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혼자 있을 때 – 펄시스터즈 –

펄시스터즈의 ‘남자가 혼자 있을 때’는 1970년 무렵 지구레코드에서 나온 김인배 작곡집 ‘추억은 못 견디게’에 실린 노래다. 이미자·조영남·신지훈·샌디한이 함께 참여한 음반에서 펄시스터즈가 부른 유일한 곡이었다. 현재 벅스의 복각 음원과 ManiaDB 모두 이 음반의 수록곡으로 기록하고 있다.

곡은 1분 30여 초 남짓으로 짧다. 하지만 내용은 제목부터 꽤 익살스럽다. 남자를 혼자 두면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마음이 흔들릴 수 있으니 혼자 있게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 노래가 음반에 들어간 시점의 펄시스터즈는 무명 신인이 아니었다.

불과 전해인 1969년 MBC 10대 가수 청백전에서 최고 인기가수에 오른 뒤였고, 1970년에도 다시 10대 가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남자가 혼자 있을 때’는 바로 그런 전성기 초입의 펄시스터즈가 남긴 여러 취입곡 가운데 하나였다.

‘남자가 혼자 있을 때’가 처음 확인되는 음반

현재 확인되는 초기 음반 기록에서 ‘남자가 혼자 있을 때’는 김인배 작곡집 ‘추억은 못 견디게’의 Side 2 네 번째 곡으로 등장한다.

음반은 다음과 같이 구성됐다.

Side 1에는 이미자의 ‘추억은 못 견디게’, ‘내사랑 한번가고’, ‘못잊을 내사랑’, ‘그사람은 떠나가고’와 조영남의 노래가 들어갔다.

Side 2에는 신지훈의 ‘빗속을 가네’, ‘그사람 별은’, ‘그대 내 마음에’가 연이어 놓이고, 네 번째에 펄시스터즈의 ‘남자가 혼자 있을 때’, 마지막에 샌디한의 ‘산까치’가 자리했다. 벅스의 지구레코드 복각판도 정확히 같은 순서를 보여준다.

ManiaDB 역시 배인순과 배인숙 양쪽의 펄시스터즈 작품 목록에서 이 곡을 1970년 ‘김인배 작곡집(추억은 못 견디게)’ 수록곡으로 분류한다.

다만 이 음반의 정확한 제작연도와 음반번호는 현재 남아 있는 자료 사이에 차이가 있다.

일부 수집가 자료에서는 1969년, JLS-120346으로 소개하지만, 다른 지구레코드 계열 자료와 음원 데이터베이스에서는 1970년 음반으로 분류한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여러 음반 DB가 일치하는 1970년 무렵의 작품으로 다루되, 정확한 제작월까지 단정하지 않는다.

이 곡은 정말 김인배의 작품일까

여기에는 조금 조심해서 볼 대목이 있다.

‘남자가 혼자 있을 때’가 들어 있는 초기 음반은 ‘김인배 작곡집’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김인배 작품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같은 음원은 훗날 디지털로 복각된 ‘문영일 작곡집 – 마도로스 연가’에도 다시 등장한다. 벅스와 지니 모두 이 앨범의 세 번째 트랙으로 펄시스터즈의 ‘남자가 혼자 있을 때’를 싣고 있다.

옛 작곡집 LP에는 음반 제목에 적힌 작곡가의 작품만이 아니라 다른 작곡가의 노래가 함께 실리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김인배 작곡집에 실렸다’는 사실만으로 김인배 작곡이라고 100% 확정할 수는 없다.

펄시스터즈는 그때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었나

펄시스터즈는 배인순·배인숙 자매가 만든 여성 듀오다.

1968년 신중현의 음악으로 등장해 ‘님아’, ‘떠나야 할 그 사람’, ‘커피 한 잔’ 등을 부르며 당시 가요계에서 매우 빠르게 정상권에 올라섰다. MBC가 훗날 소개한 자료에서도 펄시스터즈는 트로트가 중심이던 1960년대 말에 신중현의 새로운 음악과 함께 등장해 젊은 층의 큰 호응을 얻었던 팀으로 설명된다.

성과도 빠르게 따라왔다.

1969년 MBC 10대 가수 청백전에서 펄시스터즈가 ‘님아’로 최고 인기가수에 올랐다. 이듬해인 1970년에도 배호·최희준·이미자·나훈아·정훈희 등과 함께 10대 가수 명단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남자가 혼자 있을 때’가 나온 때는 바로 이 사이였다.

막 데뷔해 이름을 알려야 하는 시점이 아니라, 데뷔 1~2년 만에 이미 연말 최고 인기 가수상을 경험한 상태였다.

신중현의 노래만 부른 팀은 아니었다

오늘날 펄시스터즈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신중현과의 관계가 나온다.

실제로 ‘님아’, ‘커피 한 잔’, ‘떠나야 할 그 사람’ 같은 초기 대표곡은 신중현 음악의 강한 색깔을 보여준다.

하지만 1969~1970년 무렵 펄시스터즈의 실제 음반 활동을 따라가면 훨씬 폭이 넓었다.

