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을 가네 – 신지훈 –

신지훈의 ‘빗속을 가네’는 1970년 무렵 지구레코드에서 나온 김인배 작곡집 ‘추억은 못 견디게 / 빗속을 가네’에 수록된 노래다. 오늘날 신지훈이라는 이름은 다른 세대의 가수를 먼저 떠올리게 하지만, 이 음반에 참여한 신지훈은 1970년대 초 음반에서 활동이 확인되는 남성 가수다. 벅스 역시 이 신지훈을 대한민국의 남성 솔로 가수로 별도 분류하고 있다. 벅스 신지훈 아티스트 정보

특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당시 음반에 ‘빗속을 가네(영화주제가)’라고 적혀 있다는 사실이다. 신지훈의 이름이 크게 알려진 음반은 아니지만, 이 한 줄 덕분에 노래가 단순한 음반 수록곡 이상의 출발점을 지녔음을 알 수 있다.

‘빗속을 가네’가 처음 실린 음반

현재 확인되는 원반 계열 자료를 종합하면 ‘빗속을 가네’는 1970년 지구레코드에서 발매된 김인배 작곡집 ‘추억은 못 견디게 / 빗속을 가네’에 실렸다.

LP 전문 자료인 LPtown에는 이 음반이 지구 JLS-120386, 1LP로 등록돼 있고, 실제 음반을 소개하는 LP25에도 이미자의 ‘추억은 못견디게’와 신지훈의 ‘빗속을 가네’를 앞세운 음반으로 남아 있다. LPtown 음반 자료 LP25 실물 음반 수록곡 자료

수록 위치는 Side 2의 첫 번째 곡이었다.

Side 1은 이미자의 노래 네 곡과 조영남의 노래 한 곡으로 구성됐고, Side 2의 문은 신지훈의 ‘빗속을 가네’가 열었다.

전체 배열은 다음과 같다.

Side 1에는 이미자의 ‘추억은 못견디게’, ‘내사랑 한번가고’, ‘못잊을 내사랑’, ‘그사람은 떠나가고’, 그리고 조영남의 ‘잊지못할 그 목소리’가 실렸다.

Side 2에는 신지훈의 ‘빗속을 가네’, ‘그사람 별은’, ‘그대는 내마음에’에 이어 펄시스터즈의 ‘남자가 혼자 있을때’, 샌디한의 ‘산까치’가 배치됐다. 현재 벅스의 복각 음원 역시 같은 순서로 10곡을 싣고 있다. 벅스 ‘김인배 작곡집 – 추억은 못 견디게’

현재 디지털 서비스에 보이는 2012년 날짜는 지구레코드 음원이 디지털로 다시 유통된 시점으로, 원곡 발표시기로 볼 수 없다. Apple Music도 음반 자체는 1970년 작품으로 분류하면서 저작권 표시는 2012년 지구레코드로 표시한다. Apple Music 김인배 작곡집

정두수가 쓰고 김인배가 만든 노래

음반 수록곡을 정리한 자료에는 ‘빗속을 가네’가 정두수 작사, 김인배 작곡으로 기록돼 있다. 같은 음반에 실린 신지훈의 ‘그사람 별은’과 ‘그대는 내마음에’ 역시 정두수와 김인배의 작품이다.

정두수가 생전에 발표한 노랫말을 모은 시집에도 ‘빗속을 가네’가 별도의 작품으로 수록돼 있어 작사자 확인을 뒷받침한다. 시집에는 ‘빗속을 거닐면서’, ‘빗속에서 다시 한 번’, ‘빗속을 가네’처럼 비와 이별의 이미지를 사용한 그의 여러 노랫말이 함께 정리돼 있다. 정두수 노래시집 ‘꽃핀 노래 사랑시’ 수록목록

작곡가 김인배는 이미 1960년대부터 ‘보슬비 오는 거리’를 비롯한 수많은 대중가요를 만들었던 작곡가였다. 이 음반 역시 한 가수의 독집이라기보다는 김인배의 작품을 여러 가수가 나누어 부른 작곡집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앞면에는 당시 이미 정상급 가수였던 이미자가 자리하고, 뒷면에는 신지훈 세 곡과 펄시스터즈·샌디한의 노래가 함께 들어가는 구성이 가능했다.

음반에는 ‘영화주제가’라고 적혀 있다

‘빗속을 가네’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기록은 실물 음반 수록곡 표기다.

LP25에 남아 있는 음반 정보에는 Side 2 첫 곡이 ‘빗속을 가네(영화주제가)(신지훈)’라고 명시돼 있다. 바로 다음 곡 ‘그사람 별은’에도 똑같이 ‘영화주제가’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LP25 실물 음반 정보

따라서 두 노래가 영화와 관계된 곡이었다는 사실 자체는 음반 자료에서 확인된다.

