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격시대 – 나훈아 –

나훈아 ‘감격시대’가 실린 박시춘 작·편곡집

실물 LP 자료를 보면 이 음반의 구조는 디지털 복원판의 목록과 조금 다르게 전해진다. 현존 LP 판매자료에는 앞면에 ‘이별의 부산정거장’, ‘청춘고백’, ‘굳세어라 금순아’, ‘울며 헤진 부산항’, ‘고향만리’, ‘청춘 부르스’, 뒷면에 ‘꼬집힌 풋사랑’, ‘비나리는 고모령’, ‘애수의 소야곡’, ‘전선야곡’, ‘감격시대’, ‘서귀포 칠십리’가 적혀 있다. 따라서 디지털 복원판의 ‘박시춘 육성 녹음’과 실물 LP의 ‘청춘 부르스’를 동일한 원반 트랙으로 단순 대응시키기보다는 판본과 복원 과정의 차이를 염두에 두는 편이 안전하다. 실물 LP 수록곡 자료

이 앨범에서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노래가 나훈아의 창작 신곡이 아니라는 점이다. 박시춘과 함께 한국 대중가요의 여러 시대를 지나온 남인수·현인·신세영 등의 옛 노래를 1970년의 나훈아가 자기 목소리로 다시 녹음한 일종의 작곡가 회고 음반에 가깝다. 몇 년 뒤 ‘골든 히트 퍼레이드’ 계열 음반에 이 녹음들이 다시 배열돼 등장하면서 후대 음반과 최초 1970년 녹음을 구별할 필요도 생겼다.

1939년 남인수의 노래에서 1970년 나훈아의 목소리로

‘감격시대’의 원곡은 강해인 작사, 박시춘 작곡, 남인수 노래로 1939년 4월 오케레코드에서 발표된 것으로 정리된다. 국립중앙도서관의 남인수 원곡 조사 자료도 ‘감격시대’를 1939년 발표곡으로 기록하고 있으며, 남인수의 주요 원곡 가운데 하나로 다룬다. 국립중앙도서관 남인수 원곡 자료

이 곡을 둘러싼 후대 해석에는 한때 ‘군국가요’라는 설명도 따라붙었다. 그러나 민족문제연구소가 군국가요 음원자료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밝힌 내용은 다르다. 연구소는 ‘감격시대’가 1939년 4월 발표된 보통 유행가이며 가사에 전쟁 동원이나 군국주의를 직접 암시하는 내용이 없고, 당시 신문·잡지 조사에서도 군국가요로 분류할 근거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민족문제연구소 관련 기록

‘감격시대’ 가사에 담긴 청춘의 움직임

가사에는 거리와 바다, 넓은 대지를 향해 움직이는 청춘이 차례로 나타난다. 사랑을 향해 노래하고 배를 저으며 언덕 너머로 나아가는 구조로, 이별이나 눈물을 중심으로 한 박시춘의 여러 트로트와 달리 밝은 진행감이 두드러진다.

나훈아가 이 곡을 다시 부른 1970년에는 원곡 발표 후 이미 30년이 넘은 시간이 흘러 있었다. 따라서 이 녹음의 의미는 ‘감격시대’를 나훈아의 히트 신곡으로 보는 데 있지 않고, 1930년대 박시춘·남인수 시대의 레퍼토리를 1970년대의 대표적인 젊은 트로트 가수가 다시 이어 불렀다는 데 있다.

1970년의 나훈아와 오아시스 원본 테이프

오아시스레코드가 보관해 온 원본 테이프가 후대에 공개되면서 이 시기 나훈아의 녹음도 다시 주목받았다. 2013년 보도에서는 1970년 녹음된 나훈아의 ‘꼬집힌 풋사랑’ 원본 테이프를 직접 소개하며, 당시 나훈아의 젊은 목소리가 오아시스 창고의 마스터 테이프에 남아 있다고 전했다. 2013년 오아시스 원본 테이프 보도

‘감격시대’를 포함한 이 박시춘 작·편곡집은 그런 원본 녹음의 한 축이다. 남인수와 현인 세대의 노래를 나훈아가 자신의 전성기 초입에서 다시 녹음하면서, 한 장의 LP 안에 1930년대·1940년대·한국전쟁기의 가요가 1970년의 목소리로 겹쳐졌다.

같은 음반에 남은 옛 노래들

함께 입력된 ‘고향만리’, ‘굳세어라 금순아’, ‘꼬집힌 풋사랑’, ‘비내리는 고모령’, ‘서귀포 칠십리’, ‘애수의 소야곡’, ‘울며 헤진 부산항’, ‘이별의 부산정거장’, ‘전선야곡’, ‘청춘고백’은 모두 이 박시춘 작·편곡집 계열에서 확인된다. 각각 남인수·현인·신세영 등 앞선 세대 가수의 대표 레퍼토리였으며, 나훈아는 이 음반에서 원곡의 시대를 한꺼번에 되짚는 역할을 맡았다.

시간이 지나 다시 듣는 ‘감격시대’

나훈아의 ‘감격시대’는 그의 창작곡 연보만 따라가면 쉽게 지나치기 좋은 녹음이다. 그러나 박시춘의 옛 노래들을 한 장에 모은 1970년 음반의 성격을 알고 들으면 위치가 달라진다. 1939년 남인수의 노래가 세대를 건너 1970년 젊은 나훈아에게 이어진 기록이며, 한국 트로트의 계보가 실제 음반 안에서 만나는 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

나훈아의 ‘고향만리’는 1970년 《스테레오 힛트 앨범 3집 – 박시춘 작·편곡집》에 실린 옛 노래 재취입이다. 남쪽 나라와 보르네오, 그 너머 고향을 바라보는 가사는 해외에 떨어진 사람이 어머니와 고향을 그리는 장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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