1969년에는 김인배 작편곡집에서 ‘I Love You’, ‘밤의 멜로디’, ‘욕망의 블루스’ 등을 불렀고, 홍현걸 작곡집과 백영호 작곡집에도 펄시스터즈의 노래가 나타난다. 1970년 자료에는 ‘수탉 같은 여자’, ‘어둠이 오면’, ‘슬퍼도 떠나주마’ 같은 서로 다른 작곡가의 작품도 이어진다. ManiaDB의 연대별 음반 목록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남자가 혼자 있을 때’ 역시 펄시스터즈가 신중현의 음악 바깥에서 여러 작곡가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취입하던 시기의 한 장면으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남자가 혼자 있을 때’에 담긴 이야기

가사의 시선은 꽤 재미있다.

노래 속 여성 화자는 남자를 혼자 두지 말라고 말한다. 혼자가 되면 그리움과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다른 마음을 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남자의 마음을 바람에 들뜬 마음, 뜬구름 같은 마음으로 묘사하며 같은 제목을 반복한다. 현재 벅스에는 이 곡의 가사가 등록돼 있어 이러한 내용이 직접 확인된다.

1960~70년대 이별가에서 흔히 만나는 ‘떠난 사람을 기다리는 여성’과는 조금 방향이 다르다.

이 노래에서 여성은 눈물을 흘리며 남자를 기다리기보다, 남자의 변덕과 외로움을 한 발 떨어져 바라본다. “남자란 혼자는 못 산다”는 식의 익살스러운 관찰이 노래 전체를 끌고 간다.

다만 이것을 당시 남녀관계 전체의 모습으로 확대해서 해석할 근거는 없다. 노랫말 안에서 확인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외로운 남자의 마음을 장난스럽게 경계하는 짧은 연애 노래다.

1분 30여 초에 끝나는 짧은 노래

이 곡의 또 다른 특징은 길이다.

ManiaDB에는 약 1분 32초, 벅스의 다른 복각 음원에는 약 1분 35초로 표시된다.

당시 대중가요 가운데 짧은 노래가 드문 것은 아니지만, 2~3분대의 다른 수록곡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간결하다.

구조 역시 복잡하지 않다.

남자를 혼자 두지 말라는 첫 번째 이야기와, 남자는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다는 두 번째 이야기가 비슷한 형식으로 이어지고 제목을 반복하면서 곧바로 끝난다.

노래의 짧은 길이와 가벼운 노랫말이 잘 맞아떨어진다.

이후에도 펄시스터즈의 노래로 계속 남았다

‘남자가 혼자 있을 때’가 당시에 독립적인 대히트곡이었다는 순위나 판매량 자료는 현재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노래 자체는 사라지지 않았다.

2006년 지구레코드가 내놓은 ‘펄시스터즈 골든’ 2CD에는 ‘비’, ‘슬퍼도 떠나주마’, ‘사랑의 교실’, ‘안녕’ 등에 이어 CD 1의 12번째 곡으로 다시 수록됐다. 벅스와 음반 판매자료 모두 이 선곡을 확인해준다.

즉 오늘날 대표곡으로 가장 먼저 언급되는 작품은 아니지만, 지구레코드가 펄시스터즈의 과거 음원을 다시 정리할 때 정식 골든 음반에 포함시킨 레퍼토리로 남았다.

같은 음반에서 바라본 ‘남자가 혼자 있을 때’

‘추억은 못 견디게’ 음반을 한 장으로 놓고 보면 이 곡의 위치가 더욱 재미있다.

앞면에는 이미자의 애절한 이별가 네 곡이 줄줄이 이어진다. 뒷면에서도 신지훈의 노래 세 곡이 먼저 나온다.

그러다가 네 번째에서 펄시스터즈가 등장한다.

이미자의 애절한 기다림이나 신지훈의 영화주제가들과 달리, 펄시스터즈는 혼자 있는 남자는 믿기 어렵다는 짧고 재치 있는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음반은 샌디한의 연속극 주제가 ‘산까치’로 넘어간다.

한 작곡집 안에서도 가수마다 전혀 다른 색깔의 노래가 놓였던 당시 편집음반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간이 지나 다시 듣는 ‘남자가 혼자 있을 때’

펄시스터즈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이 노래가 ‘커피 한 잔’이나 ‘님아’보다 앞에 놓일 수는 없다.

당시 독립적인 히트 순위도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발표 시점을 생각하면 그냥 지나치기에는 재미있는 기록이 남는다.

1969년 최고 인기가수에 오르고 1970년에도 다시 10대 가수로 선정될 만큼 한창 주가를 높이던 펄시스터즈가, 신중현의 대표곡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짧은 가요도 함께 취입하고 있었다.

한 장의 김인배 작곡집 Side 2에서 단 한 곡.

‘남자가 혼자 있을 때’는 전성기 초입의 펄시스터즈가 얼마나 여러 종류의 노래를 오가며 활동했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음반 기록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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