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속의 여인 – 김태희 –
‘거울속의 여인’이 실린 1970년 SEL-1-765
음반 수집자료에서는 이 LP를 1970년 8월 5일 성음 SEL-1-765로 기록하고 있다. Side A는 ‘소양강 처녀’, ‘당신생각뿐이죠’, ‘이대로 보내리다’, ‘고향마을’, ‘기다리는 여심’, ‘속삭임’이며 Side B는 ‘돌아와 주세요’, 부르벨즈 ‘호피판사’, ‘거울속의 여인’, ‘여인애로’, ‘슬픈 길’, ‘착실한 전진’ 순이다. 1970년 SEL-1-765 음반자료
후대 복원자료에서는 ‘거울속의 여인’을 반야월 작사·박시춘 작곡으로 정리한다. 두 사람은 이미 수많은 가요를 함께 남긴 작사가와 작곡가였고, 이 음반에서는 ‘여인애로’에도 같은 이름이 이어진다. 김태희 수록곡 작사·작곡 자료
거울에 비친 사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나간 시간
가사의 화자는 거울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지만 노래는 외모보다 기억으로 깊어진다. 술잔을 받아든 밤, 비 내리는 거리, 떠오르는 과거가 차례로 겹치며 눈물과 회한이 이어진다. 마지막에는 스스로 굳세게 살겠다는 마음으로 방향을 돌린다. ‘거울속의 여인’ 가사·음원 정보
이 때문에 ‘거울속의 여인’은 단순한 연정의 노래보다는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는 한 여인의 독백에 가깝다. 1970년의 김태희가 ‘소양강 처녀’처럼 기다리는 처녀의 노래뿐 아니라 보다 성숙한 여성 화자의 노래도 함께 취입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김태희가 막 이름을 알리던 시기의 한 장
김태희는 본명 박영옥으로 알려져 있으며 1970년 ‘소양강 처녀’를 앞세운 음반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후대 기록에는 같은 해 TBC 신인가수상을 받은 것으로 정리돼 있다. 김태희 초기 활동 관련 기록
그러나 SEL-1-765를 ‘소양강 처녀’ 한 곡만을 위한 음반으로 보면 이 시기 김태희의 레퍼토리가 좁게 보인다. 민인설·김학송·남국인·이인권·박시춘처럼 서로 다른 작곡가의 노래가 한 장에 모였고, 영화 주제가까지 함께 들어갔다. ‘거울속의 여인’은 그 가운데 반야월과 박시춘의 오래된 가요 문법을 김태희의 목소리로 이어 받은 곡이었다.
같은 음반에는 영화 ‘호피판사’의 흔적도 남아 있다
이 음반이 발매되기 석 달 전인 1970년 5월 19일 매일경제는 영화 ‘호피판사’가 5월 14일부터 촬영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기사에는 추식의 원작과 TBC 인기 연속방송극을 영화화한 작품이며 박윤교가 감독을 맡았다고 적혀 있다. 매일경제 1970년 ‘호피판사’ 제작 기사
SEL-1-765에는 김태희의 ‘돌아와 주세요’와 부르벨즈의 ‘호피판사’가 모두 영화주제가로 인쇄돼 있다. 영화 자체는 1970년 작품으로 제작됐으며 박윤교 감독, 신영균·윤정희·김지미·남궁원·허장강 등이 출연했다. 영화 ‘호피판사’ 상세정보
‘거울속의 여인’ 자체가 영화주제가로 표시된 것은 아니지만, 같은 LP 한 장 안에서 김태희의 독집 성격과 영화음악 음반의 성격이 겹쳐 있다. 한 신인가수의 초기 노래들과 당시 영화 제작 현장이 같은 원반에 함께 남아 있다는 점이 SEL-1-765의 중요한 특징이다.
시간이 지나 다시 보는 ‘거울속의 여인’
‘거울속의 여인’은 ‘소양강 처녀’처럼 널리 알려진 이름은 아니지만 1970년 김태희의 첫 시기를 훨씬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노래다. 거울과 술잔, 비 내리는 거리, 과거의 기억을 통해 한 여인의 마음을 그리고 마지막에는 다시 살아갈 힘을 붙잡는다. 김태희라는 가수를 한 곡의 성공으로만 기억하지 않게 해주는 초기 음반의 한 조각이다.
김태희의 ‘고향마을’은 1970년 성음 SEL-1-765 《소양강 처녀 / 돌아와 주세요》 앞면 네 번째에 실린 노래다. 허기춘 작사·민인설 작곡으로 전해지며, 같은 해 여러 오아시스 계열 음반에 다시 수록돼 김태희의 초기 레퍼토리 가운데 비교적 자주 재편집된 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