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마을 처녀 – 조미미 –
조미미 ‘갯마을 처녀’, 서울로 떠난 임을 기다리는 열아홉
‘갯마을 처녀’의 이야기는 구체적이다. 서산에 해가 지면 열아홉 살 처녀는 떠나간 사람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린다. 사랑과 눈물을 남겨놓고 떠난 사람을 기다리면서 혹시 돌아오지 못할까 애를 태운다.
날이 밝으면 두 손을 모아 그 사람이 돌아오기를 빈다. 그리고 노랫말은 그가 서울로 갔다는 사실을 밝힌다. 갯마을에 남은 처녀와 서울로 떠난 사람 사이의 거리가 이별의 배경이 된다.
벅스의 조미미 ‘갯마을 처녀’ 음원자료에서도 열아홉 살 갯마을 처녀가 서울로 떠난 임을 기다리고, 고동 소리를 들을 때마다 애태우는 내용이 확인된다.
바다를 배경으로 하지만 어업이나 풍랑 자체가 노래의 중심은 아니다. 핵심은 갯마을에 남은 젊은 여성과 도시로 떠난 연인의 이별이다. 고동 소리는 그 기다림을 되살리는 바닷가의 소리로 등장한다.
‘서산 갯마을’과 ‘갯마을 처녀’는 다른 노래다
조미미의 노래를 조사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유명한 ‘서산 갯마을’과 1971년의 ‘갯마을 처녀’는 제목과 배경이 비슷하지만 같은 노래가 아니다.
‘서산 갯마을’은 김운하가 작사하고 김학송이 작곡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미자가 1960년대에 먼저 불렀다. 조미미도 이 작품을 불러 자신의 레퍼토리로 남겼다.
반면 1971년 OL-893의 ‘갯마을 처녀’는 별도의 작품이다. 서산과 갯마을 노래의 역사를 다룬 ‘자전거생활’ 기사는 조미미가 1971년 ‘갯마을 처녀’를 불렀으며 정진성의 작품으로 소개한다.
‘서산 갯마을’이 굴과 전복을 따는 처녀들, 거센 풍랑과 갯마을의 생활상을 노래한다면 ‘갯마을 처녀’는 서울로 떠난 임을 기다리는 열아홉 살 처녀가 중심이다. 가사를 비교하면 두 작품의 차이는 더욱 분명하다.
OL-893 이후에도 계속 음반에 실리다
‘갯마을 처녀’는 OL-893 한 장에만 머물지 않았다. 이후 오아시스의 다른 합동 LP에도 반복해서 수록됐다.
‘비내리는 서울역 / 여인의 길’ 디지털 복원판에서는 송환주의 ‘비내리는 서울역’, ‘종로 아가씨’ 다음에 조미미의 ‘갯마을 처녀’가 들어 있다. 같은 음반에는 조미미의 ‘여인의 길’과 박건의 ‘빗속의 이야기’도 함께 수록됐다.
또 오아시스 OL-966 ‘사나이가 왜 울어 / 갯마을 처녀’에서도 이 작품은 다시 음반 제목으로 등장했다. OL-966 디지털 복원자료를 보면 손진아의 노래들이 Side A를 이루고, 조미미의 ‘갯마을 처녀’가 뒷면 첫머리에 놓이는 구성을 확인할 수 있다.
1971년 오아시스 음반목록에서도 OL-966은 ‘손진아·조미미 [사나이가 왜 울어 / 갯마을 처녀]’로 기록돼 있다. OL-893에서 이미 대표곡이었던 ‘갯마을 처녀’가 다른 음반에서도 다시 한쪽 면을 대표하는 제목으로 사용된 것이다.
1971년 조미미의 여러 음반 속에서
1971년 오아시스 음반목록을 따라가면 조미미의 이름은 여러 차례 나타난다. ‘이별의 종소리’, ‘비내리는 서울역 / 여인의 길’, ‘먼데서 오신 손님’, ‘웃으며 보내주마’, 그리고 ‘갯마을 처녀’가 다시 실린 OL-966 등이다.
이 시기 조미미가 여러 합동 LP와 자신의 노래를 통해 꾸준히 음반시장에 등장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갯마을 처녀’ 역시 한 차례 발표된 뒤 잊힌 수록곡으로만 남지는 않았다. 여러 음반에 다시 실렸고 적어도 두 장의 오아시스 LP에서 대표 제목으로 사용된 흔적이 확인된다.
고동 소리가 들릴 때마다
노래 속 처녀가 기다리는 사람은 먼 곳으로 사라진 정체 모를 인물이 아니다. 서울로 떠난 사람이다. 그래서 이 노래에는 1970년대 초 농어촌과 도시 사이의 거리도 자연스럽게 배경으로 들어온다.
다만 이를 특정한 사회현상의 상징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노랫말이 직접 말하는 것은 갯마을에 남은 열아홉 살 처녀와 서울로 떠난 연인의 이별이다.
저녁이면 그리워 눈물을 흘리고 아침이면 두 손을 모아 돌아오기를 빈다. 바닷가에서 들리는 고동 소리는 그 기다림을 다시 깨운다.
조미미의 ‘갯마을 처녀’는 그런 간결한 이야기로 1971년 OL-893의 첫머리를 열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다른 오아시스 LP에서도 다시 한쪽 면의 대표곡이 됐다. 비슷한 제목의 ‘서산 갯마을’과 구별해 원반과 가사를 따라가면, 서울로 떠난 임을 기다리던 열아홉 살 갯마을 처녀의 이야기가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