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밤 서울의 거리에는 – 손시향 –
‘그날밤 서울의 거리에는’이 나온 것은 손시향의 귀국 직후였다
1970년 7월 11일 중앙일보는 미국에서 활동하던 손시향이 그해 6월 한국을 떠난 지 10년 만에 일시 귀국했다고 전했다. 기사에 따르면 그는 18세 때 ‘브레이브 맨’으로 데뷔했고, ‘검은 장갑’, ‘비오는 날의 오후 3시’, ‘사랑이여 안녕’, ‘이별의 종착역’ 등을 불러 젊은 층, 특히 여대생 팬이 많았던 가수였다. 당시 기사 내용은 후대 음반자료에도 그대로 인용돼 남아 있다. 손시향 음반·중앙일보 기사 기록
손시향은 1960년 6월 미국으로 건너간 뒤 마이애미대학에서 성악과 연기·연출 등 뮤지컬 관련 공부를 했고, 마이애미 비치의 나이트클럽에서도 노래했다. 그는 귀국 당시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고운 목소리에 비중을 두었다면 미국 생활 이후에는 가사를 더 중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귀국기념 음반이 단순한 옛 히트곡 재편집만이 아니라 새로운 다섯 곡을 앞면에 배치한 이유도 이런 귀국 시점의 변화와 맞물려 읽을 수 있다. 1970년 중앙일보 손시향 귀국기사 인용자료
새 노래 다섯 곡과 옛 히트곡 다섯 곡을 나눈 구성
오아시스가 공개한 OL-772의 오리지널 마스터 수록순서는 ‘나는 믿지 않는다’, ‘아리랑 아가씨’, ‘봄이 오면’, ‘안나벨리’, ‘그날밤 서울의 거리에는’, ‘검은 장갑’, ‘이별의 종착역’, ‘거리를 떠나’, ‘I Will Be Home’, ‘Harbour Lights’의 10곡이다. 오아시스레코드 OL-772 오리지널 마스터
LP의 앞면 다섯 곡은 1970년 귀국기념 앨범에서 새롭게 묶인 한국어 신곡들이다. 반면 뒤쪽에는 ‘검은 장갑’, ‘이별의 종착역’, ‘거리를 떠나’와 영어곡 ‘I Will Be Home’, ‘Harbour Lights’가 놓였다. 이 가운데 ‘검은 장갑’과 ‘이별의 종착역’ 등은 손시향이 미국으로 떠나기 전 이미 불렀던 노래다. 1964년 오아시스 TOP HIT 음반에도 ‘검은 장갑’, ‘이별의 종착역’, ‘사랑이여 안녕’, ‘거리를 떠나’와 여러 영어곡이 수록돼 있었다. 손시향 TOP HIT 원반 수록정보
즉 OL-772는 귀국 뒤의 새 노래와 출국 전 손시향을 기억하게 하는 옛 레퍼토리를 한 장에 마주 놓은 음반이었다. ‘그날밤 서울의 거리에는’은 그 가운데 새 노래 부분을 마무리하는 Side A 5번의 위치에 놓인다.
서울이라는 지명이 귀국 음반 한가운데 들어왔다
‘그날밤 서울의 거리에는’은 제목 자체에 서울이라는 구체적인 도시명이 들어 있다. 손시향이 10년간 미국에 머문 뒤 서울로 돌아온 바로 그 시기에 발표된 귀국기념 신곡이라는 사실 때문에 제목의 배경은 더욱 선명해진다.
다만 현재 공개된 벅스 곡정보에는 가사가 등록돼 있지 않다. 따라서 제목만 보고 어느 거리였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실제 귀국 경험을 그대로 쓴 노래인지까지 확대해서 설명할 근거는 없다. ‘그날밤 서울의 거리에는’ 곡정보
손시향의 1970년은 과거의 복귀가 아니라 두 시기를 잇는 자리였다
1950년대 말 손시향은 ‘검은 장갑’과 ‘이별의 종착역’으로 이름을 알렸고, 1960년 미국으로 떠났다. 1970년 귀국기념 제1집은 그 사이의 10년을 건너 한국 음반시장에 그의 이름이 다시 등장한 기록이다.
‘그날밤 서울의 거리에는’은 그 귀국 음반에서 새 노래 다섯 곡 가운데 마지막을 맡는다. 출국 전 히트곡이 이어지는 바로 직전의 자리다. 그래서 이 곡은 한 편의 노래이면서 동시에 1950년대 말의 손시향과 1970년 귀국한 손시향 사이를 이어 주는 원반상의 경계처럼 남아 있다.
손시향의 ‘나는 믿지 않는다’는 OL-772 《손시향 귀국기념 제1집》의 첫 곡이며, 원반 부제에도 사용된 작품이다. 10년간 미국 생활을 마치고 1970년 일시 귀국한 손시향의 새 음반에서 가장 앞에 놓였다는 점 때문에 이 앨범의 성격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노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