을진 비탈길 / 사랑하고 미워하고》이 1970년 11월 1일 발매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같은 음반의 앞면에는 ‘노을진 비탈길’과 함께 선우영의 ‘생각을 말아야지’, ‘사라져갈때’, 유정의 ‘내마음 왜 이럴까’, 김현숙의 ‘언제 오려나’와 ‘외로운 여심’이 실렸다. SEL-3-701 실물 음반 수록곡 자료
뒷면에는 유정의 ‘사랑하고 미워하고’와 ‘해당화 사연’, 곽규호의 ‘굿모닝’과 ‘희망의 꿈’, 김현숙의 ‘날 믿어주세요’, 유정의 ‘찾아온 설악산’이 배치됐다. 따라서 이번에 함께 확인되는 일곱 곡은 후대 편집앨범에서 우연히 묶인 것이 아니라 실제 같은 1970년 LP에 함께 실렸던 곡들이다.
선우영과 박시형은 같은 사람이다
이 음반을 이해하려면 ‘선우영’과 ‘박시형’이라는 두 이름부터 구분해야 한다. 후대 음반 데이터베이스의 선우영 소개에 따르면 그는 1960년대부터 박시형이라는 이름으로 작곡 활동을 했고, 자신의 노래를 부를 때는 선우영이라는 예명을 사용했다. 강소희의 ‘잊어버린 꿈’, ‘후회하는 마음’ 등에 곡을 쓰고, 이후 ‘능금꽃 피는 산골’ 등 자신의 노래도 발표했다. ManiaDB 선우영 자료
같은 자료는 ‘노을진 비탈길’과 유정의 ‘사랑하고 미워하고’를 앞세운 음반을 박시형 작곡집 제1집으로 소개한다. 이후 ‘풀피리’를 앞세운 제2집, 1971년의 후속 작곡집들이 이어졌다는 기록도 남아 있어 SEL-3-701은 선우영 개인의 가창 음반인 동시에 작곡가 박시형의 작품집이라는 두 성격을 함께 가진다.
조형식 작사, 박시형 작곡
‘노을진 비탈길’의 작사자는 조형식, 작곡자는 박시형으로 확인된다. 이 정보는 국가기록원의 방송심의 목록에도 그대로 남아 있다. 후대 복원 음원에서 선우영이라는 가수 이름만 보면 놓치기 쉽지만, 이 노래는 곧 작곡가 박시형 자신의 노래이기도 하다. 국가기록원 방송심의 기록
1971년 ‘표절(곡)’ 판정을 받은 노래
국가기록원이 공개한 방송심의위원회 미해제곡 목록에는 ‘노을진 비탈길’이 1971년 3월 10일 심의에서 ‘표절(곡)’ 사유로 기록돼 있다. 목록에는 조형식 작사, 박시형 작곡, 선우영 가창까지 함께 적혀 있어 동명이곡과 혼동할 여지가 적다. 국가기록원 금지곡·미해제곡 목록
이 기록은 1970년 11월 음반 발매 후 약 넉 달 뒤에 남은 것이다. 어떤 외국곡 또는 국내곡과의 유사성이 문제였는지까지 해당 목록에서 구체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지만, 적어도 방송심의상 ‘표절(곡)’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는 공공기록으로 확인된다.
‘노을진 비탈길’에 담긴 이야기
가사의 공간은 제목 그대로 노을이 진 비탈길이다. 그 길에는 산꽃이 피어 있지만 꽃은 외로움과 찬바람 속에서 시들고, 화자는 그 풍경을 보며 지나간 시절을 떠올린다. 떠난 사람 또는 흘러간 시간을 잊지 못해 다시 같은 길을 찾아오는 구조다. 벅스 ‘노을진 비탈길’ 음원·가사
첫 절에서는 희미해진 지난 시절 때문에 비탈길을 찾아오고, 둘째 절에서는 멀리 가버린 과거를 그리워하며 같은 장소로 돌아온다. 특별한 사건이 많이 등장하는 노래는 아니지만, 산꽃·찬바람·노을·고갯길이라는 자연 이미지가 상실한 기억을 한 장소에 묶어놓는다.
후대 음원에서 발매연도가 달라 보이는 이유
‘노을진 비탈길’은 1982년의 선우영 히트곡 모음집과 2006년 《선우영 Best 1》에도 다시 수록됐다. 오늘날 음원 서비스에서는 이 후대 앨범들이 쉽게 검색되기 때문에 1982년이나 2006년 노래처럼 보일 수 있다. 2006년 《선우영 Best 1》
그러나 실제 원반 기록은 그보다 훨씬 앞선다. 성음 카탈로그에 남은 1970년 11월 SEL-3-701이 이 곡의 초창기 음반을 확인하는 핵심 자료다. ‘노을진 비탈길’은 선우영이라는 가수와 박시형이라는 작곡가가 한 사람 안에서 만나는 노래이고, 동시에 1971년 방송심의 기록까지 남아 있는 그의 초기 대표 자료이기도 하다.
선우영의 ‘사라져갈때’는 1970년 11월 성음 SEL-3-701 박시형 작곡집 《노을진 비탈길 / 사랑하고 미워하고》의 앞면 네 번째 곡이다. 같은 음반에서 선우영이 부른 ‘노을진 비탈길’, ‘생각을 말아야지’와 나란히 놓인 초기 녹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