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 우는 고향 – 김세레나 –
‘갈매기 우는 고향’이 세상에 나오던 때
현재 확인되는 아세아레코드 레이블 자료에는 ALS-197 김용만 최신작곡집 《꿈/와이래 좋노》가 1970년 1월 15일 제작·발매된 음반으로 정리돼 있다. 같은 자료의 1970년 아세아레코드 목록에서도 ALS-197 번호와 음반명이 확인된다. 아세아레코드 레이블 자료 보기
다만 일부 후대 수집 자료에서는 번호를 ‘AL-197’로 적고 있어 표기에 차이가 남아 있다. 당시 아세아 음반의 번호를 연속적으로 정리한 레이블 자료에서는 ALS-197로 확인되므로 이 글에서는 이를 우선한다. 오래된 음반은 재킷·레이블·유통 과정에서 번호 표기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어 후대 데이터 한 곳만으로 확정하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수록 순서는 앞면 1번 ‘꿈’ 김세레나, 2번 ‘내가 좋아하는 여자’ 김용만, 3번 ‘부부연가’ 김용만·김세레나, 4번 ‘정선아리랑’ 김용만, 5번 ‘갈매기 우는 고향’ 김세레나, 6번 ‘희망의 여로’ 김용만이다. 뒷면에는 ‘와이래 좋노’, ‘사랑이 울고간 거리’, ‘젊은 인생’, ‘여자의 마음’, ‘두고온 고향산’, ‘속차리세요’가 이어진다. 이 배열은 별도의 음반 소개 자료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된다. 음반 수록곡 자료 보기
이후 1970년에 제작된 아세아레코드 ALS-283 합동음반에도 ‘갈매기 우는 고향’이 다시 실렸다. 그 음반에서는 뒷면 5번에 놓였다. 따라서 ALS-283을 이 노래의 최초 음반으로 보기는 어렵고, 현재 확인되는 자료에서는 그보다 앞선 ALS-197이 먼저다. ALS-283 수록 자료 보기
1970년 초 김세레나는 어떤 위치에 있었나
‘갈매기 우는 고향’이 나온 1970년 초의 김세레나는 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신인이 아니었다. 1969년에는 ‘새타령’, ‘갑돌이와 갑순이’ 등으로 활동했고, 그해 12월 열린 문화방송 10대 가수 청백전에도 여자 가수로 이름을 올린 기록이 전한다. 이 시기를 다룬 가요사 자료에는 당시 여자 가수진 가운데 이미자, 패티김, 김상희, 펄시스터즈와 함께 김세레나의 이름이 적혀 있다. 1969년 가요계 기록 보기
후대 KBS 자료는 김세레나가 동아방송 ‘가요백일장’을 거쳐 가요계에 들어와 ‘새타령’, ‘까투리사냥’, ‘성주풀이’, ‘대한팔경’ 등을 잇달아 불렀다고 정리한다. 특히 전통 민요의 어법을 대중가요 무대에 옮긴 가수라는 설명이 반복된다. KBS 김세레나 관련 기록 보기
1970년의 음반 목록도 활동량을 보여준다. ALS-197에 이어 2월에는 ‘신범벅타령 / 정다운 다대포구’, 3월에는 ‘신만고강산’을 앞세운 스테레오 히트앨범이 아세아에서 이어졌다. 한두 곡의 성공 뒤 잠시 쉬던 시기라기보다 새 음반이 계속 이어지던 때였음을 레이블 번호의 흐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970년 아세아 음반 목록 보기
김용만의 작곡집이라는 음반
이 음반에서 함께 기억해야 할 또 한 사람은 김용만이다. 음반 자체가 ‘김용만 최신작곡집’이라는 이름으로 제작됐고, 김용만은 노래를 직접 부르는 동시에 자신의 작품을 김세레나에게 맡겼다. 그는 이미 1950년대부터 활동해 온 가수이면서 작사·작곡도 병행한 음악인이었다.
후대 연합뉴스가 그의 생애를 정리한 기사에서도 김용만은 ‘남원의 애수’, ‘효녀 심청’, ‘청춘의 꿈’ 등을 부른 가수인 동시에 이후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며 자신의 이름을 건 ‘김용만 작곡집’을 발표한 인물로 소개된다. 특히 민요와 만요의 어법을 대중가요에 끌어들였다는 점이 그의 음악적 특징으로 설명된다. 연합뉴스 김용만 생애 기사 보기
그런 김용만과 신민요로 이름을 넓혀가던 김세레나를 한 장의 음반 안에서 교차 배치했다는 점이 ALS-197의 중요한 특징이다. 한쪽은 남녀의 정을 노래하고, 다른 한쪽은 만요에 가까운 익살을 드러내며, ‘정선아리랑’ 같은 전통 소재도 함께 들어간다. 한 가지 정서만을 밀어붙인 독집이라기보다 김용만이 자신의 여러 작풍과 두 가수의 성격을 펼쳐 보인 작곡집에 가깝다.
