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기 전에 – 이영숙 –

‘가을이 오기 전에’가 처음 음반에 실리던 때

현재 확인되는 이른 음반은 성음 제작소의 SEL-1-611 정진성 작곡 제3집 《가을이 오기 전에 / 당신이 좋았으니깐》이다. 성음 레이블 자료에는 SEL-1-611이 정진성 작곡 제3집으로 기록돼 있으며, 실물 음반을 정리한 자료에서는 ‘가을이 오기 전에’가 앞면 첫 곡으로 놓인 것으로 확인된다. 작사와 작곡은 모두 정진성으로 전해진다. 성음 제작소 레이블 자료 SEL-1-611 수록곡 자료

같은 1969년 7월 15일에는 성음 SEL-1-605 《이영숙 스테레오 힛트앨범》에도 다시 실렸다. 이 음반의 앞면에는 ‘울보 아빠’, ‘사랑이 싹틀 때’, ‘단념’ 등이, 뒷면에는 ‘그림자’, ‘산촌의 밤’, ‘가을이 오기 전에’ 등이 배치됐다. 벅스의 디지털 복원 자료도 이 구성을 전하고 있다. 이영숙 스테레오 힛트앨범 자료

1969년의 이영숙과 ‘가을이 오기 전에’

후대의 부고 기사와 가수 소개 자료는 이영숙이 1968년 ‘아카시아의 이별’로 데뷔했고, 1969년에 ‘그림자’와 ‘가을이 오기 전에’를 남겼다고 정리한다. 즉 ‘가을이 오기 전에’는 이영숙의 아주 이른 시기 활동을 대표하는 노래 가운데 하나였다. 연합뉴스 역시 그의 대표적인 1969년 노래로 이 곡을 직접 언급했다. 연합뉴스 기사

1969년 성음 음반 목록을 따라가면 이영숙의 이름은 한 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나훈아와 함께한 SEL-1-630, 김상희와 묶인 SEL-1-636 등 여러 음반에 계속 등장한다. 한 가수가 자신의 독집만 내던 방식과 달리, 당시 오아시스·성음 계열 LP에는 여러 가수의 곡을 한 음반에 함께 배열하는 경우가 흔했다. ‘가을이 오기 전에’ 역시 이런 유통 방식 속에서 반복 수록됐다.

‘가을이 오기 전에’ 가사에 담긴 이야기

가사는 지난여름 두 사람이 가을에 올 행복을 기다렸던 기억에서 시작한다. 능금이 익어 가는 시간과 사랑의 시간을 나란히 놓지만, 정작 능금이 완전히 붉어지기도 전에 사랑은 끝나 버린다.

두 번째 대목에서도 화자는 가을을 기다렸던 기대와 눈물로 남은 추억을 대비한다. 이 노래에서 가을은 쓸쓸함의 계절이라기보다 애초에는 행복이 완성되기로 약속된 계절이었다. 그래서 제목의 ‘가을이 오기 전에’는 계절보다 먼저 끝나 버린 사랑을 압축하는 말이 된다. 현재 공개된 벅스 음원 페이지에서도 이러한 가사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벅스 곡 자료

한 곡이 여러 음반을 건너간 과정

‘가을이 오기 전에’는 최초 음반으로 보이는 SEL-1-611 뒤에 SEL-1-605 이영숙 스테레오 힛트앨범에 다시 수록됐고, 1970년 1월 10일 발매로 정리되는 SEL-1-661 《잊으려 해도 / 그 여인》에도 앞면 여섯 번째 곡으로 들어갔다. 이 LP 앞면은 ‘잊으려 해도’, ‘이 밤이 가기 전에’, ‘모란은 내 사랑’, ‘단념’, ‘산촌의 밤’, ‘가을이 오기 전에’ 등 이영숙의 노래 여섯 곡으로 채워졌다. SEL-1-661 발매 기록

뒷면에는 지미로의 ‘그 여인’을 시작으로 공진호, 신경자, 나훈아, 김은아, 남궁이 각각 한 곡씩 참여했다. 현재 벅스의 디지털 복원판 역시 12곡의 순서를 그대로 전한다. 《잊으려 해도 / 그 여인》 디지털 복원 자료

시간이 지나 다시 듣는 ‘가을이 오기 전에’

이 노래의 음반 기록을 따라가면 1969년 한 곡이 어떻게 여러 LP에 다시 배치됐는지를 함께 볼 수 있다. 최초 발표 음반, 가수의 히트곡집, 그리고 다른 가수들과 함께한 합동 LP까지 이어진 과정은 당시 음반 제작과 유통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가을이 오기 전에’는 이영숙의 1969년 활동을 말할 때 빠지기 어려운 곡으로 남았다. 행복이 오기로 했던 계절보다 사랑이 먼저 끝났다는 간결한 가사 구조와, 그 노래가 여러 장의 음반을 건너며 반복 수록된 기록이 함께 남아 있다.

이영숙의 ‘단념’은 1970년 SEL-1-661 음반에도 수록됐지만, 그보다 앞선 1969년 이영숙의 스테레오 힛트앨범에서 이미 확인되는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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