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 – 김혜라 –

‘당신과 나’가 실린 1970년 심형섭 작곡집

성음 제작소의 음반번호 자료에는 SEL-1-685 심형섭 작곡집 《빨간 낙엽처럼 / 석양》1970년 2월 25일 음반으로 정리돼 있다. 바로 앞 번호 SEL-1-684와 뒤의 SEL-1-686도 같은 시기 음반으로 이어져 있어 이 음반이 1970년 초 성음·오아시스 계열에서 제작된 LP였음을 확인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성음 제작소 음반번호 자료 보기

수록 순서에서 ‘당신과 나’는 앞면 세 번째 곡이다. 앞면은 김혜라의 ‘빨간 낙엽처럼’, ‘서방님’, ‘당신과 나’로 시작한 뒤 원중의 ‘비내리는 고향길’, 주희의 ‘사랑흘러 강물흘러’, 태원의 ‘못잊어’가 이어진다. 뒷면에는 나훈아의 ‘석양’을 시작으로 비퀸스·박지연·조애희·최정자·박숙요의 노래가 배치됐다. 후대 복원 음원에서도 이 12곡 배열이 그대로 확인된다. 벅스 복원 음반 수록곡 보기

김혜라 세 곡이 앞면을 여는 구성

이 음반에서 김혜라는 한 곡만 참여한 가수가 아니다. 앞면 1·2·3번을 연속으로 맡았다. ‘빨간 낙엽처럼’이 첫 곡, ‘서방님’이 둘째 곡, ‘당신과 나’가 셋째 곡이다. 따라서 현재의 독집 개념으로 보기보다는 김혜라의 세 곡을 전면에 배치하고 여러 가수의 노래를 함께 엮은 작곡집으로 이해하는 편이 원반의 실제 구성에 가깝다.

후대 디지털 페이지가 앨범 아티스트를 김혜라로 표시하는 까닭에 자칫 김혜라 단독 정규음반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실물 음반의 곡 배열을 전한 수집 자료에서도 앞면과 뒷면에 서로 다른 가수 9명이 등장한다. 1970년 음반 수록 순서 자료 보기

‘당신과 나’의 음반사적 위치

‘당신과 나’는 같은 김혜라의 ‘빨간 낙엽처럼’처럼 여러 후대 선집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곡은 아니다. 현재 확인되는 자료에서는 이 1970년 심형섭 작곡집의 앞면 세 번째 곡이라는 위치가 가장 또렷하다. 그래서 이 노래를 볼 때는 독립 히트곡이라는 표현보다 김혜라의 세 곡을 연속 배치한 1970년 초 음반의 한 축으로 설명하는 편이 안전하다.

작사·작곡 세부 표기는 현재 공개된 디지털 곡 페이지에 나타나지 않는다. 음반 전체가 심형섭 작곡집으로 분류된 사실은 확인되지만, 개별 곡의 작사·작곡까지 원반 라벨과 대조하지 않은 채 일괄적으로 단정할 필요는 없다.

같은 음반에 남은 또 다른 시간들

이 한 장에는 이미 앞선 음반에 등장했던 노래들도 함께 들어 있다. 박지연의 ‘무주 구천동’, 조애희의 ‘홀로가는 사람’, 최정자의 ‘님타령’, 태원의 ‘못잊어’ 등은 다른 1960년대 음반에서도 확인된다. 반면 김혜라의 ‘당신과 나’는 지금까지 확인되는 자료에서 이 음반과의 연결이 특히 강하다.

그 때문에 《빨간 낙엽처럼 / 석양》은 ‘전곡이 동시에 처음 발표된 신보’라기보다, 새로 밀어낸 곡과 이미 존재하던 레퍼토리를 함께 묶은 당시 작곡집형 LP의 성격을 보여준다. ‘당신과 나’는 그 가운데 김혜라가 음반 앞면을 열어 가던 세 곡 중 마지막 자리에 놓여 있다.

시간이 지나 다시 보는 ‘당신과 나’

지금 ‘당신과 나’를 따라가면 유명세보다 음반의 형태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1970년 2월 25일, 성음 SEL-1-685라는 번호 아래 김혜라의 세 곡과 서로 다른 가수들의 노래가 한 장에 모였다. 한 가수의 독집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당시 음반 제작과 유통의 풍경 속에서 이 노래의 자리가 남아 있다.

김혜라의 ‘빨간 낙엽처럼’은 1970년 초 발표된 심형섭 작곡집 《빨간 낙엽처럼 / 석양》의 앞면 첫 곡이다. 음반 제목의 한쪽을 차지했고, 같은 면에 김혜라의 ‘서방님’과 ‘당신과 나’가 연이어 배치돼 있어 이 LP에서 김혜라에게 가장 앞자리가 주어졌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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