‘갈매기 우는 고향’에 담긴 이야기
‘갈매기 우는 고향’의 무대는 바다와 배가 있는 고향이다. 가사 속 화자는 고향을 떠난 뒤 돌아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린다. 비바람과 갈매기,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배가 그 기다림을 둘러싸고 있다.
특히 노래는 떠난 배조차 다시 돌아오는데 사랑하는 사람만 돌아오지 않는다는 대비를 만든다. 기다리는 사람은 멀리 떨어져 있는 거리를 탓하기보다 마음만 있다면 천리도 가깝다고 여긴다. 항구를 배경으로 삼았지만 핵심은 여행이나 뱃사람의 삶보다 고향에 남은 사람이 돌아오지 않는 이를 기다리는 이야기다. 곡과 음반 기록 보기
김세레나 하면 신명나는 민요풍 곡이 먼저 떠오르기 쉽지만, 이 노래에서는 목소리가 전하는 방향이 달라진다. 흥겨운 장단보다 고향과 항구, 기다림이라는 오래된 대중가요의 소재가 앞에 놓인다. 같은 가수가 한 시기에 얼마나 다른 성격의 노래를 함께 취입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같은 음반에는 어떤 노래들이 있었나
ALS-197의 앞면은 ‘꿈’으로 시작해 ‘내가 좋아하는 여자’, ‘부부연가’, ‘정선아리랑’, ‘갈매기 우는 고향’, ‘희망의 여로’로 이어진다. 뒷면 첫 곡이 음반 제목의 다른 한 축인 ‘와이래 좋노’이고, 이어 ‘사랑이 울고간 거리’, ‘젊은 인생’, ‘여자의 마음’, ‘두고온 고향산’, ‘속차리세요’가 실렸다.
이 구성만 보아도 김세레나의 단독 독집으로 보기는 어렵다. 김용만과 김세레나가 번갈아 노래하고 한 곡에서는 함께 목소리를 맞추는 김용만 작품집의 성격이 뚜렷하다. 사용자가 함께 입력한 ‘꿈’, ‘사랑이 울고간 거리’, ‘내가 좋아하는 여자’, ‘와이래 좋노’, ‘부부연가’가 실제로 같은 음반에서 만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ALS-197 수록곡 구성 보기
당시 반응을 어디까지 확인할 수 있나
현재 접근 가능한 자료에서 ‘갈매기 우는 고향’ 자체가 1970년 방송순위 몇 위였는지, 몇 장이 팔렸는지를 보여주는 신뢰할 만한 동시대 수치는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김세레나의 당시 높은 인지도를 이 곡 하나의 히트 기록으로 바꾸어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확인되는 사실은 이 곡이 1970년 1월 김용만 작곡집에 처음 나타난 뒤 같은 해 다른 아세아 합동음반에도 다시 선곡됐다는 점이다. 이 재수록 기록은 곡이 당시 아세아레코드의 레퍼토리 안에서 계속 활용됐음을 보여주지만, 그것만으로 순위나 판매 성과를 추정할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나 다시 듣는 ‘갈매기 우는 고향’
‘갈매기 우는 고향’은 김세레나의 대표적인 신민요 히트곡들과는 다른 자리에서 1970년의 모습을 보여준다. 신민요의 개성을 지닌 가수가 김용만의 작품집 안에서 항구와 이별, 기다림의 정서를 노래했던 기록이다.
그리고 한 장의 음반을 온전히 들여다볼 때 이 노래의 위치는 더 분명해진다. ‘꿈’에서 시작해 익살스러운 노래와 남녀 듀엣, 아리랑, 항구의 이별 노래가 한 음반에 함께 놓여 있다. 1970년 1월의 ALS-197은 김세레나 한 사람의 노래만이 아니라, 작곡가이자 가수였던 김용만과 그 시기 김세레나가 만난 한 장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
김세레나의 ‘꿈’은 1970년 1월 15일 아세아레코드에서 나온 ALS-197 김용만 최신작곡집 《꿈/와이래 좋노》의 앞면 첫 곡이다. 음반 제목에도 ‘꿈’이 전면에 놓여 있어 이 작품집을 대표하는 곡 가운데 하나였음을 음반 구성 자체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