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삼거리 – 안다성 –

안다성 ‘나그네 삼거리’가 놓인 자리

AL-206의 앞면은 김세레나 두 곡, 이동근 한 곡을 지나 안다성의 두 곡으로 이어진다. ‘나그네 삼거리’가 4번, ‘밤비의 탱고’가 5번이고 신가야의 ‘임떠난 부두’가 면을 마감한다. 1970년 LP 수록 순서

이 음반의 제작 시점은 아세아 레이블 연표상 1970년 2월 22일로 정리돼 있다. 안다성은 그해 별도의 히트 선집과 컴필레이션에도 계속 이름을 올렸다. 서울역사박물관 소장품 목록에는 1970년 제작물로 ‘안다성 힛송/영화주제가 주책바가지’ 음반도 남아 있다.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음반 목록

이미 중견가수였던 안다성

안다성은 ‘나그네 삼거리’ 무렵 새로 등장한 신인이 아니었다. 그의 대표적인 초기 레퍼토리는 1950~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0년의 음반 자료에서도 ‘바닷가에서’, ‘사랑이 메아리칠 때’, ‘못 잊을 대전의 밤’ 같은 이전 노래들이 계속 선집에 실리고 있었다.

따라서 ‘나그네 삼거리’는 한창 데뷔를 알리는 작품이라기보다 이미 오랜 경력을 가진 가수가 1970년 음반시장에서도 계속 신곡과 선집 작업을 이어가던 흔적에 가깝다.

‘나그네 삼거리’가 품은 오래된 가요의 어휘

‘나그네’와 ‘삼거리’는 모두 전후 한국가요에서 자주 사용된 이미지다. 고향을 떠난 사람,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모르는 사람, 다시 만날 곳을 정하지 못한 이별을 짧은 제목 안에 압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안다성은 이미 ‘바닷가에서’처럼 장소를 정서의 중심에 놓는 노래를 잘 소화한 가수였다. ‘나그네 삼거리’ 역시 길과 방랑의 이미지를 앞세운 당시 성인가요의 한 갈래로 읽을 수 있다.

한 장의 합집 속 중견가수

AL-206에는 당시 활동 경력이 서로 다른 가수들이 한꺼번에 모였다. 김세레나처럼 1960년대 후반 급부상한 가수, 훗날 현철로 알려질 태현철, 그리고 이미 1950년대부터 이름을 쌓은 안다성이 같은 레코드에 놓였다.

‘나그네 삼거리’는 그런 음반의 성격을 보여주는 곡이다. 당시 한국 LP가 세대가 다른 가수를 한 장에 함께 담을 수 있었던 제작 문화를 기록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 다시 듣는 ‘나그네 삼거리’

이 노래의 가치가 반드시 순위나 판매량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1970년에도 안다성이 새로운 레퍼토리를 녹음하고 있었고, 그것이 김세레나·태현철 같은 다른 세대의 가수와 한 장에 함께 남았다는 사실 자체가 가요사의 작은 연결점이다.

이동근의 ‘남산비탈길’은 1970년 아세아레코드 AL-206 《신범벅타령 / 정다운 다대포구》 앞면 세 번째 곡이다. 그런데 이 노래는 같은 해 배상태 작곡 제5집의 앞면 첫 곡으로도 확인된다.

따라서 ‘남산비탈길’을 AL-206에만 속한 노래로 보면 기록의 절반을 놓치게 된다. 별도의 배상태 작품집에서도 이동근이 이 곡을 중심으로 여러 노래를 맡고 있었다. 배상태 작곡 제5집 수록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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