다만 현재 공개적으로 검색 가능한 영화자료에서는 이 두 곡이 어느 영화에 사용됐는지까지 확실하게 연결되는 자료를 찾기 어렵다. (혹시 이 부분에 대해서 아시는 분이 있다면, 아래 이야기(댓글)을 통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래된 가요를 조사하다 보면 이런 경우가 적지 않다. 노래는 음반에 남았지만 영화 필름이나 홍보자료, 음악 사용 기록이 충분히 디지털화되지 않아 작품과 주제가의 연결고리 한쪽이 사라진 경우다.

‘빗속을 가네’도 그런 숙제를 남긴 노래 가운데 하나다.

당시 신지훈은 어떤 가수였나

신지훈에 관한 동시대의 상세한 인물 기사나 방송 활동 기록은 현재 온라인에서 거의 확인되지 않는다. 그래서 출생연도나 데뷔 과정, 당시 소속사 같은 정보를 추측해서 채울 수는 없다.

대신 음반 활동의 흔적은 분명하다.

1970년 김인배 작곡집에서 ‘빗속을 가네’, ‘그사람 별은’, ‘그대는 내마음에’ 세 곡을 불렀고, 이듬해 무렵 제작된 박춘석 작곡집 ‘물망초 블루스’에서도 ‘잊어야 할 사람’, ‘잊어야지’, ‘밤비의 블루스’ 세 곡을 불렀다. ManiaDB에는 이 음반이 1971년 지구레코드 작품으로 정리돼 있다. ManiaDB 박춘석 작곡집 ‘물망초 블루스’

즉 ‘빗속을 가네’ 한 곡만 남긴 가수는 아니었다.

적어도 1970년 전후 지구레코드의 김인배·박춘석 작곡집에서 연속해서 여러 곡을 취입한 가수였다는 사실은 음반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당시 신문 지면에서 신지훈 개인의 인기순위나 수상 기록, 뚜렷한 히트 기록까지 확인되는 자료는 찾기 어렵다. ‘빗속을 가네’가 몇 위까지 올랐다거나 몇 장이 팔렸다는 식의 수치는 현재 자료만으로 말할 수 없다.

‘빗속을 가네’에 담긴 이야기

현재 벅스에도 ‘빗속을 가네’의 가사는 등록돼 있지 않다. 벅스 ‘빗속을 가네’ 곡 정보

정두수의 노랫말이라는 사실과 작품 제목까지는 확인되지만, 신뢰할 만한 공개 자료에서 당시 가사 전문을 대조하기 어려운 만큼 제목만 가지고 노래 속 사연을 만들어내는 것은 피하는 편이 맞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정두수가 즐겨 다뤘던 이별과 그리움, 비의 이미지 속에 자리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그의 후대 노래시집에서도 ‘빗속을 가네’는 여러 비와 이별의 노랫말 사이에 함께 수록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음반에서 이 곡은 Side 2의 첫 곡이다.

이미자의 ‘추억은 못견디게’가 앞면을 대표했다면, 뒷면을 처음 여는 목소리는 신지훈이었다.

같은 음반에는 ‘그사람 별은’도 있었다

신지훈은 이 음반에서 한 곡이 아니라 세 곡을 불렀다.

‘빗속을 가네’ 바로 다음에 ‘그사람 별은’, 이어서 ‘그대는 내마음에’가 나온다. 세 곡이 연달아 배치됐다는 것은 신지훈이 이 음반의 Side 2에서 상당한 몫을 맡았음을 보여준다.

특히 ‘그사람 별은’ 역시 음반에서 영화주제가로 표기돼 있다.

또 정두수의 노래시집 목차에도 ‘그사람 별은’이 독립된 작품으로 남아 있어, 오늘날 음원서비스에 제목만 남은 무명곡이라기보다는 정두수가 자신의 작품 목록에 계속 포함시킨 노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정두수 ‘시로 쓴 사랑노래’ 수록목록

시간이 지나 다시 듣는 ‘빗속을 가네’

‘빗속을 가네’에는 화려한 수상 기록이나 지금까지 반복해서 소개되는 유명한 비화가 남아 있지 않다.

대신 한 장의 오래된 음반이 많은 것을 말해준다.

이미자의 노래가 앞면을 채우고, 뒷면 첫 자리에 신지훈의 목소리가 놓여 있었다. 정두수가 노랫말을 쓰고 김인배가 곡을 만들었으며, 당시 음반에는 분명히 ‘영화주제가’라는 설명도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신지훈은 다음 해에도 박춘석 작곡집에서 다시 세 곡을 불렀다.

