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 남상규 –
‘가로등’이 남상규의 출발점이 된 1962년
남상규는 1939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났다. 군 복무 중이던 1960년 부산KBS의 신인 가수 선발 프로그램을 거쳐 군인 신분으로 부산KBS 전속가수가 됐고, 영화 ‘스타 탄생’의 주제가 ‘애수의 트럼펫’을 부르며 음반 활동에 발을 들였다. 이후 제대한 뒤 미8군 쇼 무대를 거쳐 아세아레코드에 들어가면서 ‘가로등’을 취입했다. 연합뉴스는 이 곡을 남상규가 본격적으로 가수 활동을 시작하게 된 작품으로 정리한다. 연합뉴스 남상규 생애 기사
따라서 1970년 8월 1일 발매로 정리된 AL258은 ‘가로등’의 최초 음반이 아니라 남상규의 아세아 시절 옛 녹음을 다시 묶은 성격의 음반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음반 데이터베이스에는 이 판을 《가로등 / 남행열차 / 행복한 고독》으로 등록하고 앞면 첫 곡에 ‘가로등’을 배치하고 있다. AL258 수록정보
한 장의 LP에 모인 남상규의 초기 노래들
AL258에는 앞면에 ‘가로등’, ‘하모니카 부는 텍사스 사나이’, ‘행복한 고독’, ‘그리운 사진’, ‘등대’, ‘로마의 로맨스’가 실렸고, 뒷면에는 ‘남행열차’, ‘그대 찾는 부르스’, ‘서부의 카보이’, ‘브라질 이민선’, ‘항구 잃은 연락선’, ‘대지의 포장마차’가 이어졌다. 이번에 함께 입력된 열두 곡이 바로 이 한 장의 LP 전체 수록곡과 일치한다. AL258 전체 트랙
그러나 이 가운데 상당수는 1970년보다 앞서 발표된 곡들이다. 실제 아시아레코드의 ‘남상규 힛트앨범 NO.1’ 실물 수록목록에는 ‘가로등’, ‘그리운 사진’, ‘등대’, ‘로마의 로맨스’, ‘부라질 이민선’, ‘남행열차’, ‘대지의 포장마차’, ‘항구 잃은 연락선’이 함께 들어 있다. 남상규 힛트앨범 NO.1 실물 수록곡
‘가로등’에 담긴 도시의 밤
노래의 무대는 깊은 밤의 로터리와 희미한 가로등 아래이다. 화자는 갈 곳을 정하지 못한 채 이쪽저쪽을 헤매고, 그 사람이 사라진 밤을 혼자 견딘다. 가로등은 도시 풍경의 장식이 아니라 외로운 사람의 그림자를 비추는 중심 이미지로 사용된다. ‘가로등’ 가사·음원 정보
이런 도시적 정서는 남상규가 이후 부른 ‘도회지 블루스’ 같은 노래들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러나 ‘가로등’이 먼저 중요한 것은 남상규의 본격적인 서울 활동과 아세아레코드 시절의 출발을 보여주는 실제 기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남상규가 노래하던 시대
‘가로등’ 이후 남상규는 영화 ‘행복한 고독’과 연결된 ‘이별의 하네다공항’, 해외 이민의 현실을 노래한 ‘브라질 이민선’을 발표했고, 1965년에는 영화와 함께 나온 ‘추풍령’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철수야 가거라’, ‘도회지 블루스’, ‘산포도 처녀’ 등을 이어 발표했다. 뉴시스 남상규 활동사
전성기였던 1967년에는 패티김과 함께 일본 빅터레코드로 활동무대를 옮겼다. 이 때문에 1970년 AL258의 존재는 더욱 흥미롭다. 남상규가 일본에서 활동하던 시기에도 국내에서는 그의 1960년대 아세아 녹음들이 다시 묶여 유통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 다시 듣는 ‘가로등’
‘가로등’은 1970년 음반의 첫 곡이면서 동시에 그보다 약 8년 앞선 남상규의 본격적인 출발점이다. 한 장의 재편집 LP만 보면 보이지 않는 시간이, 최초 발표 시기와 이전 음반들을 따라가면 다시 드러난다. 남상규가 오랫동안 불렀던 고향과 항구, 도시의 외로움 가운데서도 ‘가로등’은 가장 이른 시기에 그의 목소리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기록으로 남아 있다.
남상규의 ‘그대 찾는 부르스’는 1970년 AL258 《가로등 / 남행열차 / 행복한 고독》 뒷면 두 번째 곡이지만, 최소한 1964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선행 수록 기록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