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식이 희소식 – 장현 –
‘무소식이 희소식’이 처음 실린 1970년 음반
원반의 앞면은 ‘기다려주오’, ‘무소식이 희소식’, ‘안개속에 여인’, ‘타향에서 만난 사람’, ‘외롭지 않아요’ 순으로 구성돼 있다. 뒷면에는 히식스의 ‘초원’, 장현의 ‘님은 먼 곳에’, 이정화의 ‘마음’, 임희숙의 ‘내 마음 모두 주오’와 ‘슬픈 고백’이 이어진다. 복각판 수록곡 자료
ManiaDB 역시 이 음반을 장현 《기다려주오》, 1970년으로 정리하고 ‘무소식이 희소식’을 앞면 두 번째 곡으로 싣고 있다. 정확한 발매일은 후대 자료에서 차이가 있으나, 복각 자료와 장현의 생애를 다룬 언론 기록을 함께 보면 1970년 하반기, 특히 11월 무렵의 데뷔 음반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ManiaDB 1970년 음반 정보
일부 후대 자료에서는 1970년 11월 15일 유니버살레코드 발매로 정리한다. 다만 정확한 날짜는 원반 발매 기록과의 추가 교차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므로, 이 글에서는 1970년 11월 무렵이라는 범위로 두는 편이 안전하다.
대구의 무명가수 장현과 신중현의 만남
장현의 본명은 장준기다. 서울신문은 훗날 장현을 회고하면서 그가 대구의 한 호텔 나이트클럽에서 가수로 일하던 중 신중현에게 발탁됐고, 1970년 ‘기다려주오’를 통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서울신문 장현 인터뷰 기사
복각 음반 해설에는 이 만남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지방 공연 중이던 신중현이 대구 수성관광호텔 나이트클럽에서 장현의 노래를 듣고 그의 중저음 음색에 관심을 가졌으며, 일주일가량 현지에 머무는 동안 ‘기다려주오’와 ‘안개 속에 여인’ 등을 포함한 신곡을 준비했다는 내용이다. 예전미디어 복각판 해설
신중현도 훗날 자신의 음악 인생을 정리한 인터뷰에서 1970년에 장현을 만났다고 직접 언급했다. 펄시스터즈와 김추자 이후 신인 가수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시기였고, 장현은 그 흐름 속에서 신중현 사단에 합류한 남성 보컬이었다. 연합뉴스 신중현 인터뷰
신중현이 만든 장현의 첫 목소리
복각판 해설은 원반의 ‘초원’을 제외한 나머지 아홉 곡을 신중현의 창작곡으로 설명한다. ‘무소식이 희소식’ 역시 그 데뷔 음반에서 신중현이 장현의 중저음에 맞춰 마련한 노래군 안에 들어간다. 당시 장현의 목소리는 감정을 강하게 밀어붙이기보다 낮고 느리게 끌어가는 성격이 강했고, 이 다섯 곡은 그 음색을 중심으로 짜여 있었다. 원반 복각 해설
후대 기사에서 장현을 설명할 때도 ‘중저음’과 ‘나직하게 읊조리는 듯한 창법’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서울신문은 그가 ‘나는 너를’, ‘마른 잎’, ‘석양’ 등으로 이어지는 활동에서도 이 음색을 특징으로 남겼다고 정리했다. 서울신문 장현 부고 기사
‘무소식이 희소식’에 담긴 이야기
가사는 제목의 속담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데서 시작한다. 사람들은 소식이 없으면 잘 지내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화자는 떠난 사람에게서 아무 연락도 오지 않는 상황을 견디기 어렵다. 떠날 때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던 사람이 너무 오래 침묵하자 기다림은 서운함으로 바뀐다. 1970년 음반 수록곡과 가사 자료
노래의 핵심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익숙한 말을 뒤집는 데 있다. 일반적인 속담은 아무 연락이 없는 것을 평안의 표시로 여기지만, 이 노래의 화자는 그런 위로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직접 소식을 듣고 싶은 사람에게 침묵은 좋은 소식이 아니라 기다림 자체이기 때문이다.
1974년 히트앨범 때문에 생기는 발매연도 착시
‘무소식이 희소식’은 1974년 유니버어살레코드 KLS-75 《장현 힛트 앨범》의 뒷면 두 번째 곡으로 다시 등장했다. 이 앨범에는 ‘석양’, ‘미련’, ‘기다려주오’, ‘안개 속의 여인’, ‘타향에서 만난 사람’, ‘외롭지 않아요’ 등 장현의 주요 녹음들이 한데 모였다. 1974년 KLS-75 수록곡
현대 음원 서비스에서도 ‘무소식이 희소식’은 이 1974년 히트앨범에 포함된 형태로 접하기 쉽다. 그러나 이것을 최초 발표로 보면 장현의 초기 역사가 네 해 뒤로 밀려난다. 실제로는 1970년 데뷔 음반의 두 번째 곡이었고, 이후 여러 편집음반에 거듭 옮겨 실린 것이다. 《장현 힛트앨범 – 석양, 미련》 음원 정보
같은 음반에 담긴 장현의 네 곡
이번에 함께 확인되는 ‘안개 속의 여인’, ‘타향에서 만난 사람’, ‘외롭지 않아요’도 모두 이 1970년 데뷔 음반 앞면에서 ‘무소식이 희소식’과 나란히 놓였던 곡이다. 순서는 ‘무소식이 희소식’이 A2, 당시 표기의 ‘안개속에 여인’이 A3, ‘타향에서 만난 사람’이 A4, ‘외롭지 않아요’가 A5이다.
이 가운데 ‘안개 속의 여인’은 1972년 KLS-46 《장현 And The Men》에서 다시 녹음돼 신중현 작사·작곡으로 명확히 표기됐고, 장현의 대표적인 초기 레퍼토리 가운데 하나로 남았다. 나머지 곡들은 그보다 덜 알려졌지만, 모두 장현의 첫 음반에서 그의 낮은 음역과 느린 소울풍 창법을 세상에 내놓은 초기 녹음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시간이 지나 다시 보는 ‘무소식이 희소식’
장현의 이름을 떠올릴 때 먼저 나오는 노래는 대개 ‘미련’, ‘나는 너를’, ‘석양’이다. 그러나 그의 시작점을 따라가면 그보다 앞선 1970년 음반에서 ‘기다려주오’ 바로 다음에 ‘무소식이 희소식’이 놓여 있다.
이 곡은 거대한 기록을 남긴 대표 히트곡보다 한 가수의 출발을 보여주는 음반 속 자리 때문에 더 분명해진다. 대구에서 노래하던 무명가수가 신중현을 만나 처음 자신의 목소리를 음반 한 면에 새기던 때, ‘무소식이 희소식’은 바로 그 첫 다섯 곡 가운데 하나였다.
장현의 ‘안개 속의 여인’은 1972년 《장현 And The Men》을 통해 널리 알려졌지만, 그보다 앞선 1970년 《기다려주오 / 무소식이 희소식》에서 이미 ‘안개속에 여인’이라는 표기로 등장한 곡이다. 따라서 1972년 녹음을 최초 발표로 잡으면 이 곡의 앞선 기록을 놓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