큰 히트곡의 역사만 따라가면 이런 이름과 노래는 쉽게 사라진다. 하지만 한 시대의 가요사는 정상에 오른 몇 곡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1970년 한 장의 LP 뒷면 첫 번째 자리.

그 자리에 신지훈의 ‘빗속을 가네’가 남아 있다.

Similar Posts

  • 사랑이 울고간 거리 – 김세레나 –

    ‘사랑이 울고간 거리’는 어떤 노래인가 ALS-197은 1970년 1월 15일 발매된 김용만 최신작곡집으로 정리돼 있다. ‘사랑이 울고간 거리’는 Side B의 2번 곡이며 김세레나가 노래했다. Side B 첫 곡은 김용만의 ‘와이래 좋노’, 다음이 이 곡이고 ‘젊은 인생’, ‘여자의 마음’ 등이 뒤를 잇는다. 수록곡 자료 보기 1970년 아세아레코드의 번호별 자료에서도 같은 음반은 ALS-197 ‘김용만 최신작곡집 [꿈/와이래 좋노]’로 확인된다….

  • 왜 그런지 – 성재희 –

    ‘왜 그런지’는 1966년 독집의 노래다 1966년 오아시스에서 나온 성재희 독집은 ‘그때 그 사랑’을 앞세운 음반으로, Side A 3번에 ‘왜 그런지’를 수록했다. 실물 음반 판매 자료와 별도 음반 정리 자료에서 이 배열이 함께 확인된다. 1966년 성재희 독집 자료 현대 벅스의 다른 음원 등록에서는 ‘왜 그런지’를 전우 작사·김인배 작곡으로 표시한다. 벅스 저작자 정보 가사에 담긴 이야기 가사는…

  • 돌아가기 싫어요 – 이신화 –

    ‘돌아가기 싫어요’의 최초 확인 음반 현재 확인되는 음반 자료에서는 1969년 9월 5일 성음 SEL-1-630 《낙엽이 가는 길 / 사랑이 싹틀 때》에 이신화의 ‘돌아가기 싫어요’가 Side A 2번으로 실려 있다. 이 자료에는 하중희 작사·김강섭 작곡으로 정리돼 있다. SEL-1-630 수록곡 자료 가사에 담긴 이야기 화자는 먼 길을 찾아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지만 상대에게 거절당할 상황에 놓여 있다. 돌아가라는…

  • 단장의 종소리 – 송춘희 –

    ‘단장의 종소리’의 최초 음반 아세아레코드 1960년대 레이블 정리 자료에는 AL-150 배호·송춘희 《누가 울어 / 단장의 종소리》가 1968년 7월 12일 판본으로 기록돼 있다. 당시 수록곡 자료에서는 Side B 1번이 송춘희의 ‘단장의 종소리’, Side B 2번이 같은 곡의 경음악으로 제시된다. 아세아레코드 1960년대 레이블 자료 AL-150 수록곡 자료 따라서 1970년 ALS-191의 ‘단장의 종소리’는 최초 발표가 아니라 이전 취입곡을…

  • 석양 – 나훈아 –

    나훈아 ‘석양’과 SEL-1-685 성음 제작소 음반번호 자료에서 이 음반은 SEL-1-685, 1970년 2월 25일 발매 음반으로 정리돼 있다. 현대 디지털 복원본에서도 ‘석양’은 전체 일곱 번째, 원반 기준 Side B 첫 번째 곡으로 확인된다. 성음 제작소 레이블 자료 보기 벅스 ‘석양’ 곡 정보 보기 한 음반에 머물지 않은 ‘석양’ ‘석양’은 같은 해 심형섭 작곡집 SEL-1-760 《긴 자욱…

  • 잊지못할 미쓰리 – 안다성 –

    ‘잊지못할 미쓰리’의 AL-219 수록 실물 음반 자료에서 앞면은 원목의 ‘옛시절’, ‘마지막 여자’에 이어 안다성의 ‘잊지못할 미쓰리’, 김세레나의 ‘완도 아가씨’, 박일남의 ‘비내리는 부두’, 오기택의 ‘초가 고향’ 순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이 곡은 Side A 3번이다. 아세아 AL-219 실물 음반 같은 1970년 다른 이시우 작품집에도 남았다 김세레나와 안다성이 함께 참여한 1970년 《둥둥 내사랑 / 저 꽃잎이 피고 질…

guest

0 Comments
오래된순
최신순 추천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